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Ⅰ)

거창의 유장한 산줄기 (수도산-양각산-흰대미산-보해산-금귀산)

킬문 2006. 7. 22. 14:34
2002년 4월 18일 (목요일) 

◆ 산행일정
서울역(06:00)
김천역(08:42)
수도사(09:44)
주능선(09:59)
수도산(10:28)
양각산(11:27)
헬기장
흰대미산(12:03)
임도(13:33)
825봉(13:50)
회남재(14:10)
십자로안부(15:56)
십자로안부(16:33)
보해산(16:57)
무명암봉(17:34)
십자로안부(18:00)
금귀산(18:31)
당동(19:20) 

◆ 산행시간
약 9시간 36분 

◆ 동행인
정익주 

◆ 후기
경부선 첫 열차를 타고 김천에 내리니 8시 42분으로 10분정도 지연되었다.
내리자 마자 대단한 결벽증이 있는 사람들인 양 화장실에서 양치를 하고 택시를 잡아 수도사로 향한다.
시내를 벗어나 한동안 달리다가 청암사 갈림길을 지나고 수도사쪽으로 들어가니 우람한 바위들 사이로 아름드리 노송들이 많이 서있고 맑은 물이 흘러 내리는 경치 좋은 계곡이 이어진다.
민박집들을 지나면 바로 수도사인데 한집에는 "불영산민박"이라고 쓰여있는 것을 보니 수도산이 불영산으로도 불리는 모양이다.
택시비로 3만원을 지불하고 내리면 고즈넉한 산사의 고요함과 정적감이 따뜻한 봄날의 햇살과 어우러져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지만 행여라도 경방기간이라고 출입을 막을까 서둘러 대웅전 옆의 등산로로 들어간다.

산죽사이로 조금 올라가 주능선에 닿고 청암사쪽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난다.
산행을 준비하며 거르마님에게 먼저 가시라 했더니 얼마나 빨리 날라 갔는지 앞에 그림자도 안 보인다.
천천히 올라가면 맑은 날씨에 구름도 별로 없지만 아지랭이가 낀듯 대기는 흐릿하고 바람만 많이 불어댄다.
노송들이 서있는 전망대 바위에 올라가니 멀리 가야산의 석화봉이 뚜렸하게 보이고 수도사가 발아래에 누워있다.
억새가 무성한 헬기장을 지나고 비탈길을 조금 오르면 수도산(1317.1m) 정상이다.(10:28)
작년의 수도-가야 종주때는 새벽에 올라 왔다가 허겁지겁 내려갔지만 오늘 맑은 날에 찬찬히 보니 덕유산과 대덕산을 잇는 백두대간의 줄기가 뚜렸하고, 단지봉 너머로 가야산이 멋있으며, 남쪽으로는 양각산과 흰대미산 너머로 멀리 보해산과 금귀산이 위용을 자랑하 듯 불끈 솟아있다.

암봉을 지나 남서쪽으로 내려가면 낙엽이 많이 쌓여 있어도 등로는 뚜렸하고 표지기도 많이 붙어 있다.
잡목이 무성한 작은 봉우리를 오르고 잠시 내려갔다가 다시 봉우리를 오르니 우두령으로 갈라지는 능선이 분기하는 곳이다.
조금 더 가면 앞이 훤히 트이며 암릉들이 나타나고, 소나무들과 곳곳에 피어있는 진달래사이로 암릉을 올라서니 사방으로 막힘이 없어서 산록 양안에  조용히 누워있는 마을들이 평화스럽게 보이고 뾰족하게 솟아 오른 양각산의 두 암봉이 인상적으로 나타난다.
연속적으로 나타나는 암릉들을 오르고 내리면 황사는 가셨어도 드센 봄바람이 불어오면서 머리를 금새 봉두난발로 만들어 버린다.
수도산 2.5km 이정표를 지나서 급한 오르막을 치고 암봉에 오르니 첫번째 뿔이고 내려섰다가 다시 험한 암봉을 오르면 두번째 뿔인데 바로 양각산(1140m) 정상이다.(11:27)
정상에는 오석이 서있고 소의 두뿔과 비슷하게 생겼다는 양각산의 유래가 적혀 있다.

