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Ⅰ)

치악의 남쪽 산줄기 (수리봉-시명봉-남대봉-응봉산)

킬문 2006. 7. 24. 17:32
2002년 5월 23일 (목요일) 

◆ 산행일정
동서울터미널(06:10)
원주터미널(07:30)
원동(07:57)
660봉(08:24)
700봉(08:53)
773.9봉(09:06)
송전탑(09:34)
수리봉(09:42)
능선갈림길(10:35)
시명봉(11:20)
영원사갈림길(11:59)
상원사(12:07)
남대봉(12:25)
능선갈림길(13:15)
946.7봉(13:30)
사거리안부(14:17)
헬기장(14:29)
1000.6봉(14:49)
무명봉(15:20)
전불갈림길(15:54)
사거리안부(16:43)
싸리재갈림길(16:52)
무명암봉(17:06)
매봉산(17:17)
사거리안부(17:33)
917봉(17:45)
980봉(17:59)
무덤2기(18:26)
창촌(18:42)
원주터미널(19:50)
상봉터미널(21:20) 

◆ 산행시간
약 10시간 45분 

◆ 후기
원주쪽으로 산행을 갈 때면 자주 타는 동서울발 원주행 6시10분 첫 버스는 고속도로를 들어서자 거침없이 내리 달린다.
졸며 깨며 원주에 도착하니 7시30분이고 바로 택시를 타고 산행 들머리인 금대3리 원동으로 향한다.
중앙고속도로가 높게 교차하는 원동에 도착하면 내원계곡쪽으로는 식당이 몇채있고 수리봉의 일반 등산로로 많이 이용되는 넓은 시멘트길이 연결되지만 오늘은 능선종주를 위해 입구에서 개울 왼쪽의 식당을 끼고 밭으로 올라 간다.
조금 올라가니 치악산 국립공원측에서 세운 비지정등산로표시판이 서있고 입산금지라고 쓰여있다.(07:57)
흰 야생화들이 군락을 이룬 양지 바른 무덤가를 지나서 능선으로 오르면 표지기들이 몇개 붙어 있고 오늘의 산행이 시작된다.

빽빽한 수림사이로 잡초가 무성한 길을 오르면 가파른 능선이 시작되고 처음부터 땀을 많이 흘리게 된다.
침침한 길을 오르고 암릉을 지나 노송들이 용틀임하듯 하늘을 향해 뻗치고 있는 전망좋은 암봉(660m)에 오르는데 고속도로와 국도가 발밑으로 지나가고, 가리파재를 넘어 벼락바위봉이 우뚝 서있으며, 원주시내가 시원하게 내려다 보인다.
계속해서 크고 작은 암릉들을 지나 큰 암봉(700m)에 오르면 역시 노송들이 울창하며 바위위에 서있으니 밑으로 까마득한 절벽이 오금을 저리게 한다
암봉을 지나면 1992년에 이곳에서 숨진 분의 추모비가 보이고 곧 오래된 비석이 있는 무덤 한기를 지난다.
한적한 길을 따라 안부로 내려서고 오르막을 치고 오르니 삼각점이 있는 773.9봉인데 나무가 우거져 조망은 좋지 않다.(09:06)
봉우리를 내려가면서 큰 암봉들이 나타나는데 기운을 쓰면 오를 수도 있을 것 같지만 홀로산행에서는 가능하면 위험한 것은 피하는 법이라 오른쪽으로 나있는 우회로로 들어간다.
어느정도 돌고나면 사면을 치고 능선으로 붙어야 하며 무심코 직진해서 계곡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큰 송전탑을 지나면서 내원계곡의 물소리가 시원하게 들리기 시작하고 가파른 오르막을 한동안 오르니 수리봉(810m)이다.(09:42)
작은 프라스틱 판이 걸려있는 정상에는 역시 나무가 무성해 조망이 막혀있고, 시명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동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하지만 영원사로 내려가는 북쪽 등로도 뚜렸하고 표지기들도 달려있어 유의해야 할 곳이다.

