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Ⅰ)

들머리부터 망친 산행 (삼마치-까끈봉-매화산-상오안동)

킬문 2006. 7. 24. 17:17
2002년 5월 16일 (목요일) 

◆ 산행일정
동서울터미널(06:15)
홍천터미널(07:40)
삼마치(08:11)
금물산갈림길(08:41)
임도(09:26)
삼마치2리(11:35)
며느리고개(12:19)
헬기장(13:05)
까끈봉(13:21)
능선갈림길(14:10)
공골재(14:17)
매화산(14:52)
공골재
임도(15:45)
상오안동
44번국도(16:22)
홍천터미널(17:10)
의정부터미널(19:20) 

◆ 산행시간
약 8시간 11분 

◆ 후기
홍천에 도착해서 승강장에 서있는 횡성행 시내버스를 타자마자 버스는 바로 출발한다.
밤새 내리던 비는 그쳤지만 하늘은 잔뜩 찌프리고 있어 언제 다시 퍼부을지 걱정이다.
삼마치터널 들어가기 바로 전에서 내려 구도로를 걸어서 올라가니 한적한 길에는 나비 한마리만이 노란 야생화를 이리저리 기웃거린다.
다 망가진 휴게소와 오음산 등산로 입구를 지나 급한 수직 절개지를 기어 오르니 올 2월에 여기를 왔었건만 숲도 우거지고 길이 너무나 낯설다.
숲에는 사뭇 웃자란 취나물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고 작은 참호들을 넘으면 밤새 비를 맞은 나뭇잎들은 머금고 있던 물기들을 일제히 뿌려대며 이방인을 반겨준다.

취나물을 뜯으며 쉬엄쉬엄 능선을 오르면 잡초가 무성한 작은 헬기장이 나오고 여기서 능선은 두갈래로 갈라진다.
남쪽으로는 금물산과 갈기산으로 이어지는 한강기맥이 분기되며 서쪽으로는 낮으막한 능선이 계속되다가 매화산과 까끈봉을 일구고 며느리고개에서 숨을 고른다.
오늘의 산행은 이곳에서 며느리고개까지 이어보고 시간이 더나면 고개를 넘어 홍천강1교까지의 야산지대를 주파하는 25km 정도의 장거리 주행으로 잡아 보았다.
서쪽으로 직진해서 미답의 길로 들어서니 비교적 뚜렸한 길이 이어지고 잠시후 숲속을 빠져 나오면 앞이 툭 트이며 시원한 조망이 펼쳐진다.
발아래로는 드넓은 수림과 임야사이로 홍천과 횡성을 잇는 5번 국도가 뻗어 있으며 동쪽으로는 오음산의 정상부와 군시설물들이 가깝게 보이고 서쪽으로는 한강기맥의 산줄기가 대형 송전탑들과 방향을 같이 하며 달린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땀을 식히면 비 때문에 품고 있던 막연한 불안감은 일시에 사라진다.

자그마한 봉우리를 올라 무심코 남서쪽의 희미한 길을 따라가니 점점 낮아지더니만 밑으로 마을이 보여서 다시 올라와 서쪽으로 숨은 능선을 찾는다.
참호들이 있는 길을 따라가면 약간 높은 봉우리가 나오고 족적은 왼쪽으로 봉우리를 우회하는데 봉우리를 올라가 서쪽 능선을 따라 내려가니 곧 임도가 나온다.
임도를 건너 오른쪽으로 무덤 한기를 지나고 나즈막한 봉우리를 오르니 길은 없어지는데 잡목때문에 나갈 수가 없어 다시 내려와 왼쪽 옆으로 희미한 오솔길을 오른다.
족적을 따라 무성한 나뭇가지들과 까시나무들을 헤치고 산을 오르면 진땀이 흐르며 옷은 온통 빗물에 젖고 등산화는 벌써 물이 들어와 출렁거린다.
간신히 봉우리를 올라가지만 길도 없고 서쪽으로 보이는 능선과 연결을 할 수가 없어 나무들을 헤치고 봉우리를 내려가니 산판길이 나오는데 한참 가다보면 엉뚱하게 남쪽으로 가는 길이라 돌아 온다.
처음에 내려섰던 임도로 되돌아오니 아무래도 주능선에서 너무 일찍 꺽어진 것 같아 올라가 보지만 역시 길은 없고 내려와 보면 같은 장소이다.
이제는 방법이 없어 나침반으로 서쪽만 방향을 잡고 임도를 넘어 산으로 들어간다.

