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Ⅰ)

포천의 낮은 산들 (금주산-관모봉-관음산-사향산)

킬문 2006. 7. 15. 12:44
2000년 12월 14일 (목요일) 

◆ 산행일정
의정부터미널(06:15)
만세교(06:57)
금룡사입구(07:15)
금주산(07:59)
금주리하산로(08:50)
568봉
곰넘이봉(09:39)
549봉(10:28)
새닷이재(10:50)
관모봉(11:30)
풍월산(12:00)
성동리(12:55)
주능선(13:55)
관음산(14:55)
낭유고개(16:00)
사향산(16:52)
낭유고개(17:31) 

◆ 산행시간
약 10시간 34분 

◆ 후기
이른 새벽부터 일어나 배낭을 정리하고 라면으로 아침을 먹는다.
의정부터미널로 나가 6시 15분발 철원행 첫 버스에 오르니 버스는 어두운 밤을 뚫고 쏜살같이 달려 만세교 삼거리에 도착한다.(06:57)
검문소를 뒤로 하고 오른쪽으로 37번국도로 접어들면 동트기전의 차가운 공기가 살속으로 파고들기 시작하고 빠르게 지나치는 트럭들이 일으키는 광풍에 모자는 몇번이고 날라간다.
금룡사입구에 도착하니 여명이 밝아오며 주위의 윤곽이 점차 뚜렷해진다.(07:15)
잘 딱여진 도로를 걸어 들어가면 가파른 시멘트계단길이 시작되고 이길은 산중턱의 금룡사 대웅전까지 계속된다.

대웅전 들어서기 전에 붙어있는 여러 표지기중에서 뒷면에 볼펜으로 쓰여있는 無所有修行의 글씨가 보인다.
올 5월의 천보산맥산행때 처음 보았고 죽엽산에서도 보았는데 반갑기도 하고 누군가 궁굼하기도 하다.
대웅전을 지나고 거대한 미륵불상을 보고 나면 바로 가파른 등산로가 시작된다.
꼬불꼬불한 급경사 산길을 나뭇가지와 돌들을 잡으며 오르고 울퉁불퉁하게 미끄러운 암릉을 조심해서 지난다.
금주산(569.2m)에 오르면 이미 일출이 시작되고 눈을 뜨기도 힘들 정도의 붉고 강렬한 햇빛이 온 산을 밝혀준다.(07:59)
좁은 정상에서는 동쪽으로 뻗어나가다 북쪽으로 굽이쳐 흐르는 여러 능선봉들이 장쾌하게 보이며 멀리 북쪽으로는 정상직전에서 쑥 패였다가 솟구쳐 오르는 관모봉이 아스라하게 보이고 정상의 군부대도 관찰된다.

뚜렸한 등로를 내려가니 주위의 숲풀들은 말라 바스락거리고 서리 덮힌 돌들은 미끄러워서 조심스러워진다.
정상에서 조금 지나면 금주리 하산로가 바로 보이며 낮은 봉우리들을 몇개 넘고 잡목과 숲풀사이로 좁은 산길을 오랫동안 걸어가면 금주리기도원으로 내려가는 또 다른 하산로가 나타난다.(08:50)
연속적으로 나타나는 암릉들을 통과하고 소나무들이 곳곳에 서있는 큰 암봉을 오르면 568봉이다.(09:04)
급경사의 내리막길을 내려가 숲이 울창한 안부를 넘고 가파른 오르막을 지나면 넓은 공터가 있는 곰넘이봉(600m)에 오른다.(09:39)
정상에 서면 양쪽으로 금주리와 일동리의 마을들이 발아래에 보이며 원통산을 거쳐 운악산으로 이어지는 한북정맥의 줄기가 아주 가깝게 다가선다.

