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Ⅰ)

설악산을 바라보는 북녁의 산줄기 (정자문-매봉산-용대휴양림)

킬문 2006. 7. 24. 17:06

2002년 2월 7일 (목요일) 

◆ 산행일정
상봉동터미널(06:10)
원통(08:52)
정자문(09:07)
능선진입(09:40)
시멘트집(11:07)
855.7봉추정(12:15)
1122봉(14:00)
당정곡안부(14:22)
매봉산(15:23)
용대휴양림(17:19)

원통

◆ 산행시간
약 8시간 12분 

◆ 동행인
정일주 

◆ 후기
원통에서 미시령쪽으로 꺽어져 설악생수공장을 지나고 조금 더 가면 좌측으로 좁은 시멘트 도로가 나오는데 여기가 정자문이다.
어두원리로 넘어가는 도로를 따라 올라가다 우측으로 갈라지는 비포장 길로 들어서니 서흥리로 넘어가는 좁고 험한 길이 이어지고, 이 길을 따라 고개정상에 오르면 매봉산과 연결되는 향로봉산맥을 오를 수 있다.
정자문에서 고개 정상까지는 약 2km의 짧지 않은 길이라 열심히 올라가는데 길은 얼고 눈도 많으며 산허리를 꾸불꾸불하게 에돌아 가는 급한 길이 이어져 초반부터 땀이 나고 숨이 찬다.
고개 정상이라고 생각되는 곳에 도착하니 희미한 발자국도 있고 산으로 오르는 뚜렸한 길이 있어 올라가는데 인터넷에서 본 것 처럼 표지기들은 보이지 않는다.(09:40)
혹시 더 가야 정상이 아닌가 의심도 해보지만 같이 간 정일주님도 정상이 맞다고 하시고 뭔가 홀린 것처럼 그냥 산으로 들어서고 만다.
잡목이 울창한 길을 올라가면 예상했던 것 처럼 눈이 많이 쌓여있고 오래된 나무들이 여기저기에 쓰러져 있어 길을 막아선다.
작은 봉우리를 두세개 넘고 한참을 가는데 가만히 보니 동남쪽의 마을로 내려가는 것 같고 북쪽으로는 아주 뚜렸한 다른 능선이 보인다.(10:20)
잘못 들어선 것을 깨닫고 되돌아 나오다 앞에 보이는 능선으로 오르려 계곡으로 무작정 내려가니 약초꾼들의 모듬터가 눈밭속에 보인다.
바로 앞에 있을 것 같은 능선을 보면서 길도 없는 산사면을 치고 오르기 시작한다.
무릎까지 빠지는 눈을 헤치고 빽빽한 나뭇가지들을 잡아가며 간신히 오르니 앞으로 또 낮으막한 봉우리들이 보인다.
북쪽으로 방향을 잡고 인적없는 눈밭을 계속 걸어가면 앞에 나무들 사이로 뭔가 집 같은 것이 보인다.
부리나케 가 보니 약간은 무너진 블록집 비숫한데 정일주님이 군관측소 같다고 하신다.(11:07)

잠시 쉬고 다시 앞에 우뚝 솟아 보이는 봉우리를 향하여 올라간다.
가파른 능선을 타고 한동안 오르면 점점 눈은 많아지고 미끄럽지만 빨리 일반등산로를 만나야 한다는 급한 마음으로 바쁘게 올라간다.
땀을 뻘뻘 흘리고 조그마한 암봉에 오르니 앞으로 더 뚜렸한 능선이 나타난다.(11:45)
과연 어디가 주능선인가?
이러다가 매봉산을 오르기는 커녕 이 눈밭에서 헤매다가 그냥 돌아가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한 마음이 슬그머니 생긴다.
무릎까지 빠지는 눈을 뚫고 다시 지능선을 오른다.
지금의 내 위치를 모르니 정확한 독도는 어차피 불가능하고 단지 목표물의 방향만 보고 가야한다.
급경사 눈길을 한동안 오르면 토치카가 있는 넓은 봉우리가 나오는데 눈에 덮혔지만 헬기장도 있는듯 하고 "서울사대부고 산악회"표지기도 붙어 있다.(12:15)

이제야 주능선에 합류했다는 반가운 마음으로 뛰어 오르니 사방이 훤히 트여 조망이 좋고 북동쪽으로 매봉산과 칠절봉이 높게 솟아있어 목표물을 바라보고 있으니 불안했던 마음이 사라진다.
힘을 얻어 나아가면 주능선이라 생각하기에는 일반표지기도 전혀 없고 까시덤불과 잡목들이 꽉차서 앞으로 진행하기도 힘들 정도로 길이 나쁘다.
아까 지나왔던 봉우리로 되돌아가 다시 지형을 살피니 이쪽 저쪽으로 매봉산과 연결되는 작은 지능선들이 여럿 보이고 주능선은 멀리 북쪽에서 동쪽의 매봉산과 연결되는 능선같다.
내친김에 이른 점심을 먹고 휴식를 취한후 북쪽으로 보이는 매봉산과 연결된 주능선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12:45)

