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지리산 (ⅰ)

지루한 지리산 종단길 (심마니능선-삼도봉-불무장등-황장산)

킬문 2006. 7. 19. 17:40
2005년 10월 30일 (일요일)

◈ 산행일정
청량리광장(21:00)
반선(03:11)
무명봉(06:19)
달궁갈림길(06:34)
달궁삼거리(06:49)
심원갈림길
중봉
반야봉(07:42)
삼도봉(08:24)
아침식사
불무장등(10:06)
사거리안부(10:42)
통꼭봉(11:06)
당재(11:39)
전위봉(12:27)
황장산(12:59)
점심식사
새껴미재(13:55)
촛대봉(14:08)
삼각점봉(14:42)
화개(15:31)
남원
동대문(23:10)

◈ 도상거리
약 22km

◈ 산행시간
12시간 20분

◈ 동행인
술꾼, 모아이, 청색시대, 토요일, 두루, 도봉거사, 이현승, 풍경, 풍경친구, 지산

◈교통편
맞춤산악회 고석수님의 승합차

◈ 산행기

반선의 전투전적기념관 뒤에서 시작하는 심마니능선은 그 이름답지 않게 황량한 잡목숲이 길게 이어지고 조망도 트이지 않으며 인적이 드문 곳이다.
화상이 낫지않은 한쪽 발에는 꺼즈와 반창고를 싸멘 어색한 폼으로 잡목들을 헤치고 돌멩이들에 미끄러지며 코가 땅에 닿을만큼 가파르고 힘든 능선을 올라가니 전에 한번 왔었던 길이라 슬그머니 후회가 된다.
밤하늘의 영롱하는 별들과 초생달을 바라보며 땀을 뚝뚝 흘리고 두어시간 올라가면 조금씩 하늘이 트이며 왼쪽으로 와운능선이 시커멓게 모습을 나타내고 쌀쌀한 초겨울바람에 몸이 떨려온다.
바위지대를 넘고 돌아 끝없이 이어지는 산죽길을 올라가니 점차 능선이 완만해지고, 반야봉이 올려다보이는 무명봉에 오르면 서서이 날이 밟아오지만 날씨는 갑자기 흐려지고 바람이 강해진다.
가파른 산죽지대를 넘어 이정표가 서있는 달궁삼거리에 닿고 오랫만에 휴식을 취해보는데 컨디션이 영 좋지않아 화개까지 먼길이 걱정이 된다.
다시 급한 돌길을 올라 심원 갈림길을 지나고 무덤이 있는 중봉에 오르니 텐트 한동이 쳐있고 코고는 소리도 들려 혹 관리공단 직원들일까 숨을 죽이고 통과한다.
마치 한겨울처럼 백색 상고대가 신비스럽게 펼쳐지는 숲을 지나고 반야봉(1733.0m)에 오르면 무너졌었던 돌탑이 제 모습으로 반겨주며 흐릿한 대기속으로도 가야 할 불무장등이 가깝게 보이고 노고단에서 내려오는 지리주릉이 시원하게 눈앞에 펼쳐진다.



▲ 상고대



▲ 상고대



▲ 반야봉 정상



▲ 반야봉 돌탑



추위에 떨며 정상주를 한잔씩 마시고 수많은 등산객들과 만나며 삼도봉(1499.0m)을 올라 붉은 단풍으로 물들어가는 법왕리를 내려다보며 암릉지대를 내려가면 겨울처럼 찬바람이 맹렬하게 불어온다.
한쪽이 막힌 바위 밑에서 바람을 피하며 아침을 먹고 피아골갈림길을 지나 두리뭉실한 불무장등(1446.0m)을 우회하며 뚝 떨어지는 능선길을 내려가니 금방 찬바람은 사라지고 봄날처럼 햇볕도 따뜻해진다.
가야 할 황장산과 크게 산세를 들어올린 왕시리봉이 잘 보이는 전망대를 지나고 완만하게 이어지는 능선길따라 유유자적하며 통꼭봉(904.7m)에 이르면 전에는 안 보이던 군 통신물이 서있고 글씨없는 커다란 삼각점이 보인다.
바위에 올라 형제봉으로 장쾌하게 이어지는 남부능선을 감탄하며 바라보고 급하게 떨어지는 바윗길 따라 황톳길로 움푹 패인 당재로 내려가면 농평마을은 지척이다.
웬일인지 컨디션이 안좋은 청색시대님은 여기에서 탈출해 피아골 연곡사나 구경하고 화개로 온다며 만류를 뿌리치고 하산하신다.



▲ 전망대에서 바라본, 황장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 통꼭봉 정상



▲ 통꼭봉에서 바라본 남부능선



▲ 당재



눈에 익은 염소농장을 지나고 이정판에 3.4km 남은 황장산을 향하여 나무계단길을 올라가면 곱지는 않지만 붉은 단풍잎들과 노랗게 추색에 젖어드는 활엽수들이 거친 바람에 몸을 흔들어댄다.
진땀을 흘리며 가파른 봉우리들을 넘어 황장산으로 생각한 봉우리에 오르니 정상은 한구비 넘어 솟아있고 병풍처럼 두룬 바위지대가 손짓하듯 도드라져 보인다.
시계 반대방향으로 흐르는 능선을 따라 바위지대를 휘돌며 전망대바위에 오르면 시야가 확 트여서 주릉은 물론 남부능선과 왕시리봉능선사이로 내려온 불무장등이 아스라하게 보여서 지리가 정말 큰산임을 실감나게 해준다.
오석과 삼각점이 있는 황장산(942.1m) 정상은 바람이 없고 햇살이 따뜻해 이과두주를 곁들여 점심을 먹고있으니 하늘에 먹구름이 끼더니 후두둑거리며 빗방울이 날리기 시작한다.



▲ 전망대에서 바라본, 불무장등에서 이어져 내려오는 산줄기



▲ 황장산 정상



점차 굵어지는 빗방울을 맞으며 한적하고도 인적 끊어진 산길을 바삐 내려가면 이정표가 서있는 새껴미재가 나오는데 쌍계사쪽으로는 표지기들이 많이 붙어있다.
완만한 길 따라 10여분거리인 촛대봉(791.5m)에 오르니 전에는 없던 정상오석이 서있고, 형제봉 신선대의 구름다리가 아스라하게 보이며 낮은 야산길만이 화개쪽으로 이어진다.
능선에 크게 솟은 기둥바위를 지나고 뚜렸한 숲길 따라 전에 누릉지밥을 끓여 먹었던 곳을 지나며 화개에서 고생끝에 반야봉을 오르고 이끼폭포를 지나 폭우를 맞으며 뱀사골로 내려가던 일들을 떠 올린다.
지형도에도 없는 삼각점이 있는 550m 정도의 봉우리를 넘고 바위지대들 넘어 중키의 소나무들이 울창한 산을 내려가면 앞에는 백운산에서 도솔봉으로 이어지는 호남정맥의 산줄기가 장벽을 친 것처럼 우뚝 서있다.
나뭇가지 사이로 섬진강의 모래사장을 바라보며 뚝 떨어지는 능선을 내려가 잘 치장된 무덤지대들을 지나고 농장의 녹색 그물망 따라 수운각 여관앞 시멘트도로로 내려간다.
오랫만의 지리산 종단길을 끝내고 화개터미널에서 기다리던 승합차를 타고는 푸른 물 넘실거리는 섬진강가 19번 국도 따라 뒷풀이 장소인 남원으로 달려간다.



▲ 새껴미재



▲ 촛대봉 정상



▲ 기둥바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