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지리산 (ⅰ)

호젓한 설악의 횡단길 (큰옥수골-황철봉-울산바위능선)

킬문 2006. 7. 18. 16:54
2003년 9월 4일 (목요일)

◈ 산행일정
상봉터미널(05:50)
용대3리 진미식당(10:00)
큰옥수골초입(10:11)
합수부(11:03)
지능선(11:32)
985.8봉(11:45)
무명봉(12:23)
암봉(12:48)
능선갈림길(13:07)
능선갈림길(13:14)
음지백판골갈림길(13:22)
백두대간주능선(13:56)
황철봉(14:15)
1318.8봉(14:39)
너덜지대끝(15:09)
울산바위능선 갈림길(15:28)
무명봉(16:14)
암봉(16:32)
흔들바위(17:12)
설악동매표소(17:56)
속초시외터미널(19:00)
동서울터미널(22:10)

◈ 산행시간
7시간 56분

◈ 산행기

- 용대리
동서울에서 버스를 탔으면 홍천에서 한번 쉬고 바로 백담사 입구까지 가는데 잘못 상봉동에서 탔더니 곳곳에서 서더니만 홍천에서 35분이나 쉬고 또 인제에서도 시간 될 때까지 20여분 그냥 쉰다고 한다.
전에도 용대리 갈 때는 동서울에서 버스를 탔었고 깜빡 내 실수로 잘못 타기는 했지만 가뜩이나 시간이 아쉬운 차에 그만 분통이 터지고 만다.
마음씨 좋은 기사님은 마치 자기 잘못인 양 미안해 하시더니만 백담사입구에서도 한참 더 가야하는 진미식당 앞에 선뜻 내려주시고 등산 잘하고 오라는 인사말까지 하니 전화위복이라고 자위하는 수밖에 없다.
꽤 귀에 익은 식당이름이라 가만히 보니 설악산 근처를 여행할 때면 자주 들러 황태백반을 먹던 바로 그 식당이다.
다리를 건너고 시멘트도로 따라 마을을 벗어나면 좁은 숲길이 이어지고 계곡 초입에는 군부대와 관리공단에서 출입통제 안내판을 붙혀 놓았다.

- 큰옥수골
작년에 다녀왔던 아니오니골은 계곡도 크고 초겨울이었지만 수량도 많았으며 미끄러운 암반을 타고 자주 계곡을 건너야 했던 터라 지레 긴장을 한다.
뚜렸한 숲길을 따라 들어가면 계곡은 그리 크지는 않지만 최근 내린 비로 수량도 많고 제법 깊은 협곡을 이루고 있다.
멋있게 보이는 폭포를 지나고 호젓하고도 완만한 길을 올라가면 켭켭히 쌓여 썩어가는 낙엽의 감촉이 발끝에 부드럽게 전해진다.
작은 담과 소를 이루며 흘러가는 물줄기를 따라 올라가다 판쵸우의로 덮어 놓은 참호를 지나는데 군인 몇명이 물가에서 잡담을 나누고 있어 행여 제지당할까 발자국 소리를 죽이며 재빨리 통과한다.
계곡을 몇번 건너면 길은 산으로 붙는 듯 하다가 없어져 버리고 잡목들을 헤치며 올라가니 다시 계곡으로 이어진다.
작은 지류를 건너다가 바로 발밑에서 쿰틀대며 도망가는 독사에 깜짝 놀라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쓰러진 나무들을 넘고 길을 찾는다.



(큰옥수골의 폭포)



(한적한 큰옥수골)



- 985.8봉
좌우로 물길이 갈라지는 합수점을 지나고 왼쪽 계곡으로 계속 올라가니 길은 점점 희미해지고 물길을 만나며 족적이 사라진다.
잡목들을 헤치며 올라가다 오른쪽 능선에서 누군가 내려온 흔적이 보이고 지도상에는 물길을 따라 길이 있는 것으로 되어있지만 족적을 따라 능선으로 붙기로 한다.
미끄러운 급경사 진흙길을 올라가니 조릿대사이로 희미하나마 족적도 이어지고 한동안 올라가다 반갑게도 작년 가을에 다녀가신 "높은산"님의 표지기를 만난다.
지능선에 올라서서 잡목들을 헤치며 능선만 가늠하고 올라가면 펑퍼짐한 985.8봉에 도착하는데 삼각점은 뽑혀져 딩굴고 있고 잡목들만 빽빽해 조망은 가려 있다.
정상에서는 남동쪽으로 올라가야 황철봉능선과 만날 수 있고 북서쪽으로 잡목들이 울창한 능선으로 들어가면 널협이골과 만나거나 827.3봉을 거쳐 백담사 매표소쪽으로 내려갈 수 있을것이다.