수리봉에서 얼마정도 내려가 계곡에서 올라오는 길을 지나고 낙엽에 덮힌 희미한 길을 한동안 따라가다가 무명봉을 오르면서 그만 길을 놓쳐 버린다.
봉우리를 올라가도 길이 없는 것 같아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살펴 보니 우회하는 길이 있지만 낙엽에 덮히고 희미해서 언뜻 찾기가 힘들다.
이상할 정도로 봉우리를 길게 돌고 돌아 다시 능선에 오르면 이제는 시명봉으로 가는 급한 오르막 길이 기다린다.
한번도 쉬지않고 이어지는 가파른 길을 올라가니 진땀이 흐르고 맥이 빠져 가다 쉬다를 반복한다.
겨울에 가리파재에서 오를 때도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는데 오늘 따라 금새 지치고 물만 많이 먹히는것이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다.
어제 저녁 얇은 양말을 신고 달리기를 해서인지 양 발바닥이 아파오고 웬일인지 사타구니가 옷에 쓸려서 움직일 때마다 따갑고 신경이 쓰인다.
땀을 쏟으며 주능선에 올라 급한 경사를 지그재그로 힘들여 오르면 시명봉(1187m) 정상이다.(11:20)
암봉에 서니 남대봉에서 비로봉으로 연결되는 치악의 등뼈가 뚜렸하고 다음 산행으로 잡고 있는 곰바위봉에서 향로봉으로 이어지는 긴 능선이 제법 험한 모습을 드러낸다.
삶은 계란으로 요기를 하면 무더운 날씨에 찬물은 마냥 들어가지만 상원사에서 물을 보충할 요량으로 마음껏 마셔둔다.

정상을 내려와 막 지기 시작하는 철쭉꽃을 밟으며 오르고 내리면 영원사에서 올라오는 등로와 만나고 물을 보충하기위해 상원사로 내려간다.(11:59)
배낭을 메고 경내로 들어오지 말라고 쓰여있는 안내판을 지나 상원사에 들어가니 다행히 입구에 청정약수가 흘러내린다.
물통에 물을 가득 채우면 마음이 넉넉해지고 기운이 나면서 얼마든지 갈 수도 있다는 새로운 자신감이 솟아난다.
절에서 오르막 길을 조금 올라 헬기장을 지나고 남대봉(1181.5m)에 오르니 동쪽으로 이어지는 울퉁불퉁한 능선이 길게 누워있고 그 정점에 솟아 있는 매봉산이 아스라하게 보인다.(12:25)
여기저기를 찾아 보아도 능선 초입부가 안 보이는데 비로봉쪽으로 50여미터 나아가니 오래된 표지기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철조망 잔해를 넘어 들어가 표지기가 두어개를 만나고 전부터 기다려 왔던 미답의 길로 들어 선다.

우거진 관목과 키높은 산죽사이로 흔적만 있는 길을 들어가면 나뭇가지들이 마구 배낭을 잡아채고 팔을 긇어댄다.
국립공원 안인데도 이렇게 길이 없고 거칠줄은 전혀 상상도 못한 일이다.
긴팔을 입고 올걸 하는 후회를 하며 능선을 따라가면 왼쪽에서 올라오는 뚜렸한 등로가 보이고 이후 길은 차차 순해지기 시작한다.
얼마쯤 가니 "영춘 박성태"의 표지기가 간간이 보이는데 아마 대간과 정맥을 다 하셨다는 그 박성태님 일 것이다.
나무들이 빽빽해 주위가 전혀 보이지 않는 수림의 터널을 계속 내려 가면 능선은 남에서 동쪽으로 급하게 꺽이며 오래된 낙동정맥 표지기가 하나 걸려 있다.
잠시 앉아서 집에서 싸온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어보지만 입안은 써서 받지를 않아 우유만 마시고 만다.
한동안 능선을 따라 내려가다가 946.7봉에 오르고 족적을 따라 내려가다가 너무 남쪽으로 가는 것 같아 다시 올라와 동쪽 방향으로 내려간다.
길도 없는 곳을 무엇에 홀린 사람처럼 내려 가다가 작은 암봉에 올라가 기를 쓰고 발돋음을 하며 주위를 보니 부곡리가 내려다 보이며 처음에 내려가던 능선이 맞는 길이다.
씩씩거리며 올라가 다시 내려가 보니 능선은 점차 동쪽으로 꺽어지며 제방향을 잡는다.
뚜렸한 사거리안부를 넘으면 잡초가 무성한 넓은 헬기장이 나오고 급경사 오르막이 시작된다.
비지땀을 흘리며 한동안 오르니 1000.6봉이고 나무들이 꽉찬 좁은 정상에는 삼각점 하나가 꼭꼭 숨어있다.(14:29)
이곳에서 북으로 꺽어지는 능선은 부곡리를 동으로 에워 싸면서 배향산을 일구고 남쪽으로 뻗은 주능선은 남동쪽에 매봉산을 높게 솟구치고 서만이강에서 그 맥을 다한다.

