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맥

한강기맥 5구간 (응곡산-작은삼마치-오음산-삼마치)

킬문 2006. 7. 13. 14:24

2002년 1월 19일(토요일)

◆ 산행일정
새목이(08:35)
덕구산(09:26)
개고개(10:32)
응곡산(10:51)
속초리임도(12:03)
만대산(12:27)
741.1봉(14:25)
작은삼마치(14:55)
군부대(16:44)
오음산(17:10)
삼마치(18:42) 

◆ 동행인
안일준, 권태진, 이동건, 송재설, 강환구, 초두로

◆ 산행시간
약 10시간 07분

◆ 후기
의정부 장암역에서 첫 전철로 상봉역에 도착하니 6시1분, 약속한 시간에 가기 위해 열심히 걸어 상봉터미날에 도착하니 아직 두분이 안오셨단다.
오늘의 구간이 짧지가 않아 걱정을 하다 늦은 두분을 태우고 6시 40분이 되어서야 승합차는 출발한다.
교문리에서 6시부터 기다리다 온몸이 허였게 얼어버린 송재설님을 태우고 차는 다시 출발하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그 재미없는 군대 이야기가 나오고 완전히 준치님의 군생활 파노라마를 보는듯 생생하게 들린다.
역시 대장은 체력도 좋고 판단도 빨라야 하지만 그보다도 이렇게 이야기도 재미있게 잘해야 하는 것 같다.
권태진님과 주고 받는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느덧 홍천, 아침식사를 못하신 준치님은 가게에서 잽싸게 김밥 한줄을 사 오신다.
구불구불한 국도를 올라 차를 세우니 전에 내려왔던 새목이고개이고 임도설명판이 반갑게 맞아준다.(08:25)
눈은 별로 없는것 같은데 다들 스패츠를 착용하고 산행준비에 바쁘지만 나는 그냥 입고 온 그대로 올라 가기로 한다.
가다가 더우면 벗고 눈 많으면 그때 스패츠 하면 되리라...

고개 정상에서 잡목사이의 희미한 길을 오르면 (08:35) 점차 길이 뚜렸해지고 광인의 "산가사"표지기 한개가 걸려 있다.
북으로 약간 꺽어지는 능선을 찾아 오르니 평탄한 길이 이어지고 눈은 예상외로 등산화에 밟힐 정도로만 약간 쌓여 있다.
마음 속으로는 바삐 서두르지 않으면 삼마치까지는 어림도 없고 작은삼마치에서 내려와야 할 것같아 처음부터 선두로 나와 빠르게 내달린다.
작은 봉우리들을 몇개 넘고 앞에 보이는 덕구산을 향하면 가파른 능선이 기다린다.
점차 많아지는 눈속에 미끄러지고 구슬땀을 흘리며 덕구산(652.2m) 정상에 오른다.(09:26)
한번도 쉬지않고 계속되는 오르막을 올라 오는 대원들의 얼굴에 진땀이 흘러 홍일점인 초두로님은 잘 따라 오실까 걱정이 앞선다.
정상에서는 406번지방도로가 발아래에 있고 발교산과 병무산의 굵직한 능선이 가깝게 보인다.

잠시 쉬고 다시 내달리기 시작한다.
잡목들을 뚫고 한동안 내려 가면 넓은 헬기장이 나오고 이곳에서 북쪽으로는 수려하게 보이는 산봉들이 눈길을 끄는데 바로 공작산(887.4m)이다.
봄같은 날씨는 따뜻하기도 하지만 대기가 맑고 깨끗해 사방으로 조망이 좋고 봉우리들 사이로 운해들이 펼쳐져 아름다운 경관을 보인다.
홍천에서 시작해 공작산을 오르고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응봉산(868m)을 거쳐 솔재로 내려서는 산행도 좋을 것같다.
여기처럼 인적이 드물고 깨끗한 산줄기를 마음껏 즐길 수 있으리라...
공작산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선두는 다시 부리나케 달리기 시작한다.
눈이 조금씩 녹아 물기가 많은 길을 한동안 따라가니 산불감시초소가 나오는데 뒤에서 오던 단풍님이 소주병 한개를 주우신다.
아주 큰 더덕이 두뿌리나 들어있는 진짜 술이다. 누군가 일부러 두고 갔나?
일단 배낭에 찔러 넣고 나중에 마시기로하는데 귀한 더덕주가 생겼으니 술 좋아하는 산객들에게는 마치 횡재한 기분이 든다.