능선으로는 1미터 이상으로 눈이 쌓여있어 눈이 비교적 적은 사면을 따라가면 까시에 찔리고 나뭇가지에 얼굴을 무수히 얻어 맞는다.
진행하기 힘든 곳에서는 짐승의 발자국을 따라서 잡목지대를 빠져 나가고 지그재그로 억지로 길을 내며 나아가니 무척이나 힘들다.
봉우리들을 계속 넘어가면 중간중간에 참호인듯한 구덩이도 보이고 간혹 눈이 적은 쪽으로는 희미한 길 흔적이 보이기도 한다.
계속 러쎌을 하며 나아가니 드디어 간간이 매어져 있는 붉은 리본도 발견되고 눈속에 파묻힌 쓰레기도 눈에 띄며 점차 길이 좋아진다.
그러나 오를수록 눈은 더 많이 쌓여있고 녹았다가 겉이 살짝 얼은 눈은 발이 푹푹 빠져 진행하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안부로 뚝 떨어졌다가 가파른 긴 오르막 길을 한동안 올라 드디어 주능선상의 1122봉에 합류한다.(14:00)

여기까지 오는데 거의 4시간 가까이 시간을 허비하고 계속되는 러쎌로 힘이 빠졌지만 그래도 일반 등산로와 만나니 마음이 놓이고 기운이 생긴다.
그러나 앞뒤의 주능선 어디에도 사람의 흔적은 없어 계속 러셀을 하며 길을 만들어야 한다.
오랫만에 보이는 산죽지대를 통과해 내리막 길을 빠르게 내려가면 넓은 안부에 닿고 당정곡으로 하산하는 남교리쪽 길로는 일반 산악회의 표지기들이 많이 붙어있다.(14:22)
안부를 지나 작은 봉우리를 넘으니 이제 본격적인 이삼백미터의 오르막 길이 기다리고 있다.
삐삐선을 따라 올라가는 길은 눈이 많아 힘들기도 하지만 급사면이라 나뭇뿌리와 잔돌에 미끌어지며 시간이 지체된다.
비지땀을 흘리며 한걸음 한걸음 오랫동안 올라가면 휴양림에서 세운 이정표가 처음으로 보이고 정상이 가깝게 보인다.
드문드문 나타나는 암릉을 지나니 군사보호구역을 알리는 경고판이 눈속에 쓰러져 있고 마지막 가파른 길을 오르면 매봉산(1271m)정상이다.(15:23)

삼각점이 있는 정상에 서면 안산에서 귀청을 거쳐 끝청으로 이어지는 설악 서북릉의 후면이 뚜렸하게 보이고 공룡능선을 거쳐 황철봉을 지나 미시령으로 떨어지는 설악의 마루금이 잘 보인다.
고개를 돌리면 마산에서 진부령으로 내려와 칠절봉을 거쳐 향로봉으로 힘차게 연결되는 능선봉들이 웅대한 설산의 모습을 보이고 금강산을 향하여 달려가는 백두대간의 모습이 역동적으로 보인다.
여기부터는 휴양림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많아 러쎌이 잘 되어있다.
수북하게 쌓인 눈길을 내려와 능선상의 참호를 따르니 흰눈을 덮고 우뚝 서있는 칠절봉이 보이고 계속 능선을 타고 진부령으로 내려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시간도 부족해 아쉽게도 포기한다.
뚝 떨어지는 안부에서 용대휴양림 가는 길로 내려선다.(13:51)

지능선을 따라 내려가는 길은 산죽이 많고 곳곳에 고목들이 쓰러져 있는 원시림이 많아서 고산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
좌측으로 대간의 줄기를 바라보며 오랫동안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내려가 휴양림내의 임도로 내려선다.(16:21)
휴양림 길을 따라 내려와 동계훈련중인 군인들을 지나치면 지루한 비포장 길이 계속된다.
꽁꽁 얼어붙어 미끄러운 길을 하염없이 내려가면 관리사무소가 나오고 다리를 건너니 진부령을 내려와 한계리로 연결되는 46번 국도이다.(17:19)
도로로 내려가면 짧은 겨울해는 벌써 지기 시작하고, 용대리로 나가기위해 지나가는 차에 열심히 손을 흔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