정상을 내려가면서 등로가 다소 뚜렸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여전히 주위가 꽉 막혀있는 어둠침침한 길을 계속 내달으며 무명봉에 오르면서 "好山 김명호" "낙원 申正熙"등 낯익은 표지기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작은 봉우리들을 계속 오르고 내리면 어느덧 920봉에 닿고 언뜻언뜻 매봉산쪽의 능선이 보이기 시작한다.
봉우리에서 내려가 평탄한 길을 한동안 걸으면 오른쪽으로 전불마을로 내려가는 뚜렸한 등로가 보이고 그쪽으로 하산한듯 표지기들이 몇개 붙어있다.
다시 오르막 길을 오르니 세찬 바람이 불며 한바탕 숲을 진동시키고 갈 길 먼 지친 나그네의 마음은 더욱 바빠진다.
끝이 없는 가파른 길을 한동안 올라서 사거리 안부를 지나면 능선 갈림길과 만나는데 남서쪽으로 가면 매봉산 하산로로 많이 이용하는 싸리재쪽 길이다.
이제는 다왔다는 기대감으로 봉우리를 오르니 또 다른 봉우리가 나타나고 능선은 계속된다.
한동안 올라 오랫만에 나타나는 암봉에 오르면 비로서 비로봉이 보이고 바로 앞으로는 매봉산이 불쑥 솟아있다.
암봉을 내려와 헬기장을 지나고 숨이 턱에 닿는 급경사 오르막을 기를 쓰며 올라 드디어 매봉산(응봉산, 1095m))에 닿는다.(17:17)
금속 이정판이 서있는 정상에 서면 처음으로 조망이 확 터지면서 남대봉에서부터 이곳까지 이어지는 긴능선의 면모가 확실히 보이고, 비로봉에서 천지봉과 매화산으로 연결되는 치악의 북능이 꿈틀거리며, 앞으로는 배향산 너머로 백덕산이 조망되고, 감악삼봉은 손을 뻗으면 닿을 듯 가깝게 솟아있다.

잠시 앉아 쉬니 서늘해진 바람이 불어오지만 얼마 남지 않은 일몰을 느끼며 하산을 서두른다.
헬기장을 지나서 동쪽으로 계속되는 넓직한 길을 내려가면 사거리 안부가 나오고 오르막 길이 시작된다.
쉬엄쉬엄 올라 가니 마치 인위적으로 만든 것 같은 넓고 평평한 917봉이 나오고 앞으로 990봉이 높게 올려다 보인다.
봉우리를 내려와 마지막으로 지친 몸을 닥달하며 힘들게 오르면 작은 봉우리이고 한구비 더 오르니 990봉 정상이다.
관목과 잡목들만 외로이 서있는 정상에서 내려가면 바로 창촌으로 하산하는 등로가 보이고 계속 동쪽으로 진행하면 서만이강까지 이어갈 수 있지만 오늘은 시간이 부족해서 포기한다.
남쪽으로 긴능선을타고 내려가니 876봉 못 미처에서 등로는 서쪽으로 꺽이며 계곡을 향한다.
한동안 내려가면 계곡의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넓직한 길을 따라가니 무덤들이 나오며 마을이 보인다.
농장의 철조망을 따라 내려가 매봉농장과 산장을 지나면 시멘트길이 이어지고, 전원주택지를 조성하는 공사현장을 지나 황둔 2리인 창촌을 만나고 곧 이어 주천과 신림을 잇는 88번 국도에 이른다.(18:42)
이미 18:30분에 지나가는 마지막 버스는 끊어졌고, 신림까지 차를 얻어 타려고 길가에서 열심히 손을 흔드니 마지막 기운을 다하는 일몰에 감악산의 암봉들이 빛을 받으며 그 아름다운 모양새를 뽐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