고도가 낮아지는 길을 내려가면 마을들이 내려다 보이고 개짖는 소리가 바로 옆에서 나는듯 가깝게 들린다.
계속 내려가니 음푹 패인 안부에 닿는데 여기가 개고개이고 좌우로 길이 확실하며 마을이 아주 가깝다.(10:32)
안부부터는 오르막 길이 계속 되는데 7-8개의 작은 봉우리들이 줄을 지어 이어진다.
노송들이 자주 나타나는 숲을 지나 가파른 경사면을 치고 오르면 응곡산(603.7m)정상이다.(10:51)
삼각점이 있는 정상에서 조금 기다리니 뒷분들이 오시는데 약간 지친 기색이 보이는 분도 계시다.
권태진님이 갖고 오신 포도주를 돌려가며 마셔보니 역시 술맛이 일품이다.

게다가 대구포에 고추장까지...
전에는 아주 감칠 맛나는 솔잎주를 가져오신 적이 있는데 산에서는 항상 얻어만 먹어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응곡산을 지나면 굴곡없는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좋은 길을 빠르게 내딛다 보니 나무에서 녹아 내리는 눈이 마치 봄비처럼 떨어져 몸을 적신다.
몇개의 봉우리들을 넘어가다 보면 멀리에 눈덮인 임도가 보이기 시작한다.
뚜렷한 능선을 따라 한동안 내려가니 임도가 나타나고 급경사 절개지를 피해 우측으로 우회하여 내려오가면 속초리 임도가 나온다.(12:03)
다른 분들의 글에는 야생동물들의 이동통로가 놓여 있다고 했는데 주위를 둘러봐도 그런 것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잘못해서 다른 능선으로 내려온 것인가?
자연 휴식년제라고 쓰여있는 안내판을 지나 다시 힘겨운 오르막을 오른다.

미끄러운 길을 나뭇가지를 잡아가며 오랫동안 올라 별 다른 특징 없는 뭉툭한 만대산(680m)에 닿는다.(12:27)
좌우의 갈림길에서 오른쪽 능선으로 내려가다 보니 멀리 반원을 돌면서 뚝 떨어지는 길이 확신이 서지 않아 일행들의 의견이 제각기 갈려진다.
준치님은 왼쪽이라고 하시며 세분이 옆으로 보이는 능선으로 가는데 아닌 것같아 나머지 사람들은 중간에 연결되는 능선 같은 곳으로 내려가 본다.
한참을 내려 가며 측면에서 보니 아니나 다를까 역시 처음에 가려 했던 능선이 맞는 길이다.
힘들지만 다시 올라와 주능선을 가는데 준치님과 몇분들은 멀리 떨어진듯 보이지 않아 소리를 질러 빽하게 한다.
바람이 덜한 곳에서 라면을 끓이며 점심을 준비하고 뒷분들을 기다린다.
라면에 어묵과 소세지 만두를 넣고 잡탕을 만들고 있으니 준치님이 오시는데 많이 내려 갔다가 되돌아와서인지 아주 힘들어하시고 안색이 별로 안좋아 보인다.
단풍님이 가져오신 과실주(모과?, 매실?)를 한잔씩 마시는데 이것이 너무 오래되어 완전히 식초를 탄것 처럼 신맛이 난다.
다들 광인님이 드시기에 좋은 술이라고 하며 남겼다가 갖다 주자고 하신다.
뭐 광인에게 딱 맞는 초라나...