좀 전에 내려왔던 넓은 길을 지나서 계속 올라가면 뚜렸한 길이 제법 길게 이어진다.
부푼 마음으로 길을 따라가 보지만 점점 희미해 지던 길은 어느정도 들어가니 완전히 없어져 버리고 무조건 위에 보이는 능선만 보며 올라간다.
낮은 포복을 하듯이 몸을 업드리며 관목숲을 통과하면 까시들은 사정없이 몸을 찔러대고 가지들은 얼굴을 할킨다.
나뭇가지들과 치열한 전투를 치루며 능선으로 올라가지만 역시 어디로 이어 가야할 지 감을 잡을 수 없다.
능선사이에 마을이 넓게 자리잡고 있어서 길을 못 찾는 것인지 고민하다 희미한 능선을 따라서 산을 내려 간다.
이렇게 독도를 못하고 두시간이상이나 길을 못 찾고 내려오니 허탈하고 씁쓸해진다.
산을 내려와서도 넓은 늪지에서 한참을 헤메이고 나서야 간신히 시골길을 만난다.
터벅터벅 길을 내려가면 마을이 나오고 지금껏 참아 주었던 빗줄기가 다시 뿌리기 시작한다.

끓어오르는 울화통을 삭히며 걸어가면 삼마치2리 마을이 나오고 무작정 인적 없는 큰길을 따라 내려가니 마침 트럭 한대가 내려오더니 선뜻 세워준다.
홍천으로 간다는 차를 얻어타니 온통 젖은 몸으로 얼마나 시트를 더럽힐까 미안하면서도 이제는 슬며시 마음이 변하기 시작한다.
양덕원과 홍천을 잇는 44번 국도상의 양지말에서 내려 다시 승합차를 얻어타고 양덕원쪽으로 가다가 며느리고개터널 전에서 내려 옛 도로를 따라 고개로 올라간다.
이제는 비도 멈추고 잘하면 거꾸로 종주를 할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에 마음이 설레인다.
지금은 통행이 별로 없어서인지 며느리고개 쉼터들은 문을 닫고 있고 휴게소옆으로 급한 절개지를 조심스레 올라간다.

절개지를 올라 삼각점이 있는 작은 봉우리에서 빵과 삶은 계란으로 점심을 먹고 희망감에 들떠 숲을 헤친다.
참호를 넘어서 희미한 길을 올라가면 점차 길이 뚜렸해지며 청량산악회의 표지기가 간간이 붙어 있다.
낙엽이 두텁게 깔린 길을 올라가니 운무가 꽉차고 수림도 우거져 사방으로 답답하며, 한동안 낮아지던 길은 작은 안부에 이르면서 다시 고도를 높이기 시작한다.
취나물을 뜯으며 급경사 오르막을 한동안 오르면 넓은 헬기장이 나오는데 비로서 까끈봉이 앞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남동쪽으로 방향을 틀어가다가 불쑥 솟아 오른 매화산도 꽤 높게 올려다 보인다.
울창한 숲으로 들어가 가파른 오르막을 한동안 오르니 드디어 까끈봉(642.9m) 정상이다.
정상석도 삼각점도 없는 평범한 작은 공터에는 바윗돌만 몇개 덩그러니 놓여있고 나무들이 우거져 주위가 전혀 조망되지 않는다.

