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Ⅰ)

용문산을 바라보며 (용문봉-문례봉-어비산-마유산)

킬문 2006. 7. 22. 14:02
2002년 4월 11일 (목요일) 

◆ 산행일정
동서울터미널(07:50)
용문터미널(08:48)
용문사(09:30)
용문사갈림길(10:13)
용문봉(11:13)
용문산갈림길(11:58)
문례봉(12:23)
봉미산갈림길(12:51)
782.7봉(13:18)
임도(13:49)
용천봉(14:11)
시멘트도로(14:46)
어비산(15:30)
입구지계곡(15:54)
마유산(16:44)
휴양림도로(17:26)
매표소(17:35) 

◆ 산행시간
약 7시간 49분 

◆ 동행인
강환구 

◆ 후기
의정부에서 동서울터미널 가는 버스에 앉아 있으니 차가 어찌나 막히는지 7시 5분에 출발하는 용문행 버스를 놓칠까 봐 좌불안석이다.
워커힐 앞에서 한참을 지체하고 동서울에 도착하니 정각 7시 5분인데 서자마자 총알처럼 뛰어가니 마침 버스가 승강장을 나오고 있다.
손을 휘저으며 버스를 세워 보지만 기사는 흘깃 거울로 한번 보더니 그냥 가버리고 할 수 없이 7시 50분 표를 끊고 식당에서 된장찌개를 시켰지만 끓어 오르는 분노로 입맛도 없다.
20분만 일찍 나올 것을 아니면 손을 벌리고 시외버스를 앞에서 막어 서지 못한 것을 후회하다가 반찬도 그리 정갈한 것 같지도 않고 음식 맛도 없어서 대강 뜨다가 만다.
이제는 용문에서 8시 40분에 출발하는 용문사행 버스는 탈 수 없고 기다리고 계실 단풍님과 ksh님을 생각하니 영 면목이 없어진다.

용문에 내려서 물어보니 다행히 9시30분 버스가 있단다.
근처 기사식당에서 역시 된장찌개로 식사하고 계시는 두분을 만나 사과의 말씀을 드리니 ksh님은 회사일 때문에 오셨단다.
한가한 버스를 타고 용문사 입구에서 내려 조계골쪽으로 조금 들어가니 무덤 두어기가 있고 뚜렸한 등로가 보인다.
ksh님은 들머리를 일러주고 가시고, 막걸리 한통을 사신 단풍님과 무덤으로 올라가면 넓직한 등로가 연결되는데 쭉쭉 뻗은 소나무들이 빽빽하고 진달래들이 만개해 아주 상쾌한 길이다.
군유격장 시설들을 지나고 낙엽으로 미끄러운 길을 한동안 올라 매표소 옆길에서 올라오는 길을 지난다.
된비알을 힘겹게 넘고 무덤이 있는 537.5봉에 오르면 용문사의 부도옆에서 올라오는 길이 보이고 비오듯 흐르는 땀을 딱으며 숨을 고르니 조계봉과 용계봉의 아기자기한 암봉들이 멋있게 보인다.

숲길을 조금 오르면 암릉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우회로도 있지만 날등을 타고 이리저리 암릉을 통과하는 것도 제법 재미가 있다.
수려한 노송들이 서있는 암봉위에 오르니 드디어 용문산 정상부가 가깝게 보이고 발밑으로 용기골 계곡이 내려다 보인다.
몇년전엔가 절고개에서 용문산을 올랐다가 내려오는 길에 용문사 부도에서 이곳까지 왔지만 시간이 없어 용문봉을 못보고 내려간 적이 있었다.
암릉들은 계속 이어지고 우회도 하고 직등도 하면서 이제 정상이겠지 하면 또 다른 암봉이 나타난다.
봉우리를 몇개 넘고 가장 높은 암봉에 서니 표시판은 없어도 용문봉(951.7m)인 듯하다.
바위에 서면 백운봉에서 이어지는 용문산의 주능선들이 잘 보이고 문례봉과 봉미산이 가깝게 서있으며 봉미산 뒤로는 장락산이 삐쭉 머리만 내밀고 있다.

정상에서 내려가면 또 다른 큰 암봉이 길을 막아선다.
무심코 날등으로 올라가니 절벽이 나오고 내려가기 힘들 것 같아 다시 내려 온다.
몆번을 오르내리며 우회로를 찾아보니 왼쪽으로 암봉을 도는 길이 있는데 언뜻 보기에는 길이 없는 것 처럼 보인다.
용문산 주능선에서 오른쪽으로 꺽어져 문례봉을 향하면 한강기맥을 하며 반대에서 올 때는 눈이 너무 많아서 길을 제대로 못 찾고 이리저리 헤메던 곳이었는데 눈이 녹으니 등로가 너무나도 선명하다.
낙엽이 푹신한 길을 가다가 갈현분교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지나고 헬기장을 오르면 곧 문례봉(992m)이다.
땀을 딱으며 찬 막걸리를 마시니 목줄기를 따라 시원하게 내려가고 안주로 먹는 보쌈김치 한점이 칼칼한게 아주 일품이다.
정상에서는 앞으로 봉미산이 우뚝 솟아있고 오늘 가야 할 용천봉쪽 능선이 서쪽으로 급하게 꺽어지는데 봉미산에서 중원산으로 종주할 때는 보지 못했던 능선이라 신경을 써서 분기점을 가늠해 본다.
비슬고개쪽에서는 가평에서부터 따라오는 큰 송전탑들이 끝이 없이 이어지고 산허리를 이리저리 가로지르는 산음리 임도들은 볼 성 사납다.

