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남.금남호남.호남정맥

호남정맥 9구간 (제암산-용두산-가지산-장고목재)

킬문 2006. 7. 13. 00:22
2004년 1월 3일 (토요일)

◈ 산행일정
강남터미널(00:55)
광주터미널(04:30)
장흥터미널(07:05)
신기(07:30)
간재(08:07)
곰재산(08:25)
곰재(08:36)
제암산(09:13)
684봉(09:55)
시목치(10:31)
338.6봉(11:20)
367봉(11:55)
만수사임도(12:32)
용두산(13:18)
금장재(14:01)
513.7봉(14:33)
410봉(15:19)
피재(15:35)
사거리안부(16:29)
가지산(16:57)
422봉(17:40)
장고목재(17:47)
월곡마을(18:09)
장흥터미널(19:50)
광주터미널(21:45)
강남터미널(01:30)

◈ 산행시간
약 9시간 40분

◈ 산행기

- 간재
장흥에서 마침 시간맞춰 도착한 군내버스를 혼자 타고 어슴프레 동이 밝아오는 신기마을에서 내린다.
넓은 길을 올라가다 전에 내려오며 만났던 사나운 개 두마리를 다시 물리치고 임도를 가로 지르며 멋지게 솟아있는 사자두봉을 바라본다.
새들이 지저귀는 산죽지대를 따라 간재로 올라서니 맑은 하늘아래 사자산은 우뚝하고,장흥시내와 저수지들은 반짝거리며, 철쭉과 억새들 사이로 바위들과 함께 서있는 푸른 소나무들이 아름답게 보인다.
이 호남땅을 밟기위해 밤을 세워 힘든 길을 왔건만 이렇듯 아름다운 산하를 보고 있자니 기운이 샘솟고 억눌렸던 가슴이 뻥 뚫린다.



(간재)



(제암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 제암산
낮은 철쭉들 사이로 "철쭉공원" 이정석이 서있는 곰재산(629m)에 오르면 제암산은 바로 앞에 솟아있고 일림산을 넘어 달려오는 정맥길에는 밝은 햇살이 비추고 있다.
몇년전 봄이던가 철쭉 구경온 경상도 아주머니들에게 얼음띄운 동동주를 맛나게 얻어마셨던 그 암릉을 내려가며 눈부신 향연을 기다리는 철쭉들을 어루 만진다.
공설묘지와 제암산휴양림을 잇는 곰재를 넘으면 가파른 오름길이 이어지고, 돌탑이 서있는 778봉에 올라서니 거센 바람이 땀방울을 식혀주며 통신시설물 너머로 대평원이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허옇게 서리가 앉아있는 암릉을 돌아 제암산(807m) 정상에 오르면 사방이 훤히 트여서 지나온 정맥의 산줄기는 물론이고 월출산으로 뻗어나가는 땅끝기맥의 줄기들도 가늠되며 시목치를 넘어 용두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도 뚜렸하게 보인다.



(곰재산)



(일림산에서 이어지는 능선)



(곰재)



(778봉에서 바라본 제암산)



(제암산)



(제암산 정상)



(제암산 정상)



- 시목치
바람이 휘몰아치는 정상을 조심스레 내려와 미끄러운 암릉길을 통과하고 철쭉으로 예쁘게 단장했었던 암봉들을 바라보며 특이하게 생긴 선바위를 지난다.
지나왔던 정맥길을 바라보면서 시원하게 이어지는 억새길을 내려가면 저수지들은 반짝거리고 발아래로 남도의 산하들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655봉을 넘고 암릉들을 지나서 684봉(작은산)에 오르면 웅치면 일대가 잘 보이고 가야할 방향으로 송전탑 하나가 목표가 되며 다른 각도로 바라보는 제암산의 암봉은 더욱 우람하게 보인다.
잘 뚫린 등로를 지나며 무덤들을 여럿 지나고 좌우로 나있는 일반등로를 넘어서면 잠시 까시나무와 잡목들이 성가시게 한다.
잡목들을 헤치며 2번국도가 지나가는 시목치(220m)로 내려가니 지명석이 서있지만 이름대로 감나무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시목치로 이어지는 능선)



(제암산에서 시목치로 이어지는 능선)



(시목치)



- 만수사임도
고개를 넘어 희미해진 산길을 올라가면 호남정맥 특유의 까시나무들과 잡목들이 나타나고 낮게 이어지는 봉우리에 올라 힘 빠지기 전에 간식을 먹어둔다.
나무들을 베어 놓아서 길이 없어진 벌목지대를 지나고 전망대같은 바위에 오르니 만년리 일대의 전답들과 2번국도가 잘 보이고 지나온 제암산은 더욱 인상적으로 올려다 보인다.
깃대가 쓰러져있는 338.6봉에 오르니 삼각점이 있던 곳에는 구덩이만 패여있고 암봉으로 이루어진 369봉을 넘으면 정맥은 서쪽으로 방향을 돌리며 그 끝에 용두산이 보인다.
첨탑처럼 뾰족하게 솟아있는 367봉을 넘고 왼쪽으로 벼랑을 이룬 널찍한 바위지대를 통과해서 모처럼 굵직굵직한 노송들이 많이 서있는 능선을 오른다.
임도로 내려가면 한쪽은 생활쓰레기가 잔뜩 쌓여있어 눈살이 찌푸려지지만 청색지붕이 내려다 보이는 만수사쪽으로는 푸르른 대밭이 산뜻하게 펼쳐진다.