표지기가 두어개 붙어있는 남서쪽 능선은 헌터골로해서 양덕원쪽으로 하산하는 일반 등산로이고 남동쪽의 다소 희미한 길로 들어선다.
낙엽이 잔뜩 깔려있고 숲이 우거진 길을 한동안 내려가면 지능선들이 간혹 나오지만 족적을 살피며 내려간다.
작은 봉우리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잡고 내려가니 점점 길이 없어지며 산밑으로 내려가는 듯 하고 봉우리로 되돌아와도 다른 길은 없고 방향 판단을 할 수가 없다.
다시 내려가 보지만 내려가면 갈수록 역시 길이 아니고 오른쪽으로 주능선 같은 것이 언뜻 보인다.
두번째로 올라가며 숨은 능선을 찾아 보니 봉우리를 내려오자 마자 바로 꺽어지는 흐릿한 길이 있는데 오래된 표지기만 몇개 있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갈림길로 들어서니 비교적 길은 뚜렸해지지만 다시 빗줄기가 세차게 뿌려대기 시작하고 얇은 방풍자켓을 입어 보지만 금방 비에 젖는다.
고도를 낮추며 한동안 내려가면 오른쪽에 마을로 내려가는 길이 보이고 작은 봉우리를 하나 더 넘으면 상오안리와 신대리를 잇는 공골재가 나온다.
비가 계속 내리면 이곳으로 하산 할 생각으로 표지기 하나를 잘 붙혀 둔다.

안부를 넘으면 지능선이 많이 갈라지지만 주능선은 비교적 확실하다.
세차게 내리는 비로 온몸은 젖고 바지는 착 달라붙어 움직일 때마다 살갗은 따갑지만 운무가 가득해 신경을 바짝 세운다.
안경위로 흘러내리는 빗물을 딱아가며 한동안 오르니 주능선 갈림길이 나오고 매화산은 왼쪽으로 방향을 잡아야한다.
빽빽한 숲길을 계속 올라오면 잡초가 무성한 헬기장에 오르고 안보이던 바위지대를 통과해서 가파른 오르막을 잠시 더 지나 드디어 매화산(751.9m) 정상에 오른다.
자욱한 운무에 갇혀있는 좁은 정상에는 군부대의 흔적인듯 버려진 철조망이 보이고 그곳에 작은 코팅지가 붙어있어 정상임을 짐작케 해줄 뿐 잡초만 무성하고 황량하기 짝이 없다.
정상에 기암괴석이 있다고 하는데 어느 것인지 모르겠고 잠시 쉰다음 하산을 서두른다.

시간상으로는 역으로 삼마치 방향으로 진행을 해서 오늘의 종주를 끝낼 수도 있는데 갈 수 있을지 선뜻 판단하기가 힘들다.
주능선 갈림길에서 고민하다가 삼마치쪽으로 몇백미터 나아가 보니 비교적 능선도 뚜렸하고 욕심이 생기지만 비가 너무 많이 오고 운무가 짙어 아쉽지만 발길을 돌린다.
내리막 길에서는 엉뚱한 곳으로 떨어지기 쉬운 법이고 역시 못 보던 갈림길들이 자주 나타나지만 빗줄기속에서도 표지기를 확인하며 천천히 내려 간다.
공골재로 내려가 상오안리쪽으로 꺽어지면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은듯 길은 희미하고 잡초들이 무성하다.
한동안 내려가니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되고 길은 물줄기를 따라 이리저리 이어진다.
계류를 몇번 건너서 한적한 임도로 내려서면 빗줄기는 점차 가늘어지며, 최근에 지은 별장 한채를 지나고 임도에서 마을로 꺽어지는 길로 들어선다.
매화산 도원사라는 제법 규모가 큰 사찰을 지나면 법흥사라는 또 다른 사찰이 나오고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하는 연등들이 길가에 끝없이 걸려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진흙길을 한동안 내려가니 상오안저수지의 검푸른 물이 보이며 우산을 쓰고 있는 한가한 낚싯꾼도 두서너명 앉아 있다.
상오안동 마을을 지나 조금 더 내려가 44번 국도에 닿고 정류장에서 기다리니 바로 양덕원에서 홍천 가는 시내버스가 도착한다.
빗방울을 털며 올라타면 하교하는 중학생들이 가득 차있고 버스안은 온통 재잘대는 소리로 시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