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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정맥 8구간 (대룡산-봉화산-일림산-사자산-간재)

킬문 2006. 7. 13. 00:20
2003년 12월 20일 (토요일)

◈ 산행일정
보성터미널(06:10)
오도치(06:42)
360봉(07:22)
346봉
사거리안부(08:12)
대룡산(08:37)
338.7봉(09:18)
그럭재(09:39)
305봉(10:02)
417봉(10:30)
봉화산(11:19)
411.4봉(11:54)
봇재(12:48)
활성산(13:36)
895번지방도로(14:19)
418봉(14:41)
626.8봉(15:29)
일림산(15:55)
골치(16:24)
561.7봉(16:41)
사거리안부(17:11)
사자산(17:31)
간재(17:47)
장흥터미널(19:00)
광주터미널(20:30)
강남터미널(23:55)

◈ 산행시간
약 11시간 05분

◈ 산행기

- 오도치
겸백가는 6시 10분 첫 군내버스를 타러 보성터미날로 나가는데 눈발도 희끗희끗 내리고 도로는 전날 내린 눈이 얼어 빙판을 이루고 있는데다 새벽 녁의 추위는 공포스럽게 살갗을 파고든다.
대합실에서 서둘러 옷을 하나 더 껴 입고 텅 비어있는 버스에 앉아있으니 기사가 올라오더니만 대뜸 갈지 안 갈지도 모르는데 물어보지도 않고 탔냐며 시비를 걸어온다.
하기는 날도 엄청 춥고 도로도 얼어있는데 승객이 없으면 핑계 김에 운행을 나가지 않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냥 버티고 있으니 운전석에 앉는다.
미리 완전 무장을 하고 컴컴한 오도치(겸백고개)에서 내려 숲으로 들어가면 무덤 가에서 길은 없어지고, 그냥 능선으로 치고 올라가려다 빽빽한 잡목들에 막혀 후퇴를 한다.
왔다갔다하며 길을 찾다보니 무덤들을 우회하며 밑에서 올라오는 좋은 등로와 만나고 이내 눈 덮인 산길이 연결된다.


- 대룡산
능선을 오르며 무덤들을 연신 지나고 임도와 만나면서 편한 길이 이어지지만 마지막 무덤을 지나면서 임도는 끝이 난다.
봉우리들을 넘어 넓은 억새밭을 지나니 다시 무덤들이 나타나고 동이 트면서 낮게 이어지는 정맥의 능선들이 잘 관찰되며 얼어붙은 저수지들은 을씨년스럽게 보인다.
마을과 가까운 사거리 안부를 넘고 푸른 대밭을 지나 모처럼 나타나는 암릉들을 통과하며 관목들이 걸기적거리는 346봉을 넘는다.
눈이 쌓여있어 미끄러운 급경사 비탈 길을 나뭇가지를 잡아가며 힘들게 오르면 대룡산 갈림길이 나타나고 대룡산은 정맥에서 약간 벗어나 있지만 다녀오기로 한다.
벌목된 나무들을 타고 넘어 임도로 나가니 산꼭대기까지 갉아먹은 임도들이 보기 흉하고 나무들은 모조리 베어져 눈속에서 뒹굴고 있다.
무덤들 사이로 가파른 임도를 따라 대룡산(440m)에 오르면 생각지도 않았던 오석으로 만들어진 멋진 시비가 서있고 사방으로 막힘이 없어서 봉화산을 넘어 제암산으로 이어지는 정맥의 산줄기가 뚜렷하게 보인다.



(정맥위로 시작되는 여명)



(대룡산 시비)



(대룡산에서 바라본, 봉화산으로 이어지는 정맥)



