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Ⅰ)

진안의 유장한 산줄기 (연석산-운장산-구봉산)

킬문 2006. 7. 21. 15:46
2001년 11월 15일 (목요일) 

◆ 산행일정
서울역 (23:50)
전주역(03:27)
연석사(04:00)
능선갈림길(05:30)
연석산(06:07)
만항치(06:30)
서봉(07:17)
운장산(07:37)
동봉(07:51)
각우목재(08:26)
1087봉(08:58)
임도(09:29)
복두봉(09:41)
천황사갈림길(10:09)
구봉산장군봉(10:35)
칼크미재(11:14)
제1봉(11:52)
윗양명주차장(12:20)
진안터미널(14:30)
동서울터미널 

◆ 산행시간
약 8시간 20분 

◆ 후기
새벽 3시의 진주행 호남선 무궁화호 열차를 가득 메운 사람들은 갖가지 모양으로 잠에 빠져있고 코고는 소리만 요란하다.
출발하기 전에 한잔 마신 약주때문인지 혼잡한 기차안에서 비교적 잘 잔 편이고 혹시나 자고 있을까 보내는 직원의 확인전화를 받고 서서히 내릴 준비를 한다.
전주역에서 대합실에 들어가 등산화 끈을 조이고 생수도 하나 더 사서 배낭에 넣고 택시를 탄다.
진안쪽으로 향하던 택시는 꼬불꼬불하게 돌아가는 험한 밤재를 넘고도 한참을 더 달려 동상면 사봉리의 연동마을에 내려 놓는다.
연석사라고 쓴 화살표를 따라 슈퍼옆의 넓은 길로 들어가면 몇채의 민가들이 있고 가로등이 훤하게 켜져 있다.

마을을 지나니 곧 연석사가 나오고 동자승 석불이 서있는 앞마당을 지나면 뚜렸한 길이 연결된다.
넓은 길을 조금 오르면 기도집이 나오고 마당 한쪽에 켜놓은 촛불 하나만이 찰흑같은 어둠속에서 외로이 빛을 발하고 있다.
마당을 내려가 개울을 건너가니 비로서 넓은 길이 나타나고 표지기들도 몇개 보인다.
계류를 따라 올라가다 조릿대와 잡목사이의 희미한 길로 들어가니 계곡에서 그만 길이 없어지고 할 수 없이 되돌아 나오는데 이번에는 들어왔던 길을 찾을 수가 없다.
조금 내려가면 깊은 계곡물이 나오고 발길을 돌리니 울창한 잡목지대가 길을 막으며 또 방향을 바꾸면 바위지대가 나타나 정말 어둠속에서 감을 잡을 수 없다.
않되겠다 싶어 쉬면서 땀을 딱고 마음을 안정시켜서 물 흐르는 방향으로만 계속 내려가니 다행히도 올라왔던 길이 나타난다.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올라가면 아주 뚜렸한 길이 이어지는 것을 잠깐의 실수로 20여분을 헤메고 아까운 힘만 뺏다.

간간이 나타나는 사잇길을 무시하고 돌길을 따라 한동안 오르면 길은 점차 가파라지기 시작한다.
흰색 페인트로 돌에 그려진 방향을 따라 계속 오르니 돌탑이 나오고, 등산로는 이곳에서 남서릉과 남릉으로 갈라지는데 원래 계획했던 남서릉쪽은 낙엽만 많고 길도 희미하며 표지기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비교적 뚜렸한 남쪽 지능선으로 오르면 길이 굉장히 가파라지며 큰 암릉지대가 나타나고 바위위에 서니 산등성이 너머로 전주시내의 불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암릉을 지나 완만해진 길을 계속 오르면 주능선과 만나고 100여 미터 더 오르면 연석산(925m)이다.
안내판이 서있는 정상에 서면 전주시가지의 야경이 불야성을 이루고있고 올라온 쪽으로는 소태령으로 고도를 낮추는 금남정맥의 산줄기가 뚜렷하며 마항치로 몸을 낮추었다가 불쑥 솟아오른 운장산의 서봉은 위풍당당하고 우람하기 그지 없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정상에서 조만간 밟아야 할 정맥의 마루금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운장산으로 향한다.

