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맥

한강기맥 3구간 (구목령-덕고산-운무산-먼드래재)

킬문 2006. 7. 13. 13:15

2001년 12월 22일 (토요일)

 

◆ 산행 일정
배나무골(02:00)
구목령(03:27)
덕고산(07:14)
1080봉(08:48)
1031봉
봉막재
959봉
777봉
보리울임도(11:54)
원넘이재
운무산(13:38)
860봉(14:15)
717.6봉
먼드래재(15:55)

 

◆ 산행시간

약 13시간 55분

 

◆ 동행인
안일준, 송재설, 강환구

 

◆ 후기
별이 초롱초롱한 꼭두새벽 2시에 배나무골에서 임도를 올라간다.
꼬불꼬불한 임도를 한동안 가다가 선두가 갑자기 절개지를 올라가서 멋모르고 따라간다.
눈덮힌 절개지를 바위와 나뭇가지를 잡으며 한참 올라가다 밑을 보니 까마득한 절벽으로 오르고 있는데 다시 내려갈 엄두도 나지 않는다.
다행히 쓰러진 나무들이 많아서 옆사람의 도움을 받으며 나무뿌리와 얼어붙은 흙더미를 잡고 간신히 올라가지만 미끄러져 떨어질까 봐 다리가 후둘후둘 떨린다.
수십미터는 올라가 임도와 만나니 앞장섰던 사람은 시간을 절약하느라 일부러 절개지를 올랐다고 하는데 자칫하면 사람 잡을 일이라 식은 땀이 난다.

 

구목령에서 산으로 들어가면 눈은 발목을 덮고 길은 희미해서 찾기가 힘들다.
봉우리에서 한참을 내려가다 길이 없어 올라오고 표지기가 붙은 오른쪽으로 방향을 꺽는다.
다시 산죽군락지를 통과하는데 선두는 뭐가 급한지 지형도 안 살펴보고 무조건 앞으로 뛰어 나간다.
길이 없어져서 나침반을 보니 기맥과는 정반대인 북쪽으로 가고있다.
길을 찾으며 남쪽으로 돌아서면  키를 넘는 조릿대 숲속에서 눈은 정강이까지 빠지고 쓰러진 나무에 발이 걸려 넘어지며 우왕좌왕한다.
한동안 헤메다가 간신히 잔디밭산악회의 분홍 리본을 발견하고 정확한 방향을 잡지만 꽤 많은 시간과 체력을 소모했다.
이렇게 길도 희미하고 눈도 덮힌 조릿대지역에서는 대낮이라도 신중하게 운행해야하는데 왜 이리 서두르는지 한숨이 나온다.

 

눈길을 밟고 오르막길을 한동안 올라가면 산정산악회의 정상판이 걸려있는 덕고산(1125m)이 나오는데 아침이 서서이 밝아오며 태기산 군부대의 불빛이 훤하게 보인다.
아름답게 피어있는 눈꽃을 보며 1080봉(화채봉)을 우회하고 라면을 끓여 아침을 먹는다.
능선갈림길인 1031봉에서는 눈을 허옇게 뒤집어쓴 봉복산이 왼쪽으로 가깝게 보이고, 오른쪽으로 꺽어져서 조릿대 사이로 희미한 길을 이어간다.
안부를 넘고 959봉을 지나면 암릉들이 자주 나타나고 노송들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모습을 보인다.

777봉을 넘고 한참 내려가니 하산길 같아 올라오지만 북서쪽으로 보이는 운무산을 갈 수가 없어 오르내리며 길을 찾는다.
선두가 다시 777봉으로 돌아가더니 산밑으로 내려가서 운무산까지 능선을 이어야한다며 막무가내로 내려간다.
길이 아니라고 소리치다 할 수없이 따라가니 아까 헤메던 곳에서 푹 꺼진 능선이 운무산으로 연결되는 것이 보인다.
그러니까 아주 가파른 사면을 치고 내려가야 능선이 연결되는데 마치 길이 없는 것처럼 보여서 찾지를 못한 것이다.

완전히 산을 내려가 보리울임도에서 기다리는 일행들과 점심을 먹고 안부를 향해 올라가 능선으로 붙는다.

가파른 오름길이 시작되고 큰 암봉들이 연이어 나타나 바위들을 타고 힘겹게 오른다.
정상 바로 전의 멋있는 암봉에 올랐다가 운무산(980.3m)에 오르니 사위가 트여 조망이 시원하고 드넓은 수림의 바다가 물결치듯 몰려온다.
급경사 내리막 길을 내려가 860봉에 가면 이정표가 서있고 옆에 치마바위가 있지만 여유가 없어 가보지는 못한다.
오르락 내리락하면서 노송들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암봉들을 연신 넘는데 참으로 보기가 좋다.
717.6봉에서는 기맥이 서남쪽으로 꺽이며 능선이 점차 완만해지고 소나무길을 한동안 내려가면 414번지방도로가 지나는 먼드래재이다.
후미를 기다리며 추위에 떨다가 뒤늦게 온 승합차를 타고 막걸리 한잔으로 힘든 산행을 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