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Ⅱ)

여유 부리다 망친 산행 (청벽산-무장봉)

킬문 2007. 6. 29. 10:17
2007년 6월 24일 (일요일)

◈ 산행일정

동서울터미널
철정(06:15-08:22)
326봉(09:18)
청벽산(09:41)
송전탑(10:04)
452봉(10:18)
643.0봉(10:54)
510봉(11:43)
소로안부(12:26)
능선갈림봉(12:42)
556봉(12:50)
570봉(13:35)
임도(13:38)
산불초소봉(13:58)
된덕고개(14:17)
655봉(14:37)
그물망(14:45)
682봉(15:06)
683.3봉(15:38)
그물망(15:58)
무명봉(16:04)
임도(16:55)
임도고개(17:06)
마을(17:40)
화상대
홍천터미널
용문터미널(19:23-20:05)
용문역
청량리역(20:13-21:16)

◈ 도상거리
약 15km

◈ 산행시간
9시간 18분

◈ 산행기

- 청벽산
새벽녘에 줄줄 �아지는 빗줄기를 보고는 강원 오지산행을 포기하고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청벽산과 무장봉을 연계하는 홍천 변두리의 산줄기를 찾기로 한다.
홍천에서 20분이나 쉬고 버스로 철정에서 내리니 잠깐사이에 먹구름이 물러나며 따가운 햇볕이 쨍쨍 내려오고 습도는 높아서 금방 후덥지근한 열기가 느껴진다.
엉뚱하게 451번도로가에서 잡목들을 헤치다 내려와 청벽산으로 이어져 올라가는 산줄기를 확인하며 북창교로 내촌천을 건너고 집터를 딱아 놓은 곳에서 산으로 붙어 잡목들을 헤치다 묵밭으로 내려온다.
인삼밭들을 지나고 무덤가에서 산으로 올라가면 빗물이 떨어지며 몸을 적시고, 간벌된 나무들은 여기 저기에서 걸기적거리며, 후끈거리는 대기에 금방 땀이 �아진다.
얼굴에 둘러붙는 거미줄들을 걷어가며 묘 5기를 연신 지나고 서늘한 그늘이 반가운 잣나무지대를 지나서 우정산악회의 표지기가 보이는 잡목숲으로 들어간다.
구슬땀을 떨어트리며 326봉을 넘고 두떱게 깔린 낙엽에 미끄러지며 쌍묘와 웃자란 고사리들이 덮고있는 폐묘를 지나서 온갖 날벌레들이 날라다니는 가파른 능선을 이어간다.
힘겹게 삼각점(어론26/1988재설)이 있는 청벽산(451.3m)에 올라가니 거목 한그루가 톱날에 넘어가있고, 조망은 가려있어 강가의 수려한 암벽들을 보리라 기대했던 산객을 실망시킨다.



▲ 북창교에서 바라본 청벽산



▲ 청벽산 정상



- 643.0봉
언제 쐐기에 물렸는지 화끈거리며 부풀어오르는 왼팔에 연고를 바르고 한적한 야산길을 따라 송전탑을 지나서 좌우로 길이 뚜렸한 안부로 내려간다.
있지도 않은 더덕을 찾는다며 양눈을 부릅뜨고 452봉을 넘어 남쪽으로 급하게 꺽어서 왼쪽 사면에서 오는 좋은 등로를 만나지만 숲은 조망이 트이지않아 답답하다.
바람 빠진 풍선처럼 초장부터 쇠진한 다리를 애써 달래가며 나뭇가지사이로 뾰족 솟은 643.0봉을 바라보고 가파르게 이어지는 잡목길을 한동안 따라간다.
멀리 북창의 마을들을 바라보며 글씨 없는 오래된 삼각점이 놓여있는 643.0봉에 올라가면 조망이 시원하게 터져서 바로 앞에 구절산과 연엽산이 잘 보이고, 맞은 편으로 봉황산에서 백우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가깝게 펼쳐지며, 남쪽으로는 공작산이 그 특유의 멋진 모습을 나타낸다.
일견 능선이 없는 것 같은 지형에 잠시 헤메이며 여느 때처럼 나침반이 망가진게 아닌가 하는 황당한 생각을 하다 베어진 나무들을 넘어 남쪽으로 꺽어 내려가니 능선이 살아나고 산악회의 표지기도 두엇 보인다.



