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남.금남호남.호남정맥

호남정맥 5구간 (조계산-고동산-백이산-석거리재)

킬문 2006. 7. 13. 00:10
2003년 10월 10일 (금요일)

◈ 산행일정
오성산(05:40)
접치(06:17)
865봉(07:44)
조계산 장군봉(08:00)
작은 굴목재(08:21)
굴목재(08:35)
임도(09:21)
705.7봉(09:39)
장안치(09:47)
697봉(10:04)
650봉
고동산(11:57)
고동치(12:12)
520봉(12:46)
빈계재(13:46)
백이산(14:44)
사거리안부(15:12)
석거리재(15:45)
벌교터미널(16:30)
광주터미널(18:15)
강남터미널(22:00))

◈ 산행시간
약 10시간 05분

◈ 산행기

- 접치
밤새 뒤척이다가 새벽녁에 일어나니 습기찬 초소 창문으로 불 몇점만 내려다 보이고 바람 지나가는 소리만 요란하며 같이 밤을 지낸 큰 나방 한마리만 날개짓을 하며 돌아 다닌다.
얼마 안 남은 물로 라면을 끓여 먹고 하루밤 신세를 진 초소를 빠져나와 랜턴을 켜고 장벽처럼 우뚝 솟아있는 조계산을 바라보며 어스름한 산자락을 내려간다.
흰 밧줄이 쳐진 경사가 급한 돌길을 내려가면 길은 완만해지고 22번 국도가 지나가는 접치로 내려섰다가 그만 가슴이 철렁해 진다.
산행을 하려면 새로 식수를 마련해야 하고 도로로 내려가면 여느 고개처럼 주유소나 상점이 당연히 있을것으로 기대했지만 안개낀 도로는 텅 비어있고 사방으로 민가 한채도 보이지 않는다.
오르락 내리락 물 받을 곳을 찾다가 이내 포기하고 산을 올라가며 가까운 계곡에서 구할 생각을 해 보지만 불안한 마음이 영 떠나지를 않는다.

- 조계산
육교로 호남고속도로를 건너고 철계단으로 올라가 가파른 절개지를 치고 오르니 잘 정돈된 깨끗한 무덤들이 있고 송전탑이 보인다.
입장료를 내지 않으려고 많은 사람들이 이용한다는 등산로는 넓직하지만 쓰레기들과 과일껍질들이 자주 보여서 지저분하다.
산죽사이로 가파른 산길이 이어지고 얼마 오르지 않아 구슬땀이 흐르며 가뜩이나 짠 라면을 먹은 탓인지 갈증이 생기고 입에서는 단내가 난다.
먼지가 풀풀 일어나는 메마른 길을 쉬엄쉬엄 오르고 송전탑을 지나 봉우리들을 연신 넘으며 시원한 얼음물을 떠 올린다.
가파른 산죽길은 끝이없이 이어지고 간신히 연산봉이 갈라지는 865봉을 오르니 시야가 트이며 장군봉이 앞에 올려다 보인다.
억새사이에서 점점 갈색으로 물들어가는 활엽수들을 보면서 조계산 장군봉(884.3m)에 오르면 돌탑과 정상석이 있고 시설물이 있는 고동산과 뾰족하게 솟은 백이산이 잘 보이며 백운산을 지나 지금껏 걸어왔던 정맥길도 가물가물하게 이어지며 나타난다.



(조계산에서 바라본 백운산에서 이어지는 정맥)



(연산봉너머로 겹겹이 솟아있는 남도의 산들)



(조계산에서 바라본 고동산과 백이산)



- 705.7봉
배바위를 지나고 가파른 돌길을 내려가다 버려진 페트병에 남아있는 물을 한모금 마시니 갈증이 덜해진다.
이정표가 있는 작은 굴목재로 내려서니 송광사쪽 계곡에서는 우렁찬 물소리가 들리지만 너무 먼것 같아 다시 굴목재까지 가 보기로 한다.
평탄한 길을 따라 굴목재로 내려와 선암사쪽으로 나무계단과 돌계단을 10여분 내려가니 바위틈에 깨끗한 물이 고여있어 큰 페트병 가득히 물을 붓고 충분히 마셔둔다.
물걱정을 덜고 헉헉거리며 올라와 나무벤치에 누워있으니 이파리들 사이로 보이는 푸른 하늘이 너무나 깨끗하고 서늘한 바람도 상큼해 쉽게 일어나지를 못한다.
한동안 쉬다가 처음 나오는 봉우리를 오른쪽으로 길게 우회하고 키를 넘는 산죽지대를 지나서 억새들과 싸리나무가 무성한 숲을 헤친다.
임도를 지나고 잣봉우리들이 사방에 떨어져있는 숲을 오르니 산불초소가 있고 조금 더 오르면 삼각점이 있는 705.7봉인데 조망은 막혀있고 별 다른 특징은 없다.