식사를 끝내고 앞으로 우뚝 솟아있는 오음산을 바라보며 금방 가겠다고 힘을 북돋우지만 준치님, 청계산님, 초두로님은 힘들어서 작은삼마치에서 끊는다고 하시고 나머지 네명만 계획대로 삼마치까지 가기로한다.
포만감이 들 정도로 많이 먹고 오르는 눈길은 더욱 힘들고 부담스러워진다.
미끄러운 암릉을 피해 급사면을 우회해서 올라가면 다시 땀이 나기 시작하고 몸이 풀린다.
봉우리를 거푸 두개 넘으니 암릉들이 자주 나타나고 험해지기 시작한다.
편히 갈 수 있는 우회길을 버리고 일부러 암릉의 날등을 따라 조심해서 노송들이 서있는 741.1봉에 오르니 일반 산악회의 표지기들도 간간이 보이는 것이 찾는 사람들이 꽤 있는 모양이다. (14:25)
이곳에서 서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작은 봉우리에 오르면 기맥은 남쪽으로 급하게 휘어지며 갈림길이 자주 나타난다.
멀리 지나가는 중앙고속도로를 쳐다 보며 하산로를 한동안 내려가면 절개지가 나오고 우측으로 우회해 조심해서 내려가니 작은삼마치이다.(14:55)
밑으로 삼마치 터널이 지나가는 고개에는 야전공병단이 세운 표시석이 서있고 시멘트로 만든 모형탱크가 서있어 눈길을 끈다.

아까 주운 더덕주를 마시며 후미를 기다리다가 확인전화를 하니 선두만 삼마치로 가고 나머지는 작은삼마치에서 하산한다고 하신다.
술을 다 비우고 권태진님, 단풍님, 송재설님 이렇게 네명만 오음산을 향하여 오른다.(15:05)
더덕주를 연료 삼아 지친 몸을 보충하고 좌측 사면으로 오르니 군교육장들이 나온다.
한동안 올라 벌목돼 있는 작은 봉우리를 지나면 능선은 오른쪽으로 휘어지다 뚝 떨어지고 정면으로는 군부대와 오음산이 높게 서있는데 가파른 급경사면을 보니 저절로 힘이 빠진다.
눈이 많이 쌓인 길을 이리저리 오르니 미끄러워서 자주 넘어지고 나뭇가지를 의지하며 힘든 몸짓을 되풀이 한다.
온몸으로 비지땀을 흘리며 올라가다 뒤돌아보면 뒤에 오는 대원들의 힘들어하는 발걸음이 안타까워 보인다.
힘겹게 봉우리에 오르지만(15:51) 다시 더 높은 봉우리가 기다린다.
지친 발걸음으로 터벅터벅 천천히 올랐다가 내려가면 군사도로와 만나지만 다시 기맥의 능선을 따라 산으로 붙는다.
봉우리를 내려가니 다시 도로와 만나고 이제 능선으로는 길이 없어 시멘트 도로를 따라간다.
한동안 비탈길을 올라 부대 앞까지 가니 군인들이 부르는 소리가 들리지만 못들은척 올라가니 군인 한명이 뛰어 내려온다.
군지역이라 못간다고 하는 것을 탈진해서 도저히 돌아갈 수 없다고 하니 소대장에게 물어 보더니만 철조망 옆으로 가라고 보내준다.

