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2월 14일 (토요일)
* 일정표
동서울터미날(06:30)
장호원(07:54)
오갑초등학교(08:02)
헬기장(09:22)
원통산(10:17)
질고개(10:40)
무명봉(11:08)
질마루고개(11:22)
승대봉(11:41)
둔터고개(12:09)
능선삼거리(12:52)
국망산(13:13)
무명암봉(13:51)
하남현(14:06)
676봉(14:46)
보련산(15:23)
쇠바위봉(16:02)
동막고개(16:30)
국사봉(17:21)
능암온천(17:58)
장호원(19:40)
동서울터미날
* 산행시간
약 9시간 56분
* 후기
- 원통산
서리가 허옇게 깔린 오갑초등학교로 들어가니 종종걸음 치는 어린애들이 안스러운데 옛날에 학교 다닐 때는 왜 그리 춥고도 멀었는지 모른다.(08:02)
날이 풀린다고 했어도 아침 바람은 차거워 귀마개와 두터운 장갑으로 중무장을 하고 도로를 따라 톡실마을로 올라간다.
과수원 단지를 지나면 사방으로 산을 뚫고있는 임도가 나오고 얼어붙은 길에는 베어진 나무들이 누렇게 변색되어 있어 을씨년스럽다.
끝이 없이 이어지는 임도가 지겨워 옆의 능선으로 올라가 보니 역시 임도와 만나고 잠시 후 넓은 헬기장이 나온다.(09:22)
원통산 쉼터라는 이정표를 지나고 쓰러져 가는 억새 사이로 희미한 산길을 올라간다.
발자취 한 점 없는 깨끗한 눈길을 올라가면 수십년 된 소나무들이 빼곡하고 청정한 기운이 느껴져 이리저리 파헤쳐진 임도를 보며 망가진 산이라고 느꼈던 실망감이 다소는 사라진다..
작은 봉우리에 오르면 톡실마을의 푸른 지붕이 여유있게 보이고 저 멀리 서쪽으로는 용문산처럼 머리에 군부대를 이고있는 부용산이 보인다.
암릉과 억새 밭을 지나고 계속되는 봉우리를 넘어서 가파른 눈길을 오르면 원통산(645m)이다.(10:17)
정상에서는 제천가는 38번 국도 너머로 오갑산이 가깝게 솟아있고 국망산에서 보련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뚜렷하며 행덕산을 지나 솔고개로 내려가는 남능도 가깝게 보인다.
- 승대산
국망산을 보며 북동 방향의 능선으로 내려간다.
길게 이어진 밧줄을 잡고 험한 암능을 통과해서 바로 송전탑이 서있는 질마재로 내려선다.
안부에서 봉우리를 오르면 넓은 골프장이 펼쳐지고 바로 밑으로 눈덮힌 페어웨이와 공을 치는 사람들이 보이며 시끌벅적한 소리도 들린다.
이런 눈속에서는 공을 찾기도 힘들고 공을 제대로 맞추기도 어려울텐데 아무래도 골프 매니아들인 모양인데 일부러 내보는 헛기침소리에 캐디의 눈길이 휘둥그래진다.
눈이 두텁게 쌓인 한적한 길을 따라 무명봉에 오르니 그제서야 승대산이 앞에 보인다.
관목이 울창한 오솔길을 내려가면 질마루고개인데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던 이 고개는 골프장 때문에 잡초에 묻혀서 쇠퇴해가고 있다.
급경사 눈길을 한동안 올라 옛 성터를 넘으면 정상석도 없는 승대산(567.2m)이고 오래된 표지기만 두어개 걸려있다.(11:41)
사람 흔적도 없는 쓸쓸한 봉우리에서 지나온 원통산을 보며 물 한 모금 마시면 겨울 햇살은 따뜻하게 내리쬐고 몸과 마음은 나른해진다.
정상에서는 국망산이 제법 우람하게 몸집을 드러내고 발 밑으로는 고속도로와 국도들이 나란히 지나간다.
- 국망산
희미한 능선 길을 방향만 잡고 내려가면 벌목한 나무들이 쓰러져 있어 길이 없어진 곳이 많다.
쓰러진 나무 사이로 잡목과 가시넝쿨을 조심해서 내려가면 2차선 포장도로인 둔터고개가 나오고 바로 길을 건넌다.
질퍽거리는 진흙 절개지를 오르면 역시 나무들이 많이 쓰러져 있어 등로가 불확실하다.
잠시 임도로 내려섰다가 절개지를 올라 가시나무와 잡목들이 많은 숲을 지나 다시 능선으로 붙는다.
급경사 오솔 길을 힘들게 올라가면 아름드리 노송 사이로 길은 희미하고 낙엽이 많아 자주 미끄러진다.
한참 올라가면 골프장이 있는 지당리 쪽에서 올라오는 등로와 만나는데 거꾸로 내려올때는 둔터고개로 갈라지는 이능선을 찾기가 쉽지 않을 듯 하다.(12:52)
이제는 눈이 제법 많이 쌓여서 스펫츠를 할까 망설이다 귀찮아 그냥 올라간다.