암봉의 옆구리를 우회하면서 내려가면 편안한 능선길이 이어지고 왼쪽으로 심방마을쪽 하산로가 나타나며 곧이어 넓은 헬기장을 만나는데 햇볕이 따뜻하게 내리쬐고 바람도 없어 아늑하다.
헬기장을 지나면 급한 내리막 길이 이어지고, 땀깨나 흘리고 다리품을 팔며 급한 오르막을 오르니 흰대미산(1018.1m)이다.(12:03)
정상에는 산불감시초소가 있고 축대를 쌓아 올린 무덤 한기가 있으며 오른쪽 우량동으로 내려가는 하산로에는 표지기들이 많이 붙어있다.
왼쪽으로 급한 내리막 길이 이어지고, 나무들을 의지해서 내려가면 마치 마을로 내려갈 듯 고도를 낮추며 소나무가 무성한 안부로 내려선다.
안부를 지나면 길은 점점 희미해지고 쓰러진 나무들이 많으며 잡목들이 빽빽해서 주위를 전혀 조망할 수가 없다.
드문 드문 붙어있는 표지기를 확인하며 낮은 구릉을 내려가니 무덤들이 나오고 마을이 보여서 다시 올라와 옆의 지능선으로 들어가 보아도 역시 길이 아니다.
빽을 해서 한참을 올라와 보니 갈림길에서 왼쪽 능선으로 꺽어져야 하는데 워낙 길이 희미해서 놓치기 십상이다.
여기에서 20여분의 아까운 시간을 허비했는데 처음 내려갔던 길에도 산악회 표지기들이 몇개 있는 걸로 보아서 자주 길을 잃는 곳 같다.

주능선으로 들어가니 "거창무심산악회"의 흰색 표지기가 보이며 길이 뚜렸해진다.
관목들이 우거져 있고 여기저기 갈림길이 많지만 능선만 고수하며 나아가면 흰색 표지기들이 계속 붙어 있어 길을 인도해준다.
제 길을 찾은 가벼운 마음으로 푹신한 솔밭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으니 거르마님이 배낭에서 송주 한병을 꺼낸다.
본인은 즐기지도 않는 술을 우정 무겁게 가져 오셨으니 은근한 솔향도 좋기는 하지만 배려해주는 마음씨가 더욱 고맙다.
사거리 안부를 지나고 오래된 임도를 건너면 오르막 길이 이어지고 봉우리 끝에서 왼쪽으로 우회하는 좋은 길을 버리고 바로 능선을 타고 올라가니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825봉이다.(13:50)
할아버지 한분이 초소안에서 낮잠을 즐기다가 인기척에 놀라 일어나더니 자상하게 길을 알려주신다.
인사를 나누고 내려가면 두릎이 자주 보이지만 아직 먹을만큼 순이 많이 나오지는 않았다.
뚜렸한 오솔길을 신나게 내려가니 회남령이 보이고 높은 절개지를 피해서 왼쪽으로 돌아 포장도로로 내려선다.(14:10)

도로를 건너 절개지를 기어 올라가면 등로가 다시 나타나고 무덤가에서 간식을 먹으며 휴식을 취한다.
이제서야 회남령을 넘었는데 금귀산까지는 아직 멀었고 해지기 전에 갈려면 바삐 서둘러야 한다.
급경사 능선을 오르다 오른쪽으로 나있는 좋은 길을 버리고 봉우리쪽으로 된비알을 숨가푸게 오르면 무명봉인데 보해산이 멀리 바라다 보이고 그곳까지 이어지는 능선 또한 뚜렸하다.
봉우리에서 오른쪽 주능선으로 내려가다가 작은 봉우리에서 왼쪽의 우회로를 버리고 바로 올라선다.
비교적 뚜렸한 길을 내려가면 사유지라고 쓴 경고판이 걸려있고 철조망을 넘어 내려가 보니 무덤들이 있고 또 마을이 보인다.
왼쪽으로 뻗어있는 주능선을 확인하고 올라와 보지만 주능선 갈라지는 곳을 쉽게 찾을 수가 없다.
밑으로 뚝 떨어지는 듯한 능선으로 내려가니 굵은 소나무들마다 청색비닐이 매어져 있고 족적이 있으며 남쪽방향이라 내려가 보지만 곧 잡목과 까시나무들 때문에 한치 앞도 나갈 수가 없다.
잡목을 헤치고 산사면을 헐떡이면서 올라가서 능선을 찾으며 더 내려가 보니 처음 봉우리에서 왼쪽으로 꺽어지던 길이 맞는 길이다.
우회로를 피하고 능선만 고수하려다가 뻔한 길을 놓치고 거의 50여분을 쓰고 말았다.
간신히 주능선으로 들어서니 "송이입찰지역"이라고 쓴 안내판이 서있고 왼쪽으로 주능선이 꺽어지는데 여기서도 잠깐 직진을 했다가 다시 돌아온다.
이제 길은 확연하지만 입산금지 플랭카드가 연달아 달려 있으며 흰색 비닐끈들이 여기저기 지저분하게 매달려 바람에 흩날린다.
사거리 안부를 지나고 무명봉을 오르면서 능선은 동쪽으로 휘기 시작한다.
다시 사거리 안부를 지나니 일반 표지기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하고 오르막 길이 시작된다.
제법 가파른 오르막을 한동안 올라 전망대 같은 멋있는 암봉들을 지나고 계속 오르면 보해산(911.5m) 정상이다.(16:57)
삼각점만 서있는 정상에 서면 수도산에서 이곳까지 내려온 남쪽 능선이 뚜렸하게 보이고, 수도산에서 가야산까지 연결되는 동쪽 주능선이 아련하며, 작은 가야산에서 의상봉과 장군봉으로 이어지는 울퉁불퉁한 암봉들이 도열하 듯 모습을 드러낸다.

