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Ⅰ)

홍천의 오지 산줄기 (공작산-응봉산)

킬문 2006. 7. 22. 15:02

2002년 4월 25일 (목요일)


 * 산행일정
 동서울터미널(06:15)
홍천터미널(07:45)
수타교(08:10)
수타사(09:01)
주능선(09:35)
558.6봉(10:09)
작은골고개(10:28)
신봉리갈림길(11:01)
770봉(11:47)
안공작재(12:06)
공작산(12:32)
노천리갈림길(13:01)
사거리안부(13:18)
568봉(13:29)
공작현(13:59)
535봉(14:45) 

618봉(15:01)  

680봉(15:38)
임도(16:08)
796봉(17:10)
솔재갈림길(17:55)
응봉산(18:03)
임도(18:35)
솔치마을(18:55)
장평1리버스정류장(19:15)

 

* 산행시간
 약 10시간 45분


* 후기

 홍천에서 택시를 타니 젋은 기사가 자기도 이 근처에는 안 가 본 곳이 없는 산꾼이라는데 한강기맥 얘기를 하니 호기심을 보인다.
수타사 입구에 도착해서 들머리를 물어볼 겸 사방을 둘러봐도 아무도 없어 큰 길 따라 올라가 수타교를 건너니 왼쪽으로 입산금지 비닐 띠가 있어서 무심코 들어가 본다.
길도 없는 곳을 헤치니 좁은 산길이 나오고 계속 올라가면 "옥수암" 이라는 작은 암자가 있는데 뒤쪽에 희미한 등로가 보인다.
가파른 숲길을 올라가면 점차 길은 뚜렷해지고 노송이 울창한 봉우리를 넘으니 주능선인데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다.
오래된 표지기들을 보며 동쪽 능선을 따라가면 쓰러진 큰 소나무를 지나고 뚝 떨어지다가 길은 웬 암자 뒤쪽으로 내려가 버린다.
개망초가 무성한 정적 깊은 암자를 돌아 나오니 바로 수타사 계곡이 보인다.
수타사 쪽으로 계곡을 따라 들어가면 표지기 몇 개가 보이는데 여기가 들머리인가 할 정도로 길은 확실하지 않다.
무조건 위로 올라가 보니 지능선을 따라 희미한 길이 있는데 어찌나 가파른지 처음부터 기운이 빠지고 힘이 든다.
땀을 뻘뻘 흘리며 소나무들 사이로 급경사 길을 올라가면 주능선이 나오는데 막상 올라와 보니 처음에 올라갔던 능선과도 연결이 되는데 어디에서 이 길을 놓쳤는지 확인이 안된다.

노송들이 쭉쭉 뻗어 있는 운치 있는 길을 따라 가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오른쪽의 낙엽이 무성한 길로 내려가니 주능선이 왼쪽으로 멀리 도망가고 있다.
거의 삭은 표지기가 걸려있는 왼쪽 능선으로 들어가 작은 봉우리를 넘고 급경사 길을 한동안 오르면 밑에서 부터 눈여겨 보았던 뾰족하게 솟은 558.6봉 이다.
봉우리에서는 공작산의 거무튀튀한 암봉이 울퉁불퉁하게 보이고 신봉리의 마을들이 내려다 보인다.
뚜렷한 길을 생각없이 뛰어 내려가다 보니 북동 쪽으로 꺾어져야 할 길이 계속 남으로 내려가고 있다.
가파른 길을 힘들게 올라오면 정상 바로 전에서 북동 쪽으로 급하게 내려가는 길이 있는데 주의하지 않으면 찾기 힘들다.
산행 시작부터 오르락 내리락하니 가랑비에 옷이 젖는다고 벌써부터 힘이 빠지는 게 걱정이 앞선다.
진흙 길을 한동안 내려가면 좁은 비포장 도로인 작은골고개이다.