▲ 643.0봉 정상



▲ 643.0봉에서 바라본 구절산.연엽산과 뒤의 영춘지맥



▲ 643.0봉에서의 공작산쪽 조망



- 임도
멧돼지의 배설물들이 자주 보이는, 한적하지만 답답한 숲을 따라가다 510봉에서 삼각김밥으로 점심을 먹고 가파른 산길을 올라 봉우리를 넘는다.
다음의 무명봉에 올라서면 앞이 탁 트여서 가야할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오고 그너머로 백우산에서 백암산으로 이어지는 유장한 산줄기가 하늘금을 그린다.
들뜬 마음으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내려가니 점점 길이 흐려지고, 빽빽한 잡목들에 둘러쌓여 오도가도 못하다가 되돌아오지만 맞는 길이라 다시 내려간다.
앞이 보이지않는 밀림을 어렵게 헤치고 내려가 화상대리와 주음치리를 잇는 뚜렸한 소로를 만나서 다행히 흐릿하게 나타나는 족적을 신경 쓰며 따라간다.
울창한 까시덤불과 칡넝쿨들을 헤치고 어렵게 능선 3개가 갈라지는 봉우리에 올라서니 한여름에는 다니지도 못할 밀림이 내려다 보이고 송림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진땀을 말려준다.
좋아진 길 따라 556봉을 지나고 총총히 연속으로 나타나는 봉우리들을 넘어 사면처럼 왼쪽으로 급하게 꺽어지는 마루금을 주의해서 찾아간다.
잡목에 쌓여있는 570봉을 넘고 잠시 내려가 임도를 만나서 가파른 절개지를 기어 올라가니 '102'라 쓰인 뜻 모를 작은 플라스틱판이 나무에 걸려있다.



▲ 전망봉에서 바라본 가야할 마루금과 그너머의 백우산에서 백암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 683.3봉
다시 먹구름이 끼기 시작하는 하늘을 바라보며 시종 변화 없이 따분하게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가면 산불초소가 있는 봉우리(약610m)가 나오고 앞에는 된덕고개너머로 이어지는 마루금이 정면으로 보인다.
북쪽과 남쪽으로 이어지는 뚜렸한 길을 버리고 마루금으로 생각한 정동방향으로 무작정 내려가니 바로 임도가 나오지만 된덕고개로 올라가 보니 초소봉에서는 남쪽의 뚜렸한 길로 내려왔어야 했다.
벌목된 지저분한 숲을 지나 조상인 남평문씨묘를 만나서 655봉을 넘어서면 길이 좋아지고 완만해지지만 마치 기상청을 배려하는듯 비구름이 몰려오며 주위가 서늘해진다.
완만한 숲길을 한동안 따라가니 '홍천산양산삼재배단지'라 쓰인 검은 그물망이 나타나고 안쪽에서 바람에 실려왔는지 사면에 더덕들이 널려있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땅을 헤친다.
바로 위의 682봉에서 북동쪽으로 꺽어 자주 갈라지는 지능선들을 조심하며 유순한 산길을 따라가다 응봉산으로 이어지는 뚜렸한 갈림길을 지난다.
무성한 풀섭에 삼각점(어론27/1989복구, NO24) 두개와 안내문이 서있는 683.3봉으로 올라서면 조망은 가려있고 간간이 후두둑거리며 참았던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 산불초소봉



▲ 산불초소에서 바라본 영춘지맥의 산줄기



▲ 된덕고개



▲ 산삼재배단지의 그물망



▲ 683.3봉 정상



- 화상대
북쪽으로 꺽어 왼쪽으로 마개마을의 외딴 농가를 바라보며 흐릿해진 길을 잠시 내려가니 앞이 확 트여서 그동안 숨어있던 가리산 쌍봉이 구름속에 모습을 드러내고, 봉황산에서 백우산을 지나 백암산으로 이어지는 긴 산줄기가 시원하게 펼쳐지며, 뒤로는 영춘지맥의 산봉들이 하늘금을 그려 발길을 잡는다.
잡목속으로 흐릿하게 이어지는 산길 따라 '국유지'라 쓰인 시멘트석들을 보면서 걸음을 바삐 하면 다시 산삼재배단지의 그물망이 나오고 여기에서 북쪽인 오른쪽으로 꺽어 진행하였는데 결과적으로는 서쪽으로 휘는 것같은 직진길로 가야만 했다.
경고문들이 서너개씩 붙어있는 안부로 내려가 가파르게 앞 봉우리에 오르고, 왔다갔다 하며 길을 찾다 왼쪽으로 흐르는 마루금을 확인하지만 이제는 시간이 너무 부족해 그냥 하산하기로 한다.
무덤가로 꺽어져 북쪽 지능선을 치고 내려가 계곡을 건너고 임도와 만나, 왼쪽으로 한동안 올라가면 재배단지의 슬레이트 경비초소가 있는 고개가 나오는데 욕심을 부리고 다시 산으로 붙어보지만 마루금이 아니라 되돌아온다.
조금 더 임도를 따라가니 무장봉으로 이어지는 낮은 산줄기가 시작되지만 내촌에서 18시 50분 막차를 못탈 것같아 그냥 임도를 따라간다.
임도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꺽어 밑의 윗연못골 마을들을 바라보며 내려가면 오른쪽으로 무장봉으로 이어지는 낮은 산줄기가 나타나 산객을 괴롭힌다.
6km 떨어졌다는 큰길을 향해 시멘트길을 터벅터벅 내려가다가 광암리의 집으로 간다는 부부의 승합차를 얻어타고 화상대에서 내려 찬맥주 한병을 마시며 홍천 나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 전망대에서 바라본 무장봉과 뒤의 백우산줄기



▲ 전망대에서 바라본 뒤의 가리산과 오른쪽의 봉황산



▲ 임도의 산삼재배단지 경비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