- 고동산
희미한 사거리안부인 장안치를 지나고 싸리나무와 억새들 사이를 통과하면 여름철에는 꽤 기승을 떨쳤을 까시나무들이 여전히 날을 세우고 덤벼든다.
임도같은 넓은 길을 만나 697봉을 넘고 능선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꺽어지니 간벌한 나뭇가지들이 길을 가리고 까시나무들이 사방에서 찔러대며 넝쿨들은 몸을 휘어 감는다.
헬기장이 있는 봉우리를 넘고 빽빽한 관목숲을 어렵게 뚫으며 650봉에 오르면 전면에 고동산의 중계탑이 보이며 드넓은 평원에 수많은 억새꽃들이 바람에 하늘거린다.
억새들 사이로 야생화들이 곳곳에 피어있는 산상의 화원을 지나 통신중계소와 산불초소가 있는 고동산(709.4m)에 오르니 삼각점은 간데없고 사방에 펼쳐진 억새평원들은 농익어 가는 가을을 말해주는듯 황금물결을 이룬다.



(고동산의 억새밭)


- 빈계재
철망따라 정상을 내려가면 억새밭사이의 임도와 만나고 임도따라 전신주가 지나가는 사거리안부인 고동치를 넘어 잡초와 억새들이 무성한 임도로 들어간다.
억센 관목들을 뚫고 능선에 간신히 붙으니 본격적으로 싸리나무와 까시나무들이 나타나고 억새들도 가세해 괴로운 길이 이어진다.
삼각점이 있는 510.5봉은 확인도 못하고 희미한 등로를 찾아 520봉에 오르면 잡목사이에서 길은 사라지며 능선만 가늠하고 안부에 내려서니 여기저기 표지기들이 어지럽게 붙어있어 선답자들도 이구간에서 많이 헤메었음을 짐작할수 있다.
울창한 잡목숲에서 길을 찾다 철망을 발견하고 철망따라 능선을 이어가면 따가운 가을햇살에 살갗은 익는듯하고 진땀이 줄줄 흐른다.
한동안 이어지던 철망을 버리고 서늘한 숲으로 들어가 작은 봉우리를 넘어 밤나무들이 무성한 농로로 내려와 보니 58번 지방도로상의 빈계재는 바로 옆이다.

- 백이산
잘 가꾸어진 무덤들을 지나 능선에 오르려니 풀속에 숨어있던 고라니 한마리가 황급히 도망을 친다.
밑으로 지나가는 임도를 보며 이어지는 가파른 능선을 오르면 놀란 꿩들은 소리를 지르며 사방으로 날라가고 바둑판처럼 잘 정돈된 전답들은 누렇게 익어가며 풍성한 가을을 이야기 한다.
봉우리를 넘어서면 눈앞으로 뾰족하게 솟은 백이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광활한 억새지대가 보이고 햇빛에 반짝이는 억새들은 바람결에 몸을 떨고 일제히 노래를 한다.
억새사이로 가파른 길이 열리고 삼각점이 있는 백이산(584.3m) 정상에 오르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며 벌교일대가 훤하게 펼쳐지고 억새들의 향연에 다시한번 감탄을 터트리게 된다.
무심코 발길따라 남서쪽의 잘 나있는 능선으로 내려가다 되돌아와 북서쪽의 정맥길로 방행을 잡고 석거리재로 맥을 낮추는 마루금을 다시 확인한다.



(백이산의 광활한 억새평원)



(백이산)



- 석거리재
급하게 떨어지는 내리막을 내려가면 산불지역이 나타나고 타죽은 나무들은 오래된 고사목처럼 껍질을 벗은채 정맥을 지켜서고 있다.
억새와 잡목들 사이로 아주 희미한 길이 이어지고 끊어질듯 말듯한 족적을 따라 낮은 봉우리들을 넘으며 채석장의 소음에 진저리를 친다.
사거리안부로 내려가니 산허리를 왕창 까 부수고 있는 채석장이 그 흉물스러운 모습을 드러내며 사라졌던 표지기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한다.
완만한 잡목길을 따라 27번국도상의 석거리재(240m)로 내려와 시원한 캔맥주로 열을 식히고 아이스케키를 먹으며 벌교가는 버스를 탄다.
까시나무들이 진을 치고있는 이 호남정맥이 언제쯤이나 끝나려는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들으니 다음에 지나야할 악명 높은 존제산의 공군부대가 빼꼼히 올려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