(용두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


- 용두산
널찍하게 자리잡은 호화분묘를 지나고 숨가뿌게 이어지는 가파른 산길을 천천히 올라가면 봄날처럼 따뜻한 날씨에 진땀이 배어난다.
전위봉격인 456봉에 오르니 그제서야 용두산이 앞에 우뚝 솟아있고 정맥은 오른쪽으로 꺽어져 무덤들을 여럿 지난다.
고유번호들이 쓰여있는 헬기장을 두번 지나고 정상석이 있는 용두산(551m)에 오르니 나뭇가지 사이로 제암산에서 이어지는 정맥이 잘 보인다.
흠뻑 젖은 옷가지를 벗고 점심을 먹으며 정상주도 한잔 마시니 그래도 겨울인지라 땀이 마르며 추위는 몰려오고 바쁜 일정에 얼른 엉덩이를 털게 된다.
임도들을 계속 넘고 금자리와 이어지는 금장재로 내려서니 자갈깔린 넓은 임도에는 따뜻한 햇살이 내려오고 부드러운 바람만이 살랑거린다.



(용두산 정상)


- 피재
금장재를 지나 471봉을 넘어서니 나무들은 온통 베어져 차곡차곡 쌓여있고 아까부터 들려오던 전기톱의 주인공인 젊은 부부가 산삼 캐러 왔냐며 인사를 건넨다.
헬기장으로 되어있는 511봉을 지나고 역시 넓은 헬기장에 삼각점이 있는 513.7봉을 넘으니 또 다른 헬기장이 나오는데 잡목들이 무성하고 명감덩굴이 극성스럽다.
잡목들을 헤치다 반대에서 오던 한 엽사를 만나는데 멧돼지를 잡는다고 하지만 총 하나만 달랑 들고 사냥개 조차도 없으니 꽤나 어설프게 보인다.
사거리안부를 연신 넘고 410봉에 오르면 피재로 넘어가는 도로와 차량들이 잘 보이고 가야할 가지산이 앞에 우뚝하게 서 있다.
잡목과 까시나무들을 헤치며 384봉을 넘고 큰 무덤사이로 내려가면 유치면과 장평면의 경계가 되는 839번 지방도로상의 피재이다.



(513.7봉 정상)



(피재)



- 가지산
표고버섯 재배지를 지나 시멘트임도를 따라가면 종중묘지가 나오고 후손의 조상섬김을 누누이 강조하는 비석이 서있어 걸음을 멈추게 한다.
무덤들을 계속 지나며 가파른 능선을 따라 405봉을 오르고 좌우로 보림사와 보광사를 잇는 뚜렸한 사거리안부를 넘는다.
잡목들 사이로 시야가 트이는 암봉에 오르니 가지산의 세 암봉들이 멋지게 보이고 무성한 산죽숲을 따라 가파른 등로가 이어진다.
장평 이정표가 서있는 안부에서 왼쪽으로 잠시 오르면 정맥에서 벗어나 있는 가지산(509.9m)인데 정상판이 있는 암봉에 서니 조망이 너무나 좋아 멀리 제암산에서 이어지는 정맥의 흐름이 한눈에 들어오고 유치면과 장평면 일대가 훤하게 내려다 보인다.
두번째 암봉을 지나고 세번째 암봉에 오르니 정상석이 서있어 잠시 혼란이 오지만 내려오면서 거듭 확인해도 첫번째 봉우리가 더 높아 보인다.



(가지산)



(가지산 정상)



(정상석이 서있는 가지산의 세번째 암봉)



(제암산에서 가지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 장고목재
안부로 돌아와 산자락으로 거의 모습을 감추고 있는 태양을 바라보며 바삐 산길을 올라가면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다.
산죽들을 베어내고 정비가 되어있는 등로를 내려가니 오른쪽으로 병동마을이 잘 보이고 예상외로 깨끗한 포장도로가 시원스럽게 뚫려 있다.
소나무들이 서있는 422봉을 넘으면 삼계봉과 깃대봉과 국사봉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이 잘 보이고 산허리를 감도는 임도가 이제는 반가워진다.
통나무계단을 지나고 뚝 떨어지는 산길을 따라 이정표가 서있는 장고목재에 내려서니 비로서 어둠이 스멀스멀 몰려오기 시작한다.



(어둠에 덮힌 장고목재)


- 병동리
억새가 무성해서 가을이면 꽤 운치가 있을 임도를 따라 반짝거리는 마을의 불빛을 보며 어두어진 산을 천천히 내려간다.
20여분 걸려 서너가구뿐인 월곡마을로 내려가니 주민이 태우는 모닥불이 따뜻하게 보이고 나무타는 냄새가 정겹게 느껴진다.
새로 만든 아스팔트도로를 1km정도 터벅터벅 걸어 내려가면 군내버스가 들어오는 병동마을인데 역시 몇가구 되지도 않고 불 켜져있는 집도 드물다.
컴컴한 정자에 홀로 앉아 있으면 추위는 매섭게 몰려오고 소주를 마셔가며 40여분 덜덜 떨고 있으니 마지막 군내버스가 불을 밝히고 마을로 들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