고개를 건너면 가파른 오르막 길이 시작되고 봉우리를 넘으면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북쪽으로 표지기들이 붙은 곳은 작은골 하산로이다.
한동안 올라가면 신봉리 갈림길이 있는 무덤 한기를 지나고 급경사 오르막을 오르면 노송들이 멋있게 서있는 암봉이 나오는데 여기에서 바라보는 오음산의 불끈 솟은 두 봉우리가 멋지다.
활짝 피어있는 꽃길을 따라 가다가 처음으로 나물을 뜯으러온 마을사람과 만나는데 응봉산으로 간다고 하니 갈림길이 많아서 쉽지 않을 거라며 걱정을 해준다.
공작산과 마주 보고 있는 770봉에서 넓은 헬기장을 지나면 낮이 되며 더워지더니 아예 완연한 한여름 날씨이다.
벌써부터 물이 많이 먹히기 시작하는데 식수 2.4리터가 부족하지나 않을 지 물을 아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급한 암릉 길을 내려가면 좌우로 등로가 있는 안공작재인데 벤치가 있고 이정표가 서있다.

사람들이 많이 다녀 넓직하지만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고 암릉들을 따라가면 보조자일들이 걸쳐있지만 그리 위헝한 곳은 없다.
정상부의 큰 암봉을 길게 우회하고 나무 뿌리를 잡아가며 힘들게 오르면 공작산(887m) 이다.
산불 감시시설이 있는 정상에 서면 수리봉에서 대학산을 거쳐 오음산으로 향하는 한강기맥의 물결이 도도하며 북으로는 가리산의 쌍봉이 아득하고 동쪽으로는 오늘 가야 할 응봉산까지의 기나긴 능선 봉들이 한눈에 들어와 능선의 꺾어지는 방향을 잘 기억해둔다.
산세가 공작이 날개를 편 모습이라는데 아무리 살펴 보아도 잘 모르겠고 시원한 그늘에서 오랫만에 집에서 싸준 김밥을 먹어보지만 입맛이 쓰고 혀가 깔깔해 간신히 반만 먹는다.
정상에서 100여미터 되돌아 오면 남동쪽으로 하산로가 있다.
보조자일을 잡고 내려가 노천리쪽 하산로를 지나서 작은 암봉에 오르니 등산객 한 분이 점심을 드시며 공작현 가는길을 확인해준다.
군업리와 노천리로 하산할 수 있는 사거리안부를 넘어 한동안 오르면 공작산에서 바로 내려다 보이던 568봉인데 속초저수지의 푸른 물결이 반짝거린다.
도로를 바라보며 평탄한 길을 내려가면 제법 큰 암릉들이 나오고 노송들이 멋있지만 곧 흉측한 절개지가 앞을 막는다.
30 미터 이상의 깍아지른 수직절개지를 횡단을 하며 내려가다가 그만 미끄러지는 바람에 낙석이 쏟아지며 뿌연 흙먼지를 온몸에 뒤집어쓰고 팔이 몇군데 까진다.
군업리와 노천리를 잇는 공작현에는 좁은 비포장 도로를 넓히느라 발파작업을 해서 무너진 돌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데 지금은 공사가 중단된 듯 하다.

높은 절개지를올라 능선으로 붙으면 아주 희미한 길이 이어지고 잡목과 쓰러진 나무들로 어지러우며 표지기는 물론 등산했던 자취는 찾아 볼 수가 없다.
그야말로 사람의 손을 덜 탄 쓰레기 한 점 없는 청정지역이며 산중에서도 오지의 산이라 할수있다.
희미한 족적을 따라 신경을 바짝 세우고 길을 찾아 올라가면 수시로 지능선이 갈라지고 그때마다 나침반으로 방향을 잡는다.
키 낮은 관목들은 길을 막아서고 울창한 수림은 방향 판단을 어렵게 하며 중요한 갈림 길에다 표지기를 거는 손길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낮은 봉우리들을 계속 오르면 535봉이고 남동으로 내려오던 능선은 점차 동쪽으로 방향을 선회한다.
땀을 뻘뻘 흘리고 618봉에 오르면 때 맞쳐 시원한 한줄기 바람이 불어와 목으로 흐르는 땀줄기를 식혀준다.
사방으로 보이는 것은 온통 산줄기 뿐이고 이 적막강산에 오직 나 밖에 없는 듯 고독감에 젖어 보지만 문득 옆에서 들려오는 요란한 산새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다시 잡목숲을 헤친다.

