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남.금남호남.호남정맥

호남정맥 7구간 (천치고개-주월산-방장산-오도치)

킬문 2006. 7. 13. 00:18
2003년 12월 19일 (금요일)

◈ 산행일정
강남터미널(05:35)
광주터미널(09:52)
벌교터미널(11:52)
천치고개(12:58)
571.1봉(13:32)
613봉(14:09)
무남이재(14:25)
주월산(15:12)
배거리재
이드리재(15:30)
방장산(15:57)
파청치(16:26)
335.5봉(16:58)
오도치(17:18)
보성읍

◈ 산행시간
약 4시간 20분

◈ 산행기

- 광주
전주를 지나면서 흩날리던 눈발은 고도가 높은 정읍쯤에서 폭설로 바뀌고 차량들로 뒤범벅이 된 도로를 바라보며 또 다시 불안한 마음을 떨치지 못한다.
무릎부상으로 두어번 가지 못하고 전번에는 존제산에서 헤메다가 홧김에 포기해 버린 호남정맥인데 오늘은 또 눈이 문제가 될 모양이다.
톨게이트 근방에서도 꼼짝하지 않는 차들을 보며 속을 끓이다가 간신히 광주에 도착하니 시커먼 눈송이가 펑펑 쏟아진다.
새하얗게 눈을 뒤집어 쓰고있는 무등산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석거리재를 넘어 벌교로 달려가 미리 전화해둔 택시로 천치고개를 찾아 떠난다.


- 천치고개
예전에는 천치라고 했다는 옥전마을을 지나고 몇가구 안되는 마야마을로 들어가면 잔돌투성이의 묵은 임도가 이어지고 최근에 조성한듯한 천치저수지에는 푸른 물결이 넘실거린다.
웬만큼 올라가다 차를 돌려 보내고 황량한 임도를 따라가면 밭사이로 무너져가는 사당이 눈길을 끌고 원망스러운 존제산 자락이 올려다 보인다.
깨끗한 물이 흘러 내려오는 계곡을 지나고 굽이굽이 휘돌며 빈 폐가들을 지나면 양철문은 바람결에 삐덕거리며 괴기스러운 소리를 질러 걸음을 멈추게 한다.
진땀이 배어 나올쯤 앞이 확 트이는 천치고개에 올라서니 몸을 지탱하기 힘들 정도로 눈보라가 몰아치고 산행준비를 하는 손은 금방 얼어 붙는다.



(사당위로 보이는 존제산)



(천치고개)



- 613봉
눈을 쓰고있는 키작은 소나무들을 지나고 낮은 관목과 억새들을 따라 민등성이 능선을 올라가면 가시들은 마구 찔러대고 바람소리는 윙윙거리며 귓전을 울린다.
삼각점이 있는 571.1봉에 오르니 산등성이를 넘어가던 구름이 걷히며 눈에 덮혀있는 존제산의 넓은 정상이 보이고 다닥다닥 누워있는 선암리의 마을들이 태평스럽게 느껴진다.
관목들을 헤치고 시야가 탁 트이는 능선길을 따라가며 거센 눈보라에 휘청거리는 억새들을 뚫고 쓰다듬는다.
봉우리들을 넘고 바위지대를 통과해 암벽들로 이루어져 수려하게 보이던 613봉에 오르니 삼각점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저수지들과 탁 트인 푸른 바다가 펼쳐져 가슴이 시원해지고 주월산과 방장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도 잘 보인다.



(571.1봉에서 바라본 존제산)



(613봉)



(613봉에서 바라본 주월산과 방장산)



- 주월산
남쪽으로 꺽어지는 정맥을 따라가면 초암산쪽에서 이어지는 흰 밧줄들이 등로에 매여있고 나무들은 모두 베어져 정비가 잘 되어있다.
나무계단을 내려가 글씨없는 이정판이 서있는 무남이재에서 소주한잔 마시고 차가운 밥 한술 뜨니 날은 더 추워지고 성난 바람은 가라 앉을줄 모른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가시밭 길이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잡목들을 베어내고 흰줄로 잘 정리해 놓은 능선을 따라 주월산(558m)에 오르면 초라한 정상에는 아무것도 없고 바로 밑의 활공장에는 체육시설등이 있어 정상을 대신한다.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강풍이 몰아치는 정상에 서면 득량만 앞바다와 바둑판처럼 정리된 광활한 평야가 내려다 보이고 가야할 방장산이 가깝게 모습을 드러낸다.



(활공장이 있는 주월산 정상)


- 방장산
넓은 등로를 따라 왼쪽으로 하산로가 있는 배거리재를 지나고 억새밭을 따라서 사거리안부인 이드리재를 빠른 걸음으로 통과한다.
436봉을 넘고 작은 돌탑들이 있는 넓은 공터를 지나서 억새사이로 삼각점만 있는 방장산(535.9m)에 오르니 존제산은 저멀리 아스라하게 보인다.
좋은 등로를 따라 잔 자갈들이 깔려있는 파청치로 내려가면 등산안내판이 서있고 체육시설이 있으며 이제 서서히 사위가 어두어 간다.
고개를 넘으면 잘 정비된 등로는 없어지고 호남정맥 특유의 잡목과 억센 관목들이 앞을 막고 무정한 나뭇가지는 연신 뺨을 때린다.



(방장산 정상)



(방장산에서 바라본 존제산)



(방장산에서 바라본, 가야할 정맥 )



(남도의 산하)



(파청치)



- 오도치
잡목들을 헤치며 이장한 무덤이 있는 사거리안부를 넘고 철조망을 넘어서 다시 무덤이 있는 사거리안부를 통과한다.
마루금이 북쪽으로 급하게 꺽어지는 335.5봉에 올라서 삼각점은 찾지도 못하고 어두어지는 숲길을 바삐 내려간다.
낮은 봉우리에서 도로를 바라보며 능선은 꺽어지고 아주 미끄러운 진흙길을 나뭇가지를 잡으며 조심스레 내려가면 845번 지방도로상의 오도치이다.
완전충전해서 가져온 휴대폰은 추운 날씨때문인지 먹통이 되어 택시도 못 부르고 지나가는 군내버스도 엉겹결에 놓치고 만다.
어둠속에서 추위에 덜덜 떨다가 마침 올라오는 승합차를 얻어타고 하루밤을 보낼 보성을 향하여 시커먼 고갯마루를 내려간다.



(보성에서 먹은 백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