조릿대 숲을 내려가면 키 작은 억새 사이로 돌길이 이어지고 간간이 나타나는 암릉들 사이로는 멋있는 소나무들이 반겨준다.
울창한 조릿대 숲을 내려가니 좌우로 하산로가 뚜렸한 만항치이고 점차 날이 밝아 오기 시작한다.
조릿대사이로 올라가 밧줄을 잡고 급경사 오르막을 넘으면 연석산에서 남으로 뻗어 내려가는 금남정맥의 산줄기와 917봉을 거쳐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북능의 절벽들이 햇빛을 받고 반짝거린다.
암봉들을 넘고 우회하며 급경사 암릉을 따라 작은 봉우리에 오르면 그제서야 머리위로 서봉이 모습을 드러낸다.
땀을 줄줄 흘리며 급경사 바위지대를 오르니 암봉으로 이루어진 운장산서봉(1113m)이고 오래된 묘 한기가 누워 이방인을 반겨준다.
우람하게 솟은 바위에 올라 가면 연석산 일대가 훤하고 상궁저수지가 보이며 북쪽으로는 피암목재에서 대둔산을 향하여 굽이치는 금남정맥의 물결이 도도히 흐른다.

정상에서 내려와 피암목재로 내려가는 정맥길을 지나고 주봉으로 향한다.
험준한 바위지대를 조심해서 큰 바위를 타고 넘으니 길이 순해지고 넓은 초원지대가 나온다.
초지 사이의 길을 따라 무선 송신탑이 있는 운장산 주봉에(1125.9m)에 오르니 정상에는 작은 정상 표시석과 안내판이 서있지만 나무가 많아 조망은 별로 좋지 않다.
주봉에서 내려가면 조릿대들이 무성하고 잡목들이 많은 길이 이어지며 바람 부는 능선을 지나 험한 암릉을 기어 오르면 운장산 동봉(1113.3m)이다.
정상의 암봉위에 오르니 바람이 점점 거세지고 싸래기 눈이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는데 며칠전에 강원도에서 서설을 밟은 적은 있지만 내리는 눈을 맞는것은 올들어 처음이다.
동봉에서 내려와 조릿대사이의 길을 지나면 곧 내처사동으로 하산하는 길이 보이고, 잡목사이의 길을 계속 내려가 가느다란 보조밧줄을 잡고 10여 미터의 절벽을 내려간다.
전날 밥집에서 산 김밥을 먹으니 재료도 흐물흐물하고 상하기 일보직전이라 먹기가 고역이지만 그래도 산행을 위해서 꾸역꾸역 억지로 입안에 넣는다.
이제부터는 진안군에서 길가의 조릿대와 잔나무들을 모두 베어내고 등산로를 정비해서 가기가 편하다.
완만한 길을 내려가 작은 봉우리들을 넘으면 급경사 내리막 길이 이어지고, 최근에 설치한 듯한 나무계단을 밟으며 외처사동과 가리점 마을을 잇는 임도가 지나는 각우목재로 내려간다.

임도를 건너서 다시 급경사 나무계단을 밟으며 천천히 올라간다.
전망대 같은 넓은 암봉위에 올라 땀을 딱고 숨을 고르면 앞이 확 트여서 높이 솟은 운장산의 동봉과 주봉이 웅장하게 보이고 산허리를 관통하는 흰색의 시멘트 임도는 꼬불꼬불하게 뻗어 나가 마을들과 연결된다.
능선에 오르니 전망 좋은 곳에 묘 한기가 있고 암릉을 넘어 싸리나무와 관목이 울창한 길을 오르면 1087봉이다.
옛 성터의 흔적인듯 큰 돌들이 모여있는 정상에서는 이제 복두봉이 가깝게 있고 멀리 구봉산의 펑퍼짐한 정상이 보인다.
완만한 능선을 따라 헬기장을 지나고 갈림길이 있는 무명봉에서 뚜렸한 북쪽 길을 따른다.
따뜻하게 내리쬐는 햇볕을 받으며 잡목사이의 길을 따라 내려가면 칠은리와 운장산자연휴양림을 잇는 비포장 임도가 나온다.

