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Ⅰ)

가덕산-계관산-쇠파람재 심설종주

킬문 2006. 7. 19. 17:53

2000년 12월 28일 (목요일)

* 일정표
상봉터미널(05:20)
춘천터미널(06:44)
오월리횟집(07:52)
삿갓봉(09:12)
가덕산(11:02)
느티나무안부(11:30)
북배산(12:03)
싸리재
계관산(13:28)
무덤갈림길(14:22)
무명봉(15:12)
460봉(15:32)
쇠파람재(16:37)
덕두원리(17:37)

* 산행시간
약 9시간 45분

* 후기
새벽 일찍 일어나 보니 간밤에 내린 눈으로 창 밖으로 보이는 바깥 세상은 온통 흰색으로 덮혀있다.
오늘은 같은 아파트에 사시는 개인택시 기사분의 차를 이용하기로 미리 약속을 하여서 여유가 있다.
상봉터미날에서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5시20분에 출발하는 춘천행 첫 버스를 기다리면 눈은그친 지 얼마 않되고 바람은 쌀쌀하지만 날은 맑은 편이다.
춘천에서 택시로 갈아타고 오월리 횟집 촌으로 가는데 가만히 보니 엉뚱하게도 집다리골 자연휴양림을 지나고 산골짜기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차를 돌려 춘천댐 옆의 횟집촌으로 돌아왔지만 아깝게도 거의 30분을 허비하였다.(07:52)

물레방아 횟집을 지나니 눈을 쓸고 있던 아주머니가 이상하게 쳐다 보더니만 삿갓봉은 한참 가야 한다고 귀뜸하신다.
춘천은혜원을 지나 넓고 적적한 산길을 따라가니 길에는 눈이 수북하게 쌓여있다. 
주위의 계곡과 바위들 그리고 키 작은 잡목과 마른 잡초들 또 산 사면의 푸른 소나무들까지 제각기 머리에 흰눈을 얹어 아름다움과 순백함을 뽐내고 있고 잿빛 하늘 사이로 드러난 산봉우리들은 눈을 뒤집어쓰고 흰색으로 반짝거려서 아름답고 경이스럽기도 하다.
큰길을 잠시 걸으면 능선으로 이어지는 길이 왼쪽으로 보이지만 계곡길을 따라 그냥 진행한다.

계곡길은 곧 나무가 울창한 숲속으로 이어지는데 길은 꼬불꼬불하고 잡목가지가 여기저기에서 성가시게 한다.
눈길을 올라가면 큰 짐승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있는데 이 발자국은 주능선 오르기 전까지 등산로를 따라 계속 되다가 산 사면으로 슬그머니 사라져 버린다.
주능선에 오르면 춘천수렵장의 철조망이 나타나고 철조망은 능선길을 따라 계속 위로 이어진다.
이곳부터는 눈이 정갱이까지 빠질 정도로 많이 쌓여있고  급경사길이 계속되며  미끄러워서 오르기가 아주 힘들다.
연속해서 나타나는 몇개의  봉우리들을 철조망과 나뭇가지들을 잡고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가면 삿갓봉(716m)에 닿는다.(09:12)

밋밋한 정상에서는 횟집들과 북한강이 희미하게 보이며 정면으로는 흰눈에 쌓여있는 가덕산이 불쑥 솟아있다.
조금 내려가면 바로 오월리에서 올라오는 넓은 임도가 나타나고 임도 맞은편으로 능선을 따라 철조망도 계속된다.
일단 능선을 따라 올라가 보지만 눈은 무릎까지 빠지고 표지기도 없으며 길도 뚜렸하지 않다.
불안한 마음에 되돌아 나와 임도를 따라 내려가 보지만 점차 가덕산과 멀어지는듯 해서 다시 올라온다.
정신을 차리고 지도를 살펴보니 길은 능선을 따라 곧장 올라가는 것으로 되어있지만 이미 여기에서 40분이나 헤메고 말았다.
능선을 타고 철조망을 따라 진행하면 얼마전에 왔음직한 희미한 발자국이 눈속에 보이고 발자국을 따라 봉우리들을 오르면 가덕산(858m)에 이른다.(11:02)
정상에서는 삿갓봉과 이어지는 능선들이 잘 보이고 남쪽으로는 흰눈이 덮혀있는 넓은 방화선을 따라 북배산이 멀리 보인다.

짐승 발자국들이 어지럽게 찍혀있는 방화선을 따라 내려가면 키 작은 나무들과 시들어 버린 억새들은 온통 눈속에 파 묻혀있다.
한동안 내려가면 오른쪽으로 앵상골로 빠지는 하산로가 보이며 오랫만에 보이는 표지기들이 눈속에서 휘날리고 있다.
안부로 내려가면 큰 느티나무가 터줏대감처럼 자리잡고 있어 운치를 자아내고  오르막 길이 이어진다.
가파른 오르막 길은 눈이 무릎까지 빠지고 미끄럽지만 주위에는 붙잡고 의지할만한 나뭇가지 하나 없다.
몇번을 미끄러져 눈속에 뒹굴며 지그재그로 오르막을 치고 올라 왼쪽으로 꺽어지니 북배산(867m)이다.(12:03)
정상에서는 납실고개와 몽덕산을 거치고 가덕산을 지나 이곳까지 이어지는 봉우리들과 방화선이 아주 명확하게 보이고 화악산은 보이지 않지만 북서쪽으로 명지산의 우람한 자태가  희미하게 나타나며 발밑으로는 화악리인 듯 마을이 보이며 확성기로 떠드는 소리도 들린다.

