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Ⅰ)

큰양아치에서 오른 산 (덕가산-명봉산)

킬문 2006. 10. 27. 17:53

2002년 6월 20일 (목요일) 

◈ 산행일정
의정부터미널(07:20)
원주터미널(09:25)
큰양아치(10:38)
헬기장
덕가산(11:32)
능선갈림길(11:59)
능선갈림길(12:15)
대안리임도(12:26)
노루재(12:42)
무명봉(13:23)
563.5봉(13:42)
554.8봉(13:49)
사거리안부(14:02)
545봉(14:10)
안부(14:42)
명봉산(15:16)
598.7봉(15:28)
480봉(16:15)
391.2봉
임도(16:38)
320봉(16:49)
42번국도(17:26) 

◈ 산행시간 
6시간 48분

◈ 후기

원주 터미널 앞에서 귀래행 31번 버스를 기다리니 비는 그칠줄 모르고 오락가락 한다.
서울에는 새벽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방송에서는 원주지방에 안개만 낀다고 했는데 도착해서 막상 비가 내리니 심란해진다.
매지쉼터에서 버스를 내려 대양아치에 올라가니 다행히 비는그치지만 하늘은 검은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다.

치악산의 주릉은 남대봉에서 가리파재를 지나 백운산을 크게 일구고 두갈래로 갈라진다.
남쪽으로는 촉새봉과 옥녀봉을 지나고 천둥산을 솟구친 다음 원서천에서 맥을 다하고 북쪽으로는 대양아치를 거쳐 덕가산을 솟구쳤다가 그 여맥은 다시 명봉산으로 이어지며 섬강의 지류에 다달아 그 기운을 다한다.
작년 겨울에 가리파재에서 이곳 대양아치로 내려 왔었고 오늘은 덕가산과 명봉산을 오르고 영동 고속도로변의 동화역까지 이어주는 연결산행인 셈이다.

능선으로 붙으면서 지저분한 잡목사이로 가파른 길이 이어진다.
소나무가 무성한 길을 조금 올라가니 후두둑 소리가 나더니만 기어코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잽싸게 판쵸우의를 입고 올라가면 빗물은 안경을 타고 흐르며 김까지 서리고 시야가 막혀 가다서다 안경딱기에 바쁘다.
우의를 뒤집어 쓰고 급경사 오르막 길을 천천히 오르지만 진땀이 흐르고 숨이 차온다.
땀을 뻘뻘 흘리며 오르막 길을 오르고 헬기장을 지나니 길은 평탄해 지지만 빗줄기는 더욱 거세어진다.
노송과 어우러진 암릉들을 지나고 완만하게 나타나는 몇개의 작은 봉우리들을 넘어 덕가산(700.5m) 에 오른다.
정상은 잡초가 무성한 넓은 헬기장이고 글씨 없는 작은 화강암이 세워져 있어 정상임을 짐작케 해준다.
이곳에 오르니 거짓말처럼 소낙비가 그치고 잠깐 사이에 해가 비치기 시작하지만 사방으로 구름에 뒤덮혀 마치 대양속의 무인도에 오른듯 하다.

길마재로 내려가는 서쪽 능선은 긴풀사이로 길이 안보이고 북쪽으로는 희미한 길이 이어진다.
잡목이 울창한 길을 내려 가면 비에 흠뻑 젖은 나무들은 물기를 마구 떨구어내고 몸은 이내 젖어 버린다. 낙엽이 두텁게 깔린 숲길을 지나니 목장에서 쓰는듯한 쇠줄들이 땅바닥에 보이고 능선은 서쪽으로 갈라진다.
마을로 내려가는 등로들을 몇번 지나치면 다시 능선 갈림길이 나오는데 잘못 내려가다가 다시 북서쪽 능선으로 붙는다.
점점 희미해지는 길을 따라 잡초를 뚫고 계속 내려가니 대안리임도가 나오고 전원주택지를 조성하는듯 여기저기 땅을 다져 놓았다.
산줄기를 까부숴 놓아 반쪽만 남은 능선을 따라서 폐지들을 잔뜩 쌓아놓은 야적장을 지나면 대안리와 비두리를 잇는 노루재로서 지도상에는 비포장 임도이지만 이차선 포장도로로 바뀌어 있다.

절개지를 기어 오르니 잡목과 잡초만 꽉 차있고 길은 전혀 없다.
북서쪽으로 방향만 맞추고 까시나무들을 피하며 내려가면 쓰레기들이 버려져있는 소로가 나오고 능선이 이어진다.
희미한 족적을 따라 주능선으로 올라가니 반대쪽 산사면 전체가 벌목이 되어 있고 앞이 훤하게 트여있다.
능선을 따르면 여기저기 나무들이 쓰러져있어 모양새는 별로 안 좋지만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땀을 식혀 주고 문득 느껴지는 방만한 자유스러움에 몸은 떨려 온다.
벌목지를 지나면서 희미한 산길이 이어지고 곧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된다.
작은 봉우리에 올라 점심용으로 가져온 삶은 계란을 먹으려 아무리 찾아도 집에 놓고 온듯 보이지 않는다.
그냥 빵과 우유로 끼니를 때우고 길을 재촉하면 적막한 숲속에는 새소리만 요란하다.

