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Ⅰ)

치악산 변방의 봉우리들 (곰바위봉-향로봉-치악삼봉)

킬문 2006. 10. 27. 17:04
2002년 5월 30일 (목요일) 

◈ 산행일정
동서울터미널
원주터미널
금대리(08:13)
무명암봉(09:05)
곰바위(09:12)
해미산성(09:33)
곰바위봉(10:16)
699.2봉(11:34)
745봉(11:41)
길아재(11:54)
730.4봉(11:59)
반곡동갈림길(12:19)
헬기장(12:33)
보문사갈림길(12:45)
향로봉(13:06)
고든치(13:30)
971.2봉(13:46)
원통재(14:07)
삼봉갈림길(14:45)
쥐너미고개(15:00)
삼봉(15:17)
투구봉(15:42)
토끼봉(16:13)
능선갈림길(16:22)
능선갈림길(17:05)
신흥동(17:38) 

◈ 산행시간
약 9시간 25분 

◈ 후기

원주에서 시내버스를 타면 금대 유원지 즉 치악산 국립공원 금대분소 입구에 금방 도착한다.
식당들 사이의 넓은 길을 따라 올라가면 계곡은 영원골에서 흘러 내리는 옥류가 넘쳐 흐르고 물소리도 시원하다.
조금 올라가다가 왼쪽의 치악산장으로 들어가는 철다리를 건너서 산쪽으로 희미한 등로를 찾아 들어가면 올들어 처음 보는 산딸기들이 화사한 웃음으로 반겨준다.
급사면을 올라가 참호가 있고 텔레비젼 수신시설이 있는 능선에 오르니 곰바위 길이 시작된다.
빽빽한 수림을 뚫고 올라가면 치악똬리골을 지나는 열차소리가 아주 요란하고 중앙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들의 굉음이 귀를 울려댄다.
암릉들을 통과하고 작은 암봉을 오르니 곰바위가 앞으로 모습을 드러내는데 깍아지른 절벽들이 날카롭고 사뭇 그 위용이 대단하다.
암봉을 내려가는 길은 오랫동안 사람의 왕래가 없었던지 잡초들이 무성하고 칡넝쿨이 발을 잡아 끈다.
안부로 내려가면 아주 가파르고 높은 수직 암벽지대가 나오는데 긴장해서 바위틈새를 오르다 보면 산불로 시커멓게 죽어있는 고사목들이 자주 눈에 띈다.
암봉에 올라가 왼쪽에 약간 떨어져 있는 곰바위에 오르니 조망이 확 트이면서 올라온 능선과 옆의 수리봉 능선이 잘 보이고 고속도로와 국도가 발밑으로 시원하게 달려간다.

곰바위를 지나면 암릉은 사라지고 순한 육산이 이어진다.
울창한 수림사이로 낙엽이 발목까지 빠지는 길을 따라가니 무덤들이 나타나고 가시덤불들이 바지위로 피부를 마구 찔러댄다.
붓꽃처럼 생긴 보라색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여있는 초지를 지나면 흔적만 남은 해미산성터가 나오고 양지바른 송전탑밑에는 붉은 산딸기들이 탐스럽게 맺혀 있다.
장갑을 끼고 까시에 긁히지 않게 조심하며 오늘의 수확물을 정성스럽게 봉지에 담는다.
계속해서 나타나는 무덤들을 몇기 지나면 잡목속에 우람한 노송 한그루가 보이는데 사방으로 가지를 펼친 그 모습이 꽤 인상적이다.
소나무를 지나면서 다시 길이 희미해지고, 동쪽으로 서서이 돌아가는 능선을 한동안 따르다 곰바위봉(627m)에 오르는데 옛날에는 곰들이 떼를 지어 살았다고 하듯이 사방으로 수림이 우거졌지만 밋밋하고 별다른 특징은 없다.
정상석이나 삼각점도 없는 정상에서 얼음물을 마시고 쉬며 갈길을 찾아보지만 나무가 우거져 사방으로 전혀 조망을 할 수 없다.