안내판이 서있는 임도를 가로질러 복두봉을 향해 올라가니 하늘은 시컴해지고 눈발이 굵어지며 거센 바람이 분다.
잡목사이를 부지런히 걸어 곧 암봉으로 이루어진 복두봉(1019m)에 오르는데 어울리지않게 벤치들이 놓여있으며 명도봉으로 이어지는 긴 능선이 북으로 꺽어지고 구봉산이 잘 보인다.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구봉산으로 향하면 완만한 길이 계속되고 작은 봉우리들을 몇개 넘으니 이정표가 보이며 여기에서 길은 북쪽으로 급하게 꺽인다.
나무계단을 밟고 조릿대를 지나 안부로 내려가면 천황사로 내려가는 곳은 위험등산로로 막아 놓았고 가파른 오르막 길이 시작된다.
한치도 쉬지 않는 급경사 오르막을 힘겹게 오르니 윗양명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고 조금 더 오르면 구봉산정상 즉 천황봉(1002m)이다.
벤치가 놓여 있는 정상에 서면 쓰레기들이 많이 버려져 있어 눈살을 찌프리게 하지만 발아래로 힘차게 솟은 여러 암봉들의 파노라마를 보니 감탄사가 나온다.

바로 내려가면 천황사로 하산하는 완만한 길이 있지만 구봉산의 그 유명한 암봉들을 지나칠 수는 없다.
윗양명쪽으로 내려 가면 급경사 길이 보이고 철주사이로 굵은 밧줄이 매어져 있다.
밧줄을 잡고 내려가니 가파른 길이 계속되고 얼었다가 녹은 진흙길은 굉장히 미끄러워 조심스럽다.
긴장해서 한동안 내려가 암봉을 우회하고 나면 다시 급경사 내리막 길이다.
계속해서 내려가면 안부에 닿고 이제는 절벽같은 가파른 길이 기다린다.
밧줄울 잡고 천천히 내려가면 크고 작은 돌들이 잔뜩 깔려있는 너덜길이고 발길을 디딜 때마다 돌멩이들이 무너져 내린다.
낙석을 조심하며 내려가니 물이 뚝뚝 떨어지는 큰 암봉의 뒷사면인데 응달이 들고 주위는 얼어붙어 있으며 음침한 분위기가 든다.
계속 내려가면 천황암을 거쳐 윗양명으로 내려가는 칼크미재이다.

안부에서 가파른 암릉을 올라 9봉을 오르고 내려가면 8봉과 7봉은 오른쪽으로 길게 우회하는데 낙엽이 많이 쌓여 미끄럽지만 위험한 곳에는 어김없이 밧줄이 매어져 있다.
6봉과 5봉을 오르니 기암괴석 사이로 푸른 소나무들이 곳곳에 서있어 경치가 뛰어나고 발밑으로 저수지의 푸른 물결이 반짝거리며 천황봉의 날카로운 수직절벽들이 멋있게 보인다.
4봉과 3봉을 차례로 오르면 발밑으로 천황암의 사채들이 작게 내려다 보이고 막바지에 이른 노오란 단풍나무들이 어우러져 늦가을의 아름다운 정경을 보여준다.
2봉을 올랐다가 내려가면 윗양명으로 내려가는 하산로가 있고 1봉은 조금 떨어져있다.
밧줄을 잡고 올라간 1봉에는 방치된 묘가 한기 있고 오래된 노송들이 서있으며 조망이 확 터져 여러봉 가운데서도 최고의 전망대이다.(11:52)
되돌아 나와 윗양명으로 내려가다가 서울에서 오신 두쌍의 부부들을 만나 자세한 등산로를 일러 드리니 기다렸다가 같이 타고 가자고 하시지만 오래 기다릴 수가 없어 사양한다.

울창한 나무 사이를 한동안 내려가면 벤치들이 있고 뒤돌아 보니 땅바닥에서 불끈 솟아 오른 1봉의 깍아지른 절벽들과 정상의 노송들이 한폭의 동양화를 보듯 아름답다.
나무계단을 밟으며 완만한 등산로를 내려가면 등산로 입구에 이정표가 서있고 곧 윗양명의 주차장에 닿는다.
넓은 주차장에는 서울사람들이 타고 온 찝차 한대만 달랑 서있고 훵하니 비어 있으며 그 흔한 가겟집도 한채 없고 썰렁하다.
세찬 바람을 맞으며 간이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니 운 좋게도 빈택시 한대가 올라온다.
택시를 타고 진안으로 향하면 구봉산의 울퉁불퉁한 아홉개 봉우리들이 서로 시샘하듯 창밖으로 모습을 보이고 붉고 노란 단풍잎들이 창밖을 스쳐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