- 그럭재
갈림길로 돌아와 눈덮힌 봉우리를 넘으면 길은 희미해지고 암릉들을 따라 잡목을 헤치며 내려가니 경전선을 지나는 열차소리가 아득하게 들려온다.
삼각점이 있는 338.7봉에 올라 그럭재를 넘어가는 2번국도를 내려다 보고 봉화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을 확인하며 파랗게 개어가는 겨을하늘을 바라 본다.
오늘의 목적지인 봇재까지는 다소 짧은 거리라 여유있는 산행이 될 터이고 보성읍에서 하루 두번있는 3시20분발 서울행 직행버스를 타면은 모처럼 편한 귀향길이 될 것이다.
임도를 만나 운치있는 억새 밭을 따라가다 봉우리에 오르니 빽빽한 잡목들 사이로 그럭재로 내려가는 급사면 길이 보이고 차량들의 소음이 들린다.
나뭇가지들을 잡고 미끄러운 눈길을 조심스레 내려가니 군 참호들이 보이고 잠시후 가파른 절개지가 나오며 새벽에 지나갔던 2번 국도 상의 그럭재로 내려선다.


- 봉화산
도로를 무단 횡단하고 한적한 등로를 따라 송전탑을 지나서 통신 중계소가 있는 305봉에 오르면 봉화산이라고 생각했던 417봉이 앞에 보인다.
시멘트 도로 따라 정흥리 이정표가 있는 임도 삼거리로 내려가니 별로 신통치도 않은 남근석이 서있고 정맥은 산길로 연결된다.
억새와 빽빽한 관목들을 뚫고 삼각점이 있는 417봉에 오르면 메마른 바람소리가 요란하고 이제서야 봉화산이 삐쭉 모습을 드러낸다.
사거리 안부를 지나 무덤이 있는 봉우리를 지나니 지저분한 잡목에 불과하던 숲은 아름다운 눈꽃 터널을 이루고있고 산객은 하얀 눈사람이 되어 겨울 산을 내려간다.
보성사에서 올라오는 일반 등로와 만나서 울창한 산죽 터널 사이로 올라가면 기념석이 서있고 옛 봉수대가 복원되어 있는 봉화산(475m)이 나온다.
봉수대에 올라 봇재로 올라가는 도로를 바라보며 소주 한 잔 마시고 있으니 봉수대 안에는 관광객들이 버린 쓰레기가 꽉 차있고 세찬 바람은 몸을 떠민다.



(남근석)



(417봉 정상)



(417봉에서 바라본 봉화산과 이어지는 정맥길)



(봉화산의 봉수대)



(봉화산에서 바라본 411.4봉과 이어지는 활성산)



- 봇재
정상을 내려가 잡목숲 사이로 넓직한 등로를 내려가면 선조들이 위급한 상황을 알렸을 봉수대는 산정에 우뚝 서서 정맥을 내려다 보고 있다.
잡목 숲을 따라 삼각점이 있고 산불초소와 통신 중계탑이 서있는 411.4봉에 오르고 임도로 내려가 또 다른 중계탑을 지난다.
차밭을 끼고 임도를 가다가 숲으로 들어가 나지막한 능선을 이어가니 이정표가 있는 313봉을 지나고 310봉에서 정맥은 오른쪽으로 방향을 돌린다.
산길을 내려가 시멘 트임도를 따라가면 18번국도가 지나가는 봇재인데 봇재다원과 소공원이 있으며 가족들과 차밭구경하며 넘어다니던 낯익은 고개이다.
오늘의 목적지에 도착은 했지만 아직 1시도 채 안 되었고 해가 중천에 떠 있어서 잠시 갈등에 빠졌다가 도로를 건넌다.
이제 2번 국도가 지나가는 감나무고개까지는 도로와 만날 수 없을 것이며 서울까지 편하게 데려다 줄 보성발 3시20분 버스는 물건너 간 셈이다.



(411.4봉 정상)



(봇재)



(봇재다원)



- 삼수마을
관광객들이 돌아 다니는 봇재다원으로 들어가 차밭 따라 올라가다 능선에 붙으니 역시 잡목과 가시나무들이 극성을 부린다.
임도를 지나고 온통 산사면을 차지하고 있는 차밭사이로 가파르게 오르면 무덤 두기가 자리하고 있는 활성산(465.2m)인데 아무런 표식도 없고 바람 결에 낙엽들만 휘날린다.
잡목들을 뚫고 임도로 내려가다 아스팔트 포장 도로와 만나고 이어지는 뚜렷한 산길을 버리고 도로 따라 삼수마을로 내려간다.
마주 보이는 일림산 능선을 바라보며 도로에서 시멘트 길 따라 마을로 들어가다 칼멜사슴농원을 지나고 895번 지방도로를 건너면 올라가는 길이 애매모호하다.
약간 위에 보이는 임도로 들어가 가파른 눈길을 치고 능선으로 붙어 위로 올라가니 418봉이 나오니까 마루금에서 조금 옆으로 잘못 올라간 모양이다.