예상외로 시간이 지체되어 서둘러서 내려가다 보니 북쪽으로 가야 하는데 동쪽의 영원계곡쪽으로 가는 길이다.
정상으로 올라와 북쪽의 능선을 찾으니 길도 없고, 무작정 내려가면 헬기장이 나오는데 잡목숲을 뚫지 못해 진행 할 수가 없다.
되돌아가서 반대쪽의 작은 봉우리로 올라가 보아도 역시 길은 없고 사방으로 능선이 보이지도 않아 답답한 마음으로 곰바위봉으로 돌아온다.
잠시 앉아서 가뿐 숨을 진정시키고 나침반으로 방향을 잡으며 아까 돌아왔던 정북쪽의 숲길로 다시 들어간다.
헬기장의 잡목숲을 무조건 돌파하려다 포기하고 옆으로 우회하니 울창한 낙엽송 사이로 어둠침침한 숲이 나오는데 어디가 길인지 알 수도 없어 무조건 정북방향으로 향한다.
작은 봉우리를 넘고 잡목지대를 이리저리 내려가면 오래된 무덤 한기가 나오고 동쪽으로 내려가는 희미한 길이 있지만 무덤을 넘어 북쪽의 산으로 올라간다.
능선으로 붙으니 이제서야 희미한 길이 보이고 조금 오르면 푸른 헝겊이 매어져 있는 699.2봉이 나온다.
곰바위봉에서 여기까지는 길이 전혀 없고 자기 독도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고 우유부단한 행동으로 무려 1시간 넘게 헤메었지만 길을 찾은 안도의 마음으로 길을 재촉한다.

뚜렸해지는 길을 따라서 약간 내려갔다가 다시 오르면 745봉이 나오고 여기서 잘 보이는 길로 무심코 내려선다.
무성한 철쭉사이로 허리를 굽히며 내려가다 방향이 틀려 올라가니 북쪽으로 등로가 보이고 붉은 헝겊도 매어져 있다.
고도를 낮추며 계속 내려가면 원주시 반곡동과 영원사 계곡을 잇는 길아재가 나오는데 좌우로 등로가 뚜렸하다.
안부를 지나 가파른 길을 오르니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가 나오고 여기서 등로는 북서쪽으로 꺽여 나간다.
희미한 길을 한동안 가다가 빵과 계란으로 점심을 먹고 앉아 있으면 바람이 불며 웬지 나른해져 서둘러 일어난다.

작은 돌탑이 있는 삼거리에 가면 왼쪽으로 아주 뚜렸한 등로가 있고 오래된 나무판에 "반곡역"이라 쓰여 있다.
봉우리를 우회하는 길을 따라가 보니 금두계곡쪽으로 내려가고 물이 보여 다시 올라와 희미한 능선으로 붙는다.
계속 오르면 넓은 헬기장을 지나고 반곡동에서 올라오는 길과 다시 만나며 조금 더 오르니 보문사에서 올라오는 삼거리 안부에 닿는데 비로소 표지기들이 많이 붙어 있다.
안부를 지나면서 길은 아주 넓고 뚜렸해지지만 급경사 오르막 길이 이어진다.
땀을 뻘뻘 흘리며 계속되는 급경사 길을 오르면 작은 암봉위에 세워진 돌탑이 있고 완만한 길을 몇분 더 지나면 향로봉(1042.9m)에 도착한다.
원주시내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정상에서는 시명봉과 남대봉이 앞에 나란히 서있고, 치악의 주릉은 끝이 없이 이어지며, 남대봉에서 선바위봉으로 이어지는 동쪽 능선도 뚜렸하게 보인다.

참외 한개를 까먹고 언제나 포근한 치악의 주릉을 오른다.
평탄한 길을 내려가 고든치를 지나고 우거진 억새를 지나 한적한 통나무 길을 오른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능선길을 올라 삼각점이 있는 971.2봉을 지나고 울창한 수림속의 길을 걷는다.
원통재에 이르면 가물었는지 윗쪽으로만 약간의 물이 흐르고, 응달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숨을 고른다.
올 때마다 언제나 힘든 이 깔딱고개를 오랫동안 오르면 삼봉쪽의 능선이 보이기 시작하고 입석사 갈림길에 오르면서 오늘 처음으로 운동화를 신고 온 등산객을 만난다.
계속되는 가파른 길을 힘들게 오르니 삼봉쪽 능선 갈림길에 입산금지 안내판이 서있는데 줄을 넘어 들어가는 뒷모습을 뒤따르던 등산객이 의아한듯 물끄러미 쳐다 본다.
잡초사이를 들어가면 전에는 초입부에 많이 붙어 있던 표지기들이 공원측에서 제거한듯 한개도 보이지 않는다.