이리저리 눈밭을 헤치며 오르면 진달래공원에서 올라오는 길을 지나고 바로 국망산(770.3m)에 닿는다.(13:13)
바위에 앉아 정상주 한 잔 마시고 있으니 하남현 쪽에서 노부부 두분이 올라오는데 오늘 처음으로 만나는 등산객들이고 부부가 같이하는 실버산행이 참으로 아름답게 보인다.
- 보련산
잠시 쉬고 보련산 쪽의 뚜렷한 등로를 따라 밧줄을 잡고 하남현으로 내려간다.
미끄러운 길을 한동안 내려가면 작은 돌탑이 서있는 암봉에 이르고 다시 밧줄을 잡고 암릉을 내려가는데 능선 갈림길에서 노은리쪽으로 잘못 내려가다가 이내 되돌아 올라온다.
눈이 녹아 미끄러운 진흙 길을 잠시 내려가면 2차선 포장도로가 지나가는 하남현이고 등산로 안내판이 서있다.(14:06)
이동전화 기지국의 급경사 시멘트 도로를 따라 오르면 곧 뚜렷한 등로가 연결된다.
가파른 눈길을 한동안 오르면 사방이 절벽인 676봉인데 주위의 조망이 시원하게 펼쳐지며 보련산은 몇굽이 너머로 멀리 보인다.
암봉에 뚫려있는 자연굴을 지나면 눈은 더욱 많이 쌓여서 발목까지 빠지고 국망산에서 삶은 계란 두개만 먹었더니 허기가 지고 기운이 빠져온다.
비탈진 봉우리를 하나 오르니 또 다른 봉우리가 있고 두번째 봉우리를 넘으니 그제야 보련산이 보인다.
비지땀을 흘리며 마지막 급경사를 오르고 암봉을 휘돌아 오르면 보련산(764.9m) 정상으로 오래된 묘 한기가 누워있다.(15:23)
무덤가에 앉아 늦은 점심을 허겁지겁 먹으면 충주호는 가물가물해서 잘 안 보이고 남한강의 한자락만이 퍼렇게 보일뿐이며 둔산온천 건물이 내려다 보인다.
- 동막고개
동막고개로 내려가는 동쪽 능선으로 가다보면 700봉과 578봉을 거쳐서 보련폭포로 내려가는 남쪽 능선이 주능선인 양 높게 올려다 보여 몇번이고 지도를 보며 확인한다.
사람들의 통행이 많아 반질반질해진 길을 내려가면 둔산온천으로 내려가는 안부가 나오고 온천 쪽으로는 굵은 밧줄이 매어져있다.
능선으로 다시 오르면 작은 봉우리를 넘어 곧 쇠바위봉인데 별 다른 특징은 없고 뭉툭하다.(16:02)
봉우리에서 내려와 수룡폭포 갈림길을 지나면 완만하고 푹신한 오솔길이 이어진다.
계속 내려가다 능암온천 내려가는 능선 길을 지나면 바로 동막고개인데 까마득한 절개지와 넓은 비포장 도로가 보이며 국사봉은 바로 앞에 우뚝 서있다.(16:30)
국사봉을 갈까말까 고민을 하다가 별볼일 없는 단순한 봉우리로 보이고 능선이 아닌 도로로 하산하는 것도 좋지 않다는 핑계를 대며 도로 능선길로 내려간다.
- 국사봉
도로를 따라 능선을 한참 내려오니 결국 도로와 만난다.(16:50)
큰 길을 따라 내려가다가 뭔지 아쉬운 마음에 뒤돌아 보면 동막고개도 가까워 보이고 국사봉이 바로 올려다 보인다.
언제 이곳을 다시 올건 가 하고 잠시 고민하다 결국 발길을 돌려 진땀을 흘리며 고개를 넘고 절개지를 넘어 능선으로 붙는다.
흐릿한 길을 올라가니 무덤 한 기가 나오고 이후로는 길다운 길은 없다.
날은 점차 어두워지고 급한 마음에 서두르면 낙엽과 눈길에 자주 미끄러진다.
암릉들을 지나고 나뭇가지를 잡아가며 힘겹게 오르면 드디어 암봉으로 이루어진 국사봉이다.(17:21)
잘 생긴 노송들이 있는 정상에서는 조망도 별로이고 무쇠봉 쪽 길도 별로 뚜렷하지 않은 것 같다.
서둘러서 인적 없는 산을 내려와 다시 절개지에 이르니 날은 완전히 어두어진다.
도로 따라 터벅터벅 내려가면 몸은 지치고 마음은 외로워도 예정된 산행을 마치고 내려가는 발길은 가볍다.
한동안 어두운 고개를 내려가면 달빛 사이로 국사봉의 실루엣이 시커멓게 나타나고 능암온천과 천주교회의 네온불빛은 사람사는 세상을 나타내 듯 반짝거린다.
지친 발걸음으로 찬바람을 뚫고 내려가면 어느덧 온천장이 나오고 따뜻하게 끌어 당기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어느새 몸은 온천으로 향한다.(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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