정북쪽으로 올라가는 능선에는 뚜렸한 길은 없고 잡초들이 무성하다.
한동안 이어지는 오르막을 오르고 봉우리를 넘으니 왼쪽으로 P골프장이 보이기 시작한다.
몇년전에 그리 크지는 않지만 꽤 견실했던 D제약이 주위의 만류를 무릅쓰고 만들다가 부도가 났던 그 골프장이다.
산에 다니면서 골프 치러 나가 본지도 벌써 몇년이 넘었지만 간혹 산위에서 골프장을 내려다 보면 푸른 잔디에서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이 너무나 한가롭게 보이고 부러워지기도 한다.
완만해진 길을 조금 더 오르니 삼각점이 있는 563.5봉인데 까시나무들이 꽉 차있고 붉은색 깃발하나가 펄럭인다.
봉우리를 내려가 평탄한 길을 가면 그동안 보이지 않던 암릉들이 간간이 나타난다.
암릉들을 지나고 급경사 오르막을 오르니 암봉으로 이루어진 554.8봉인데 멋있는 노송들 틈에 황폐한 무덤 한기가 떡하니 누워있다.
바위위에 올라가면 골프장의 잔디밭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고 문막 일대의 전답들과 읍내가 훤히 내려다 보여 일급 전망대라 할 수 있다.

정상에서 내려가는 길은 가파르고 낙엽이 비에 젖어 아주 미끄럽다.
조심해서 내려가 좌우로 희미한 등로가 있는 안부를 지나면서 길은 거의 흔적을 잃는다.
있는 듯 없는 듯한 길을 찾으며 잡초지대를 한동안 오르면 545봉인데 잡목이 빽빽해서 주위는 전혀 조망이 안된다.
여기에서 능선은 북서쪽으로 꺽여야 하는데 그쪽으로는 길이 전혀 없고 북쪽으로 떨어지는 길만 확실하다.
시험삼아 조금 내려가 보니 역시 등로가 아닌듯해서 올라 오지만 북서쪽 길은 찾을 수 없다.
사방은 막혀서 보이지는 않고 답답한 마음에 다시 한번 더 밑으로 내려가 보지만 역시 되돌아오고 만다.
봉우리에서 역으로 내려오니까 북서로 갈라지는 능선이 보이고 트래버스해서 조금 가니 희미한 등로와 만나는것이 아마 봉우리를 우회하는 길을 놓쳤던 모양이다.
안부로 내려가면 노루재 이후에 처음 보는 낡은 표지기 한개가 보이고 꾸준한 오르막 길이 이어진다.
명봉산의 등산로는 궁말이나 메나동에서 오르는 길을 주로 이용해서인지 이쪽 길은 뚜렸하지만 잡초가 많고 인적이 드물다.
간간이 없어지는 길을 조심하며 한동안 오르면 드디어 명봉산(618.4m)에 닿는데 수림이 빽빽한 정상에는 별 다른 특징이 없고 표시석도 없으며 작은 비닐코팅지만 걸려있다.
주능선은 계속해서 북쪽으로 연결되지만 실제적인 정상으로 인정받는 598.7봉을 보기위해 남서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조금 내려가면 메나골 이정표가 서있고 작은 암봉을 지나 밧줄이 걸려있는 가파른 암릉을 오르면 598.7봉이다.
아름다운 노송들이 서있는 암봉위로 오르니 사방이 훤히 트여서 명봉산까지 지나왔던 전 능선의 윤곽이 뚜렸하고 절벽 아래로는 골프장이 가깝게 있으며 문막 읍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명봉산 정상으로 다시 올라가 북쪽 능선으로 들어간다.
울창한 수림사이로 잘 딱여진 등로를 따라  대안리로 내려가는 하산로를 지나고 암봉을 오르면 480봉이다.
완만한 길을 계속 내려가면 돼니로 내려가는 등로가 잇달아 나오고, 삼각점이 있는 391.2봉에서 휴식을 취하면 앞으로는 명봉산의 북서쪽 지능선이 나란히 지나가고 그 사이로는 동화골이 깊게 패여있다.
다시 완만한 길을 내려 가니 북서쪽으로 갈라지는 능선분기점이 나오는데 독도를 잘못하고 고집스럽게 희미한 길을 따라 가다가 다시 돌아 온다.
표지기를 따라 조금 내려가면 임도가 나오고 가파른 절개지를 내려와 산으로 올라 붙는다.
잡목이 널려있는 가파른 길을 올라가니 320봉인데 마을사람들이 이용하는듯 운동시설들이 놓여 있으며 아직도 북서에서 북쪽으로 휘어지는 남아있는 긴능선이 보이며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량들의 소리가 가깝게 들려온다.
마을로 내려가는 안부를 지나면서 이제 야산같은 낮은 구릉들이 이어지고 길 같은 것은 없다.
간벌한곳을 오랫동안 지나니 까시덤불들이 앞을 막지만 능선만 따른다.
계속 내려가면 동화역쪽으로는 능선이 없어지고 푸른 잔디로 덮힌 넓은 축구장과 주차장의 시설물만 눈에 띤다.
점점 낮아지는 능선을 계속 따르니 잡목과 잡초사이로 온통 까시덤불 투성이지만 영동고속도로가 바로 앞에 보이고 질주하는 차소리는 귀를 멍멍하게 한다.
이제 마지막으로 기운을 다하는 능선을 내려가면 넓은 초지에 수로가 나타나고 지저분한 개천을 뛰어 건너니 "강동특수제지"라는 회사가 보인다.

고속도로 굴다리를 건너 문막과 원주를 잇는 42번 국도에 도달하고 시내버스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