봉우리를 내려가면 활짝 핀 철쭉 사이로 암릉들이 간간이 연결되며 오랫만에 아름다운 바위길이 이어진다.
다시 급경사 오르막 길이 시작되고 관목들을 뚫고 올라가면 키큰 노송들이 쭉쭉 기상차게 뻗어있는 664.6봉이다.
암봉에 서면 홍천과 서석을 잇는 444번 지방도로가 가깝게 보이는데 당분간 이도로는 주능선과 그 방향을 같이 할것이다.
봉우리를 내려가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들어서니 고도가 급하게 떨어지며 앞에 절개지 같은 것이 보이는데 여기에서 그만 혼란에 빠진다.
지도상에는 도로가 없는데 이길은 무엇인가?
혹시 오른쪽으로 평행선을 그리는 저능선으로 들어 갔어야 했나?
오르락 내리락 해보지만 정확한 판단은 안 서고 지도상으로 방향이 맞는 왼쪽 길로 그냥 내려가니 역시 넓은 임도와 만난다.
산허리를 애돌며 구불구불 돌아가는 임도는 그 끝이 보이지 않고 늦은 오후의 햇살은 따갑게 내리 쬔다.
틀림없이 잘못 내려온 것 같은데 그냥 임도 따라 내려 갈까 하는 유혹도 퍼득 생기지만 아직도 시간은 많으니 더 가보기로 한다.

앞에 보이는 능선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온통 수직 절개지라 올라갈 엄두도 낼 수 없고, 왔다갔다 하면서 길을 찾다가 70도 정도의 급사면으로 올라 붙으니 너무나 가팔라 쭉쭉 미끄러진다.
나무들을 잡아가며 간신히 능선으로 올라가면 그런데로 족적이 보이며 급한 오르막이 이어진다.
연속적으로 나타나는 봉우리들을 타고 오르며 작은 암릉들을 넘어 만개한 철쭉들을 지나고 767.8봉에 오르면 정면으로 대학산이 마주하고 있고 대학산을 가로 지르는 임도들이 가깝게 보인다.
아마 이 봉우리 아래가 물골일테고 여기에서 부터 북동으로 휘어져 돌아가는 저 능선 끝에 솟은 봉우리가 응봉산일 것 이다.
남아 있는 시간이 별로 없어 서둘러 관목울 헤치며 나아가면 드디어 일반산악회의 표지기가 두서너 개 보이기 시작해 맞는 길임을 확신케 해준다.
이제 아껴 두었던 얼음물을 실컷 마시고 힘을 내어 봉우리들을 오른다.
부목재로 내려가는 능선이 분기되는 790봉은 다소 애매하지만 혹시 탈출할 때를 대비해 지능선 갈림길에 표지기 하나를 잘 보이게 달아 놓는다.
점차 뚜렷해지는 길을 따라 작은 봉우리들을 오르면 갑자기 앞이 훤히 트이며 능선 갈림길이 나오고 표지기들이 많이 붙어 있는데 동쪽은 솔재로 연결되는 능선이고 북쪽은 응봉산으로 오르는 길이다.
오랜만에 보이는 이정표를 지나서 안부를 넘어 드디어 응봉산(868.0m) 에 닿는다.
정상에서는 서쪽으로 공작산의 암봉이 아련히 보이고 북으로는 가리산에서 바위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긴 하늘금을 긋고 있으며 발아래는 솔치마을이 평화스럽게 놓여있다.

일반적인 하산로는 다시 솔재 쪽으로 가다가 직골로 내려가는 길이지만 시간이 별로 없어 응골을 향하면 등로는 뚜렷하고 표지기도 많이 붙어 있으며 붉은 비닐 띠가 계속 매여있어 지저분 하지만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북서쪽 능선으로 내려가던 길은 동쪽의 응골 계곡으로 급하게 떨어진다.
가물어서 아주 가느다란 물줄기만 명맥을 유지하는 건천을 따라 내려가면 임도에 닿는데 아마 아까 만났던 임도와 연결이 될 것이며 조금 내려가면서 다시 능선으로 길이 연결된다.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돌밭길을 한동안 내려가면 외딴 농가들이 보이고 장평리 솔치마을이 나온다.
마을의 시멘트 도로를 따라가면 "매봉산 건봉사"라는 쓰여있는 사찰을 지나고 56번 국도상의 버스정류장에 도착한다.
한 시간에 한 대씩 있다는 서석 발 홍천행 버스를 기다리고 있으면 응봉산 자락을 따라 서서히 내려온 어둠이 슬그머니 주위를 감싸더니 금새 사방이 컴컴해져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