(985.8봉 정상)


- 백두대간 주능선
남동쪽으로 꺽어져서 능선을 따라가면 길은 없지만 나무들이 빽빽하지 않아 진행하기가 그리 힘들지는 않다.
첫 봉우리에서 잠깐 북쪽으로 내려가다 되돌아오고 아름드리 나무들이 많은 봉우리를 지나니 험한 암봉이 막아 선다.
바위지대 오른쪽으로 희미한 족적을 따라 암봉을 휘돌며 올라가면 관목가지들이 얼굴을 때리며 가로막고 바위로 직접 오르면 진행할 수도 없어 다시 내려 가기를 반복한다.
진땀을 흘리며 암봉을 올라서니 올올산악회의 표지기 하나가 걸려있고, 계속되는 잡목숲을 헤치며 마지막 봉우리에 오르면 선바위골과 음지백판골을 가르며 1037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갈라져 나간다.
멧돼지들의 소행인 듯 마구 파헤쳐진 능선을 따라가다 저항령쪽으로 분기하는 지능선을 지나고 몇분후 일반산악회의 표지기들을 만나는데 바로 음지백판골로 내려가는 갈림길이다.
다소 뚜렸해진 길 따라 측백나무숲과 고사목들로 뒤덮힌 너덜지대를 넘고 울창한 숲을 이리저리 헤치다가 다시 짧은 너덜지대를 지나서 백두대간 주능선과 만나는 암봉에 올라선다.
황철남봉이라고도 한다는 암봉에 서니 "천연보호구역"표시석이 있고 멀리 대청과 중청이 아스라히 보이며 1249.5봉 주위의 험상궂은 암봉들이 인상적으로 보인다.



(황철남봉)



(중청과 대청봉)



(1249.5봉너머로 보이는 서북능과 안산)



- 황철봉
대간종주할 때의 추억을 되새기며 울창한 숲길을 지나고 "천연보호구역"표시석만 서있는 펑퍼짐한 황철봉(1381m)을 지나서도 숲길이 한동안 이어진다.
바위지대를 따라 황철북봉이라고도 하며 설악 22번 삼각점이 있는 1318.8봉을 오르니 저항령쪽에서 갑자기 구름이 몰려오며 사방을 뒤덮는다.
봉우리를 내려가면 우리나라 제일의 광활한 너덜지대가 시작되고, 방향을 잘 맞추고 내려가면 신선봉이 앞에 우뚝 솟아있고 꾸불꾸불하게 올라오는 미시령도로가 까마득하게 보인다.
두번째 너덜지대를 내려가며 멀리 숲쪽을 바라보다 크게 한번 넘어지고는 조심하며 너덜을 통과하니 미시령을 덮고있는 운해가 멋지게 보인다.
대간을 할때는 새벽녁에 찬바람을 맞으며 홀로 긴장해서 통과했던 너덜지대를 바라보며 얼린 캔맥주을 마시고 뭔가 남아있는 아쉬움을 떨치며 일어선다.



(너덜지대와 신선봉)



(너덜지대)



(너덜지대)



- 울산바위능선
완만한 숲길을 따라서 천연보호 표시석이 있는 안부를 지나고 몇분 더 올라가면 역시 천연보호 표시석이 있는 봉우리인데 직진하는 백두대간 길을 버리고 오른쪽으로 꺽어져 울산바위쪽 능선으로 들어선다.
미시령을 넘을 때마다 충격적으로 솟아있는 울산바위를 바라보며 저 밑으로도 길이 있겠지 하는 궁굼증이 항상 있었고 또 기다려 왔던 산행인 셈이다.
초입은 희미하지만 조금 들어가면 의외로 뚜렸한 길이 이어지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 듯 표지기들도 몇개 붙어 있다.
멀리서부터 보이던 첫 봉우리를 오르니 나무사이로 울산바위가 슬쩍 모습을 보여주고 속초시내와 바다도 펼쳐져 잠시나마 걸음을 멈추게 되고, 잡목사이로 완만하고도 단순한 길이 한동안 이어진다.
시야도 트이지 않는 울창한 숲길을 한동안 따라가다 바위전망대에 올라서면 그제서야 울산바위가 전면에 모습을 드러내고 황철봉의 무너져 내린 너덜지대들이 인상적으로 보인다.
어둠침침한 숲길로 들어갔다가 암릉들을 통과하고 아름드리 노송들이 어우러진 큰 암봉에 오르니 울산바위가 지척이고 날등에 올라와 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가깝게 보이며 마치 만경대처럼 외설악의 전경이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울산바위와 속초시내)



(울산바위)



(울산바위)



(황철봉과 너덜지대들)



- 흔들바위
봉우리를 내려가면 드디어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인 울산바위(873m)와 만나는데 큼지막한 바위들은 예상과는 달리 자일이 없어도 올라갈 수 있을것 처럼 완만하게 보인다.
불을 피운 흔적이 있는 바위에서 등로는 오른쪽으로 꺽어지며 암벽을 따라 우회길이 이어진다.
바위지대와 멀찍이 떨어져서 완만한 숲길을 내려가면 둥굴둥굴한 암봉들은 마치 오래전부터 보아왔던 것처럼 친숙한 모습으로 올려다 보인다.
한동안 바위 따라 내려가다 길이 애매한 바위지대를 통과하니 다시 뚜렸한 길이 이어지고 이윽고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땀에 절은 얼굴을 대강 딱고 10여명이 들어가도 충분할 것 같은 천혜의 비박터를 지나면 상가의 고무호스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곧 나무계단길과 만나며 울산바위를 구경하고 내려오는 관광객들이 보인다.
계단을 내려가면 흔들바위가 있는 곳이며 사진을 찍고 떠드는 사람들을 지나 계조암의 불경소리를 들으며 설악동으로 서둘러 내려간다.



(비박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