봉우리를 내려와 다소 희미해진 등산로를 따라 북서쪽으로 향하면 드문드문 표지기들이 달려있다.
잡목사이로 낙엽이 두텁게 깔린 어둡고 좁은 길을 걸어가니 인적은 없고 새소리만 요란하다.
잠시후 등로옆에 깊게 입을 벌리고 있는 수직동굴들이 여러개 눈에 띤다.
어떤곳은 10여미터이상 직각으로 패여 있어서 실수로 빠졌다가는 주위의 도움없이는 나올 수 없는 위험한 곳이다.
발목까지 빠지는 낙엽을 밟으며 잡목숲과 넝쿨지대를 통과하고 암봉을 우회한다.
지루한 숲길을 한동안 따라가면 갑자기 넓어진 임도가 나오는데 새닷이재이다.(10:50)
임도를 따라 올라가면 꽤 넓은 공터와 헬기장이 나오는데 정면의 작은 봉우리로 오르는 능선을 타고 넘으면 양문리로 빠지고 오른쪽으로 휘어지며 이어지는 임도가 풍월산쪽이다.
헬기장에서 바로 위에 보이는 관모봉(584m)으로 올라가 보지만 정상의 군부대에 막혀서 내려온다.(11:30)

헬기장에서 길을 확인하느라 20여분을 허비하고 임도를 따라 산사면의 어둡고 축축한 길을 걸어 올라간다.
넓은길을 계속 따라가니 길은 이내 좁아지며 산속의 능선길로 합쳐진다.
작은 봉우리들을 넘고 진땀을 흘리며 가파른 낙엽길을 오르면 풍월산(484m)에 닿는다.(12:00)
바위에서 바람이 나온다고 하는 산인데 정상은 별로 특징이 없는 봉우리이며 나무가 빽빽해 조망도 트이지 않는다.
정상에서 서쪽으로 능선길이 보이지만 양문리로 빠지는듯 하고 표지기가 달려있는 북쪽길로 접어든다.
등산로는 더욱 희미해지지만 간간이 보이는 노원구청산악회의 표지기가 길을 인도한다.
지루한 능선길을 계속 타고 내려가면 간벌을 해서 나무들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는 지역이 나온다.

능선 오른쪽 아래로는 넓은 평지에서 밭을 가는 트랙터가 보이고 계속 능선을 따르니 참호와 교통호들이 나타난다.
대개는 교통호를 따라 길이 있는 법이어서 의심하지 않고 가파른 경사길을 내려가 보지만 이내 길은 없어지고 가파른 사면이 나타나며 옆에 보이는 능선으로 건너가 다른 교통호를 타고 내려가 보아도 마찬가지이다.
올라가기에는 너무 많이 내려왔고 발밑으로는 오늘 건너야 하는 영평천이 내려다 보인다.
할수없이 울창한 나뭇가지들을 잡고 의지하며 검은 돌멩이들이 잔뜩 박혀있는 급경사 사면을 최단거리로 내려간다.
마른 나뭇가지와 넝쿨들에 긇히고 찔리며 몇번을 미끄러지고 내려가면 작은 개울이 나오고 말라 비틀어진 넝쿨지대를 뚫고 통과하니 넓게 물이 흐르고 있는 영평천이 보인다.
영평천을 따라 왼쪽으로 약간 올라가면 기도원 올라가는 길이 있고 개천을 건널 수있는 다리도 보인다.
다리를 건너면 관음산등산로가 있는 성동리 파주골이다.(12:55)

이곳은 손두부가 유명한 곳이라 식당들이 많고 관광버스들도 몇대 서있다.
파주골 손두부집 옆의 공동화장실쪽으로 마을로 들어가는 진입로가 있다.
마을을 지나서 흑염소방목장의 철조망을 넘고 폐광터를 지나 좁은 오솔길을 오르면 길바닥에는 온통 염소 똥이 널려있다.
좁은 산길에서 마주친 흑염소 한마리가 서서 빤히 쳐다 보더니 다가서자 길옆의 내리막으로 쏜살같이 도망친다.
능선을 올라가 바람이 약한 숲에 앉아 빵과 우유로 점심을 먹으면 봄날처럼 따듯하고 대기는 아른아른하다.

