금남.금남호남.호남정맥

금남호남정맥 2구간 (성수산-신광치-삿갓봉-서구이치)

킬문 2006. 7. 12. 23:50
2003년 7월 4일 (금요일)

* 산행일정
강남터미널(05:30)
전주터미널(08:02)
진안터미널(08:55)
마이산안부(09:18)
숫마이봉(10:29)
사거리안부(10:45)
은천이재(10:54)
가림리고개(11:37)
옥산동고개(12:13)
709.8봉(12:41)
760봉(13:09)
890봉(13:40)
990봉(13:58)
성수산(14:26)
신광치(15:24)
1110봉(16:28)
홍두괘치(17:27)
1080봉(18:02)
삿갓봉(18:27)
오계치(18:47)
1070봉(19:16)
1060봉(19:22)
서구이치(19:57)

* 산행시간
약 10시간 39분

* 동행인
이경한

* 후기

- 숫마이봉
전주에서 기다리던 이경한님과 버스로 진안까지 가서 택시를 타니 어제 하루만 진안지방에 100미리가 넘는 폭우가 왔다고 한다.
일기예보로는 단지 흐린 날씨라고 하는데 우중충하고 먹구름이 낮게 드리어져 있어 불안한 마음이 든다.
전에 내려왔던 천왕문안부에서 은수사뒤로 올라가면 이정표가 있는 오거리가 나오는데 그만 여기서 판단착오를 한다.
숫마이봉을 우회하는 뚜렸한 길로 가다가 물줄기가 있어 되돌아 오고 은천이재만 생각하며 남쪽의 은천리방향으로 잘못 내려갔다가 되돌아와 숫마이봉으로 오르니 정맥길과 만나지만 어언 50여분을 까먹고 말았다.
그렇지 않아도 먼길이라 내심 걱정이 많았는데 시작부터 일이 꼬이고 하늘은 점점 시컴해 진다.

- 옥산동고개
완만한 야산길을 내려와 사거리안부를 넘고 묘지대를 지나서 폐가 옆으로 밭을 따라 내려가면 30번국도상의 은천이재인데 비가 와서인지 사방으로 물이 흐르고 물길을 건너게 되어서 마음이 편치 않다.
길을 건너 산속에서 길을 찾다가 묘지뒤로 잡목에 가려있는 길을 오르고 시원하게 바람이 부는 벌목지대를 넘는다.
인삼밭이 있는 1차선 시멘트도로인 가림리고개로 내려와 이경한님이 따라주는 얼음이 푸석푸석한 밤막걸리 한잔 마시고 오늘따라 발걸음이 무거워 언제 서구이치까지 갈것인지 걱정을 한다.
잘가라 손흔드는 마이산을 뒤로 가파른 비탈길을 올라 500봉을 넘고 사거리안부를 지나 임도가 지나가는 옥산동고개로 내려가니 마을이 가깝게 보인다.

- 성수산
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임도따라 올라가다 묘지대를 지나고 숲으로 들어가면 아주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된다.
숨이 턱턱 막히는 우중충한 산길따라 넓은 헬기장이 있는 709.8봉에 오르고 삼각점옆에 털퍼덕 주저앉아 목마르다는 핑계로 다시 얼음막걸리 한잔씩을 마신다.
좁은 날등을 따라 760봉을 오르고 오랫만에 보이는 암릉들을 넘으니 우려했던대로 빗줄기가 내리기 시작하고 이경한님은 시원해서 더 좋다고 위로의 얘기를 하지만 우중산행의 피해를 몇번 맛본 사람에게는 괴로운 일이 아닐수 없다.
완만한 능선길을 가다 890봉을 넘고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990봉에 오르면 빗줄기속에 성수산이 잠깐씩 모습을 드러낸다.
사거리안부를 넘고 묵은 헬기장을 지나 성수산(1059.2m)에 오르니 전북산사랑회의 금속이정표가 반겨주고 평소에는 전망이 좋았을듯한 이 봉우리에도 사방으로 운무만 가득 차있다.