문례봉에서 내려가는 길은 급경사이고 낙엽 덮힌 진흙길이라 미끄럽기 그지없다.
두번이나 넘어지며 내려가 조그만 봉우리에 오르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오른쪽으로 급하게 내려가는 길은 비치고개와 성현고개를 거쳐 봉미산으로 가는 길이고 왼쪽 능선이 용천봉 가는 길이다.
처음에는 춘천 모산악회의 표지기가 두어번 보이더니 조금 더 들어가며 표지기는 없어져 버린다.
길은 희미하며 동네사람들이나 다니는 듯 야산같은 분위기이고 잡목과 관목들이 빼곡하며 쓰러진 나무들이 많이 보인다.
진달래사이로 능선길을 따라가다 삼각점이 있는 728.7봉에서 용문산의 뒷봉우리를 바라보며 진달래술을 한잔씩 하고 점심을 먹는다.
따사한 햇빛을 받으며 밥을 먹고 나니 나른해지는 것이 한숨 자고 싶지만 앞으로 얼마나 가야할지 몰라 엉덩이를 털며 일어난다.
완만한 길을 내려가니 좁은 임도가 나오는데 아마 배너머고개와 이어지는듯하고 인적이 없어 쓸쓸한 분위기가 든다.

임도를 넘어 가파른 능선을 한동안 오르면 뾰족하게 솟아있는 용천봉이 보이는데 산은 높이는 낮아도 뭔가 특색이 있어야 이름을 얻는가 보다.
진달래꽃이 활짝 피어있는 관목숲을 오르니 삼각점이 있는 용천봉(677.2m)이 나오는데 나무가 많아 조망이 좋지않고 등산객의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정상에서 길은 두갈래 능선으로 갈라지고, 서쪽으로 급하게 내려가면 숲사이로 갈현초교의 흰건물이 보인다.
자주 갈라지는 지능선들을 조심하며 내려가니 숲이 울창해 방향을 잡기 힘들고 겨우내 쌓인 낙엽은 무릅을 덮는다.
나뭇가지들 사이로 숨어있는 능선을 찾아 암봉위에 오르니 이윽고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봉우리를 왼쪽으로 돌아 길도 없는 급사면 따라 맑은 물이 철철 흘러 내리는 어비계곡으로 내려간다.
계곡은 오래된 가뭄에도 불구하고 수량이 꽤 많으며 내려온 암봉을 뒤돌아 보니 분재같은 노송들이 곳곳에 서있어 아름답다.
좁은 시멘트도로를 건너면 "한강지키기운동본부"의 플랭카드가 걸려있으며 앞으로 뚜렸한 등로가 보이고 표지기들이 많이 붙어있다.

능선길을 버리고 작은 지계곡을 따라서 좁은 돌길을 올라가니 완만한 길이 길게 이어지고 바람이 세게 불며 흐르는 땀방울들은 안경위에 떨어져 시야를 가리곤 한다.
한참을 올라가 시원한 잣나무 조림지를 지나고 억새가 무성한 길을 잠시 오르면 오석이 서있는 어비산(828.6m) 이다.
정상에서는 문례봉부터 용문산을 거쳐 배너머고개로 연결되는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마유산의 까까머리 봉우리가 가깝게 보인다.
용문산에서는 숫고개를 거쳐 어비산으로 바로 연결되는 능선도 있는데 그리 뚜렷하지 않아서 가늠하기는 힘들다.
정상에서 서남쪽으로 내려가는 능선에는 통행이 별로 많지 않은듯 낙엽이 두텁게 깔려있고 뿌리채 뽑힌 아름드리 나무들이 길을 막아 선다.
한동안 내려가니 마유산의 동쪽면이 잘 보이는데 배추밭만 연상되던 것과는 달리 크고 작은 암봉들이 삐쭉삐쭉하게 솟아있어 예상치 않게 험준한 모습을 보인다.
희미한 능선을 내려가면 물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고 잠시 후 옥수가 철철 넘쳐 흐르는 입구지계곡에 도달한다.

마유산 입구를 찾으며 표지기를 따라 계곡을 올라가니 용천리로 내려 가는 하산로가 연결된다.
되돌아와서 조금 더 내려가면 이정표가 보이고 지계곡을 따라서 넓직한 길이 이어지는데 처음부터 경사가 대단하다.
흰줄로 표시된 등로를 따라 나무계단을 올라가니 숨이 턱에 닿고 진땀이 흐르는데 반대에서 오던 중년부부가 안스러운듯 쳐다보며 내려간다.
작은 봉우리에서 땀을 딱으며 잠시 쉬고 억새길을 따라 힘을 내어 한걸음 한걸음 올라가 드디어 마유산(864m)에 닿는다.
넓은 정상에서는 중미산과 소구니산 대부산 어비산들이 봉우리를 감싸안듯 도열해 있고, 고랭지 채소밭이 드넓게 펼쳐져 있으며, 유명산이라 적혀있는 정상석에는 누군가 검은 메직펜으로 마유산으로 정정해 놓았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마지막 남은 막걸리를 털어 넣고 북쪽의 주능선으로 내려간다.
수많은 사람들이 다녀서 고속도로처럼 반질반질한 길은 많이 패여 나갔고 토양손실이 심하다.
너덜같은 내리막 길을 한동안 내려가 휴양림의 산책로와 만나고 곧 임도로 내려선다.
임도에서 입구지계곡으로 올라가는 갈림길을 지나니 곧 휴양림 매표소가 나오고 오늘의 산행은 끝난다.
휴일에는 꽤 많이 북적됐을 상가들은 한산하고 버스정류장은 기다리는 사람도 없어 훵하니 비어있으며 상봉동행 마지막 버스만이 외로이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