다시 가파른 등산로를 따라가니 군시설물이 나타나고 철조망을 따라 올라가면 주능선에 이른다.(13:55)
능선길을 오르면 우거진 억새와 키높은 마른 잡초들을 지나고 잣나무숲도 통과한다.
급경사길은 없지만 낮으막하게 오르내리는 봉우리가 계속되어서 지친 몸이 더욱 힘들어진다.
완만한 능선을 한동안 오르면 산정리로 하산하는길이 갈라지고 좁은 숲길을 지나서 전체가 벙커로 만들어진 관음산(733m)에 오른다.(14:55)
정상에서는 북쪽으로 산정리로 내려가는 계곡과 마을들의 모습이 보이고 북동쪽으로는 사향산이 고산처럼 높게 솟아 있으며 남쪽으로는 내려온 풍월산의 모습이 흐릿하다.
잡초더미 옆으로 벙커를 지나 낭유고개로 내려가는 하산로가 보인다.
북동쪽으로 휘는 능선을 타고 완만한 산길을 한동안 내려가니 발밑으로는 이동에서 산정호수로 이어지는 포장도로가 가깝게 보인다.
급경사 솔밭길을 내려와 군시설물들을 지나면 339번 지방도로상의 낭유고개가 나온다.(16:00)

원래는 사향산을 넘고 이동으로 내려가서 수시로 있는 버스를 타고 의정부로 갈 계획이었지만 시간이 너무 늦고 일몰이 가까와져 망설여진다.
잠시 고민을 하다가 용기를 내어 맞은편의 능선으로 오른다.
넓은 방화선이 쳐져있는 급경사의 암릉을 타고 오르니 숨은 턱에 차고 진땀이 온몸을 흐른다.
계속 오르면 군인들이 설치한듯한 굵은 밧줄이 매어져있고 숲길로 들어서면 표지기에 무소유수행이란 글씨가 다시 보인다.
주능선에 오르니 동쪽으로 사향산이 우뚝하게 솟아있고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군부대가 흉물스럽게 보이며 북사면은 벌목이 되어서 온통 군사시설과 도로만 눈에 띈다.
뚜렸한 방화선을 따라 완만한 길을 걷다가 급경사 바윗길을 치고 오르면 넓은 암봉으로 이루어진 사향산(664.5m)인데 나뭇가지에 매달린 작은 골판지에 沙香山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지도상으로는 군부대를 우회하여 능선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지만 막상 철조망에 가보면 길은 사라진다.
오른쪽으로 희미하게 길이 있는 것 같아 내려가 보지만 곧 흔적은 사라져 버린다.
이제 일몰이 다가오고 어두어지면서 차가운 겨울바람이 사정없이 불어온다.
설혹 정상 등로를 찾아도 후래쉬를 켜고 초행의 산길을 가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 낭유고개로 다시 내려가기로 마음을 먹는다.
점점 어두어지는 산속길을 뛰듯이 내려가 올라왔던 급경사 바윗길을 조심스럽게 통과해서 낭유고개에 도착하니 날은 이미 완전히 어두어졌다.

이곳에서는 산정리까지 걸어 내려가 운천으로 가는 버스를 타야 한다.
캄캄한 도로를 터벅터벅 걸어 내려가며 달려오는 차들에게 연신 손짓해 보지만 무참히 외면당한다.
지친몸을 끌고 계속 내려가니 마침 지나치던 트럭이 앞에서 급정거한다.
따뜻한 차안에 오르니 운천가는 차라며 고맙게도 데려다 준단다.
꼬불꼬불한 고개를 내려가면 명성산에서 나오는 낯익은 도로가 보이고 언 몸이 조금씩 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