비탈을 올라 부대 왼쪽을 싸고 있는 철조망으로 올라가면 고행의 길이 시작된다.
이중으로 철조망이 쳐져있는 곳을 조심해서 4-5분 오르면 905봉을 거쳐 하창봉리로 빠지는 산봉이 뚜렸하지만 주능선은 오른쪽으로 꺽이며 부대를 다시 우회해야한다.
잡목들이 꽉찬 곳을 철조망을 잡아가며 이리저리 통과하고 바위들을 기어 오르니 나뭇가지가 길을 막고 튀어나온 철조망이 배낭을 잡아챈다.
철조망 사이로 손가락을 걸어 몸을 지탱하고 수직절벽을 통과하면 긴장이 되고 온몸으로 식은땀이 흐른다.
조금 더 오르면 철조망은 끝나고 나무를 깍아 막아 놓은 방책지대를 넘으니 이제 위험구간은 끝난다.
눈길을 약간 내려가면 왼쪽으로 사기전골로 내려가는 하산로가 보이고 표지기들이 많이 붙어있다.
이제 오음산은 눈앞에 가깝게 보이지만 100여미터의 급경사면은 탈진한 산행객들에게는 정말 힘든 길이다.
마지막 기운을 짜내고 양다리에 힘을 주어가며 한걸음 한걸음 올라 오음산(930.4m) 정상에 닿으니 작은 이정표도 걸려있고 큰 바위에 페인트로 오음산이라 쓰여 있다.(17:10)

이제는 일반 등산로가 뚜렸하고 정비가 잘 되어있으니 설사 해가 진다해도 겁날 것이 없다.
바위위에 앉아 초코렛과 이온음료를 먹고 힘을 보충하며 거대한 군부대와 철조망을 따라있는 수직절벽을 보면 저 험한 곳을 어떻게 통과했는지 새삼스러워진다.
잠시 쉬고 내려가니 표지기들도 많이 붙어 있고 등로도 뚜렸하지만 노송들이 많이 서있는 곳에서 엉뚱한 길로 내려가다  눈길을 트레버스해서 다시 주능선으로 붙는다.
점점 어두어지는 눈길을 계속 내려가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표지기를 확인하고 우측으로 급하게 꺽이는 등로로 내려선다.
이제는 완전히 어두어진 길을 한동안 내려가며 보니 왼쪽으로 아주 뚜렸한 능선이 보이는데, 권태진님은 벌써 내려갔고 나머지 세명만 정확한 능선을 찾으려는 욕심으로 랜턴을 켜고  힘들게 올라간다.
땀을 뻘뻘 흘리며 주능선 같은 곳을 따라 가다보니 길은 없어지고 발밑으로는 자동차의 불빛들만 어지럽게 보인다.
군 교통호와 수직 절개지를 만나 우측으로 눈길을 따라 내려가니 처음 내려오던 길과 만나고 권태진씨가 걱정이 되어 랜턴을 켜고 기다리고있다.
절개지 때문에 우회하는 길을 생각 못하고 20여분을 헤메고 고생만 한 셈이다.
임도를 조금 내려가면 옛 도로가 나오고 계속 내려가 횡성과 홍천을 잇는 5번국도상의 삼마치고개에 도착한다.(18:42)

승합차에 오르니 먼저 내려오신 세분은 대강 딱고 아주 단정한(?) 모습으로 기다리고 계신다.
조금이라도 제능선을 찾는다고 어둠속을 헤메였던 무모함을 주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차는 벌써 홍천을 지나고있다.
양덕원의 허름한 정육점식당으로 들어가니 준치님이 물수건도 손수 가져 오시고 밖에 나가 막걸리도 사 오신다.
대장이 완주를 못했으니 당신이 해야한다나... 참 대장하기도 힘들다.
가뜩이나 요즘 몸도 안좋으신데...
어쨌든 시원한 막걸리로 무사산행을 자축하고 생삼겹에 참이슬로 허기를 달랜다.
오늘 같은 힘든 산행을 끝내면 모르긴 몰라도 체중이 많이 빠지고 체내의 지방도 부족할테니 삼겹살이 제격인것 같다.
단풍님의 술잔은 바닥에 구멍이 났는지 계속 비어 있고 참이슬 몇병이 금새 사라져 버린다.
아쉽지만 대강 끝내고 차에서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니 어느덧 상봉동에 도착한다.
단풍님은 약간 취하신 것같아, 차안에 이리저리 펼쳐놓은 짐들을 배낭에 챙겨 드리며 조심해서 가라고 거듭 말씀드리고 권태진님과 지하철 역으로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