- 신광치
빗줄기를 맞아가며 완만한 능선을 내려가 헬기장에 서서 발밑으로 펼쳐진 드넓은 고랭지채소밭을 바라본다.
야생화들이 군락을 이룬 초지에 내려가면 흰꽃들은 비를 맞으며 함초로히 피어있고 은은한 녹색향이 피어나는 골짜기는 호젓함과 쓸쓸함이 배어 있다.
온통 능선을 뒤덮고 있는 더덕재배단지를 따라 더덕향을 맡으며 비포장임도가 지나가는 신광치로 내려서니 빗줄기속에 농가 몇채만 조용히 누워있다.
사진 한장씩을 찍고 밤근무를 해야하는 이경한님을 먼저 내려 보내지만 흙탕길을 가는 뒷모습을 보니까 마음이 아파진다.
산으로 올라가는 임도따라 홀로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기면 빗줄기는 끊임없이 내리고 운무속에 산줄기는 뿌옇게만 보인다.


(야생화 군락지)


(신광치에서 비를 맞으며)


- 홍두괘치
무성한 억새사이로 관목들을 뚫고 가파른 숲길을 올라 봉우리들을 넘으면 진땀이 흐른다.
고사목 한그루가 눈길을 끄는 작은 바위봉을 지나고 덕태산갈림길인 1110봉에서 정맥은 남쪽으로 방향을 돌린다.
봉우리에서 내려가다 갈림길을 만나고 표지기가 걸려있는 오른쪽으로 내려가니 임도가 보이는 안부로 내려서는데 그제서야 왼쪽으로 정맥이 바라다 보인다.
힘들게 되돌아와 왼쪽으로 다시 정맥길을 잇고 비에 젖어 아주 미끄러운 흙길을 내려간다.
왼쪽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지나고 오른쪽으로 뚜렸한 하산로가 있는 홍두괘치를 넘으면 젖은 옷에 쓸린 피부들은 점점 따가워 진다.

-삿갓봉
가파른 비탈길을 힘겹게 올라 작은 암봉들이 솟아있는 1080봉을 지나면 빠르게 산을 넘어 가는 운무가 앞을 가린다.
연속해서 나타나는 봉우리들을 넘고 암봉으로 이루어진 삿갓봉(1114m)에 올라 나무에 걸려있는 정상판을 찾아보니 철사줄만 보이고 판데기는 온데간데 없다.
찬바람이 세차게 불어오는 정상의 바위에 서면 운무가 잠깐 걷히면서 팔공산으로 이어지는 정맥길이 모습을 드러내고 오계치와 와룡자연휴양림이 발밑으로 내려다 보인다.
바위지대를 지나 선각산분기점은 어디인지도 모르게 지나치고 가파르게 떨어지는 억새길을 내려가 넓은 안부에 이정표가 서있는 오계치로 내려선다.
시간도 저녁 7시가 다 되어가고 몹시 지친 몸이라 와룡휴양림까지 0.5km란 이정표가 강하게 유혹하지만 내일 영취산까지 갈려면 오늘중으로 서구이치까지 끊는것이 좋을 것이다.



(삿갓봉에서 바라본, 지나온 정맥길)


(삿갓봉에서 바라본, 가야할 정맥길)

- 서구이치
쓸린 피부에 닿지않게 바짓자락을 손으로 잡고 가파른 숲길을 오르면 휴양림에서 세운 이정표가 곳곳에 서있다.
힘들게 1070봉을 넘고 남서쪽으로 방향을 바꿔 완만해진 풀밭길을 걸어가니 이정표가 있는 지선각산(1060m)에 닿는데 주인없는 벤치들만 외롭게 비를 맞고 있다.
호젓한 길을 따라 쫒기듯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면 숲은 운무에 가려있고 사위는 점점 어두어진다.
낮은 봉우리들을 몇개 넘으면 산을 구불구불하게 돌아오르는 도로가 보이고 도로공사를 하는 가파른 절개지를 내려가면 장수쪽으로만 포장이 되어있는 서구이치이다.
장수택시를 부르고 컴컴한 도로에 서 있으니 찬바람이 사정없이 불어오고 비에 젖은 몸은 와락와락 떨려온다.
소주한잔 마시고 비에 찌들은 피부를 달래가며 시커먼 정맥의 실루엣을 바라본다.


(서구이치 내려가다 바라본 삿갓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