정상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멋있는 보해산의 암릉들이 시작되고 마치 설악을 옮겨다 놓은듯 기기묘묘한 암봉들이 수직절벽을 형성하고 있어서 경치가 정말 좋다.
바위들을 딛고 나아가니 왼쪽의 수직 절벽지대는 너무나 아찔하지만 오른쪽은 순한 육산의 모습으로 대조를 보인다.
보해산의 마지막에 솟아있는 가장 멋있는 암봉에 오르면 이제 금귀산은 지척에 있는듯 뾰족한 봉우리가 가깝게 보인다.
중간 중간 걸쳐있는 보조자일을 잡고 조심해서 내려가 암봉을 우회하면 다시 순한 길이 이어지고 안부 왼쪽으로 용산마을 하산로가 갈라진다.
급한 마음에 평탄한 길을 빠른 걸음으로 가보지만 금방 갈 것 같던 금귀산은 예상외로 시간이 많이 걸리며 사거리 안부를 지나면서는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된다.
가파른 바윗길을 힘들게 올라가 전망대 바위위에 서니 발아래가 아찔하고 제법 고도감도 들지만 정상은 아직 머리위로 높게 올려다 보인다.
너덜지대를 통과하고 땀을 흘리며 한걸음 한걸음 힘을내어 오르면 드디어 금귀산(827m) 정상에 닿는다.(18:31)
산성터가 있는 넓은 정상에는 산불감시초소가 있고 옆에는 아궁이까지 설치된 작은 숙소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정상 조금 밑으로 흰색 비석이 보여서 가보니 정상석이 아니라 xx산악회 이름만 적혀있으니 아마 기념비인 모양이다.
이제 해지기 전에 금귀산까지 왔으니 설사 날이 저물어도 걱정될 것이 없어 바위에 앉아 보해산 오르기 전부터 뒤쳐지던 거르마님을 기다린다.
아까부터 양쪽 엄지발가락이이 다 까지고 허벅지가 경련이 온다고 하는데 힘 부치는 사람과 같이 가지않고 혼자만 앞에 가서 힘내서 빨리 오라고 소리를 지르려니 이게 사람 할 일이 아니다.

서쪽의 학리로 내려가는 등로를 확인하고 남쪽의 뚜렸한 길로 내려간다.
잠시 내려가니 범어치재로 내려가는 오른쪽 능선길이 갈라지지만 가장 빠른 코스인 땅재를 향하여 직진한다.
마치 임도처럼 넓은 길을 내려가면 해는 꾸물꾸물해지며 사위가 조금씩 어두어져 가고 마을이 점차 가까와진다.
좁은 숲길을 한동안 내려가니 농가가 보이기 시작하고 금귀산등산안내도가 세워져 있는 당동마을이 나온다.(19:20)
택시를 부를까 하는데 마침 위에서 트럭 한대가 내려온다.
선뜻 태워주시는 농부아저씨의 트럭 짐칸에 앉아 거창으로 향하면 보해산줄기는 금새 어둠에 잠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