(무덤만 있는 활성산 정상)


- 일림산
418봉에서 한숨 돌리며 사자산까지만 가기로 결정하고 일림산으로 향하면 등로도 좋고 일반 표지기들도 많이 붙어 있다.
회령 삼거리를 지나고 산죽 지대를 넘어 칼날 같은 암릉길을 통과해 626.8봉에 오르니 거센 바람이 불어오고 삼각점은 확인할 수 없다.
바위 봉우리에 서면 드넓은 평원너머로 일림산이 우뚝 솟아있고 햇빛에 반사되는 보성만과 물위에 떠있는 득량도는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게 보이며 웅치면의 전답들은 평화스럽게 누워있다.
이정표가 있는 헬기장을 지나고 무성한 산죽지대를 올라가면 억새 군락들이 교대로 나타나며 빽빽한 철쭉들은 봄의 향연을 예고한다.
드디어 호남정맥의 최남단에 솟아있는 일림산(626.8m)에 오르니 무덤 한 기와 철쭉 제단이 있고 제암산이 가깝게 보이며 사방으로 펼쳐진 대평원에 가슴이 시원하지만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어오며 몸이 휘청거린다.



(626.8봉에서 바라본 일림산)



(보성만 앞바다)



(일림산 정상)



- 사자산
일림산에서 정맥은 북서쪽으로 꺾어지고 산죽 군락 따라 614봉에 오르면 서쪽으로 방향을 돌리며 나무 계단 길이 이어진다.
이정표가 있는 사거리 안부인 골치를 넘어서니 산속은 점점 어두어가고 바람은 더욱 기승을 부리며 길은 또한 희미해 진다.
산죽 밭을 따라 시멘트 돌기둥이 넘어져 있는 540봉을 넘고 잡목들을 지나 사거리 안부를 넘으면 사자산이 코앞이고 험한 암봉들이 보인다.
억새 사이로 가파른 비탈길을 오르고 너덜들을 밟으며 암릉사이를 통과해서 바위지대를 넘으면 삼각점이 있는 사자산(666m)인데 이어지는 사자두봉이 멋지고 제암산의 정상 암봉이 위압적으로 보인다.
몇년 전 제암산으로 철쭉 구경을 왔을때 이곳에서 사자두봉으로 꺾어지며 호남정맥으로 이어지는 동쪽 능선을 부러움의 눈으로만 바라보았는데 오늘 이 자리에 다시 서니 감회가 새로워 진다.



(골치)



(540봉에서 바라본 사자산)



(540봉에서 바라본 제암산)



(사자산에서 이어지는 사자두봉)



(사자산 정상)



(사자산에서 제암산으로 이어지는 정맥)



- 간재
이제 날은 완전히 어두어지고 세찬 바람 소리는 귓전을 울리며 제암산휴양림이 있는 대산리와 장흥 쪽으로 불빛들이 하나 둘씩 켜지기 시작한다.
소나무들 사이로 미끄러운 암릉을 조심해서 내려가면 눈에 익은 철쭉 길이 나타나고 곧 이정표가 있는 간재가 나온다.
오늘의 일정을 여기에서 끝내기로 하고 장흥공설묘지가 있는 왼쪽방향으로 내려가니 아늑한 길이 이어지고 곧 임도와 만난다.
임도를 가로지르며 얼어붙은 너덜지대를 지나고 임도 따라 계속 내려가면 농가가 나오는데 어느 틈에 큰개 두마리가 푸른 안광을 밝히고 사납게 덤벼든다.
개들을 뿌리치고 내려가다 마침 개 주인이 모는 트럭으로 장흥까지 편하게 나오니 광주 나가는 버스가 바로 연결되고 힘들었던 산행을 비로서 끝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