울창하고 어두운 숲길을 따라 들어가니 저 멀리 세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삼봉의 모습이 얼핏 보인다.
한동안 고도를 낮추며 떨어지면 범골과 구룡사로 흐르는 도실암골을 연결하는 쥐너미고개인데 옛사람들이 험준한 치악산을 넘어 다녔을 이 고개는 좌우로 길이 넓직하지만 잡초가 무성하고 적적하기만 하다.
안부를 지나면서 바람이 심하게 불고 날이 흐려지기 시작한다.
완만한 관목길을 한동안 오르면 범골쪽에서 올라오는 등로가 있고 좀 더 오르면 삼봉(1072.6m)정상이다. 삼각점이 있는 암봉에 서면 비로봉이 지척에 솟아있으며 남대봉에서 향로봉을 거쳐 비로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이 장쾌하게 보이고 곰바위봉에서 향로봉까지의 지능선도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을 내려가 왼쪽의 하산로를 지나치면 두번째 봉우리인듯 앞에 우람한 암봉이 길을 막아선다.
암봉을 왼쪽으로 우회해 산파굴이라 불리우는 좁은 바위지대를 배낭을 벗고 조심해서 통과한다.
한동안 좁은 길을 따라가 새두둑마을로 내려가는 하산로를 지나니 울퉁불퉁하고 기묘하게 생긴 암봉이 나오는데 바로 투구봉(1002m)이다.
인제에 있는 可馬峰을 연상시키듯 사람 옆얼굴의 형상을 하고 있으며 실제로 옛이름도 가마봉이었다고 한다.
암봉을 빙돌아 우회해서 정상에 오르면 노송이 우거지고 한쪽 절벽만 보일뿐 조망은 별로 좋지 않다.
이제 하늘은 더욱 어두어지고 바람도 세차게 불어대며 금방이라도 비를 쏟아 부을듯한 날씨이다.
서둘러 내려가면 길은 점차 고도를 낮추어가며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빠른 걸음으로 내려가다 안부로 떨어지고 급경사 오르막을 조금 오르면 토끼봉(887m)이다.
바위들이 쩍쩍 갈라져 독특한 수직절편의 모습을 보이는 정상에서는 비로봉에서 천지봉과 매화산으로 이어지는 치악북릉이 아련하게 하늘금을 긋고 있고, 발아래로는 천년사찰 구룡사가 아늑하게 자리잡고 있으며, 이곳에서부터 C자 모양으로 굽어지며 구룡사 민박촌으로 떨어지는 긴 능선이 뚜렸하게 구분된다.

바람은 미친듯이 불고 하늘은 더욱 새카매져서 부리나케 봉우리를 내려가니 갈림길에서 능선은 서쪽으로 급하게 꺽이고 마치 산을 내려가듯 뚝 떨어지다가 다시 고도를 높혀간다.
어둠컴컴한 수림의 터널을 지나면 작은 봉우리를 올라섰다가 급하게 밑으로 떨어지는 길이 나오는데 뭔가 미심쩍지만 표지기들이 몇개 보이고 길도 뚜렸해서 내려가니 엉뚱하게도 남서쪽 방향이다.
다시 올라오며 보면 북동쪽 능선으로 꺽어지는 길이 있는데 낙엽이 많고 희미해서 지나치기가 십상이다. 간혹 산행기를 보면 구룡사로 내려갈려다 반대편의 흥양리쪽으로 잘못 갔다고 하는데 아마 여기에서 길을 놓치기 때문일 것이다.

표지기 하나를 붙이고 희미한 능선을 따르면 잠시후 길은 뚜렸해진다.
이제 완연히 낮아진 능선을 따르니 잡목이 아주 우거지고 지능선이 자주 갈려서 신경을 써서 길을 찾아야 한다.
금방이라도 비가 떨굴 것처럼 하늘은 어두어져 발걸음은 바뻐진다.
한동안 내려가면 다시 능선 갈림길이 나오고 북쪽으로 높은 봉우리가 보이며 표지기들도 달려있어 가보지만 역시 서쪽으로 내려가는 길이라 돌아온다.
오른쪽의 북동방향으로 길을 내려가면 얕으막한 능선이 계속 이어지고 구룡사쪽으로 길이 자주 보이지만 능선만 고집하며 나아간다.
계곡의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나뭇가지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는 지저분한 구릉을 계속 내려가니 길이 넓어지며 갑자기 앞에 가정집이 나타난다.
개들이 짖어대는 마당을 빠져 나오니 새재골민박집이고 주인 아주머니가 멍하니 쳐다 본다.
다리를 건너서 물이 철철 흘러 내리는 계곡을 지나면 계단이 나오고 바로 구룡사 시설지구의 버스정류장이다.
시원한 캔맥주로 갈증을 달래고 있으니 드디어 그동안 참아 주었던 하늘이 열리며 빗방울을 마구 토해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