참호가 파여있는 정상에 서서 빵과 우유로 점심을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하지만 금방 차가운 대기가 밀려와 몸이 떨려온다.
방화선을 타고 길을 내려가면 기상 관측시설을 통과하고 짧은 바위지대가 나오는데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표지기들도 몇개 보인다.
곧 싸리재에 닿으면 아주 우람하고 멋있는 참나무 한그루가 우뚝 서 있으며 안부 양쪽으로 등로가 뚜렷하다.
고개를 넘고 눈길에 푹푹 빠지며 싸리나무와 마른 억새들을 잡고 올라가면 큰촛대봉(710 m)이고 앞쪽으로는 몇개의  암봉들이 모여있는 작은 촛대봉(666m)이 가까이 보인다.
큰촛대봉에서 잠시 내려가면 "鷄冠山 665.5m"라고 쓰여있는 정상석이 능선에 있어서 어느 곳이 계관산인지  애매모호하다.(13:28)

이곳에서 오른쪽 능선으로 내려간 희미한 발자국도 보이지만 왼쪽으로 보이는 방화선을 따라서 크고 검은 바위들로 이루어진 봉우리들을 넘는다.
가시나무와 싸리나무가 빽빽한곳을 통과하면 방화선을 따라 계속되던 임도가 발아래로 가깝게 지나가고 왼쪽 산사면과 산중턱에는 잣나무조림지가 넓게 펼쳐져 있다.
좁아지는 방화선을 따라 내려가면 큰 무덤 한기가 나오는데 이곳에서는 마을로 이어지는 방화선을 버리고 삼악산이 보이는 오른쪽 침엽수들 사이로 방향을 바꾼다.
땅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나무들을 건너서 좁고 희미한 길을 따라 진행하면  임도가 나오고 맞은 편의 가파른 산길로 오른다. 

호젓한 길을 따라가다 눈속에 서서 귤을 까먹고 더운물에 커피를 타서 마시니 고독감이 뼈에 사무친다.
아무도 없는 이 쓸쓸한 겨울산을 왜 이리 헤메이고 다니는지...        
사람의 흔적이 거의 없는 야산길을 올라서 노송들과 낙엽송을 통과하고 급경사 오르막을 오르면 봉우리가 나오고 왼쪽으로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460봉이 보인다.(15:12)
여기에서는 맞은 편으로 삼악산과 등선봉이 아주 가깝게 보이고 의암호의 푸른 수면이 반짝거리며 발아래로는 꼬불꼬불한 임도가 산허리를 관통하며 마치 살아있는 뱀처럼 넘실거린다.

460봉을 올라서 왼쪽으로 능선을 타고가다 삼악산을 너무 지나치는 것 같아  되돌아 오고 오른쪽 봉우리의 능선으로 내려가 보지만 길이 없어 다시 올라온다.
주의해서 지형을 관찰하고 460봉에서 약간 내려가니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능선이 있으나 뚜렷하지 않아 찾기가 힘들고 입구에 나무가 많아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희미한 능선길을 따라 내려가면 눈은 무릎까지 빠지고 나뭇가지들은 배낭을 잡아당기며 곳곳에 나무들이 쓰러져 있어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나즈막한 몇개의 봉우리들을 계속해서 오르고 내리면 넓은 임도가 지나가는 쇠파람재이다.(16:37)

계속 임도를 넘어 1시간 30분 정도면 삼악산에 오를수 있을 것 같다.
삼악산을 올라 의암호로 내려가고 싶은 생각은 굴뚝 같으나 산중에서의 일몰은 더욱 빨라서 산사위가 벌써 어두운 빛을 띄기 시작한다.
산속에서  헤메인 시간을 생각하면 아까운 마음이 들지만 포기하고 임도로 내려간다.
넓은 임도를 덮고 있는 눈위에는 온통 크고 작은 짐승 발자국들 뿐이다. 
눈속에서 먹이를 찾아 이리 저리 헤메었을 짐승들을 생각하면 불쌍한 마음이 절로 든다.
산허리를 에워싸고 꾸불꾸불하게 내려가는 임도를 따라 걷다보니 등산화 한쪽은 이미 물 투성이이다.
어둑어둑해지며 차갑게 몰아치는 겨을바람을 맞고 오랫동안 걸어 내려가면 덕두원마을이 보이고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니 날은 이미 완전히 어두워졌다.(1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