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ⅹⅱ)

가뭇없는 눈길 (월명봉-사명산)

킬문 2024. 12. 22. 22:43

2024년 12월 21일 (토요일)

◈ 산행경로
동서울터미널
양구터미널(07:00-09:01)
도일낚시터민박(09:35)
604.5봉(11:17)
월명봉(12:10)
임도(12:55)
임도(13:24)
사명산(14:46)
용수암(16:21)
선정사
웅진2터널(17:07)
춘천역(17:57-18:30)
상봉역

◈ 산행시간
7시간 32분

◈ 산행기

간밤의 폭설로 온통 흰 세상이 되어버린 꾸불꾸불한 403번 도로를 달려 상무룡2리의 끝인 도일낚시 민박집 앞에서 택시를 내려 2009년에 만났던 그 갓난강아지들을 떠올리며 큼지막한 개들이 사납게 짖어대는 시멘트 소로로 들어갔다 돌아와 바로 절개 지로 들어가 수북하게 쌓인 눈에 미끄러지며 간신히 능선으로 붙어 가뭇없이 사라진 산길을 찾는다.
올 처음으로 아이젠까지 하고 험준한 암 능을 길게 우회하다 바위와 나무들을 잡고 힘겹게 604.5봉으로 올라가 막걸리 한 컵을 마시며 바람막이도 집에 놓고 온 미련함과 아쉬움을 달래다 찬바람에 날리는 눈발을 얼굴에 맞으며 온통 너덜들을 덮고 있는 눈을 뚫고 무작정 앞으로 올라간다.
슬그머니 나타난 삐삐선을 반가워하며 쓰러진 나무들을 돌고 뺨을 때리는 울창한 잡목들을 헤치며 주위의 찬란한 설경에 감탄할 새 없이 좁은 공터에 삼각점이 놓여있는 월명봉(719.4m)에 올라 반으로 부서져 뒹구는 정상 판을 확인하고 다시 막걸리에 간식을 먹으며 일단 길이 없는 첫 봉우리에 잘 온 셈이라 안도를 한다.
남으로 방향을 맞춰 718.2봉을 넘고 한편의 바위 전망대에서 산허리를 관통하는 임도와 흰 눈을 쓰고 있는 사명산을 바라보고는 기상 관측시설 철망을 개구멍으로 통과해 수북하게 눈이 쌓인 임도를 걸어가다 쓸쓸하게 서 있는 작은 안내판을 보며 산으로 들어가 어디가 길인지 알 수도 없는 적막한 숲을 올라 다행히 산중의 이정표를 만난다.
다시 임도를 건너 밧줄 난간들이 길게 쳐져 있는 된비알을 치고 눈꽃들이 피어있는 숲으로 들어가 무성한 미역줄나무와 잡목들을 돌고 헤치며 허연 눈사람이 되어 지겹게 적설을 뚫다가 점차 뚜렷해지는 족적을 보며 기억이 생생한 능선 삼거리로 나아가 오늘 처음으로 웅진리 쪽에서 오는 발자국과 만난다.
느긋해진 마음으로 텅 빈 사명산(1198.1m)에 올라가 낯익은 삼각점과 정상석을 알현하고 짙은 구름에 가린 사방을 둘러보다 그리 낮은 기온이 아닌데도 웬일인지 추위에 벌벌 떨려오는 몸뚱이를 막걸리로 달래고 종일 주린 배를 떡과 간식으로 채운 다음 예정된 죽엽산으로 갈지 고민을 하다가 어언 15시도 다 된 시각인데 갈 능선으로는 발자국 하나 없고, 컨디션이 안 좋기도 하지만 어둠 속에 추곡령에서 차들이 질주하는 추곡터널로 내려갈 일이 영 걱정이 되어 과감히 포기하고 익숙한 웅진리로 하산하기로 한다.
삼거리로 돌아와 능이를 딴다고 더산 님과 몇 번이나 왔었던 추억을 떠올리다 유일한 발자국을 확인하며 뚝 떨어지는 가파른 산길을 따라가 나무 계단들을 타고 임도를 건너 철망들이 이어지는 성가신 너덜 길을 지나 용수암으로 내려가 여름철이면 항상 냄새나는 몸을 닦았던 그 계곡에서 얼음 조형물들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넓게 자리 잡은 화려한 선정사를 보며 양구학생야영장을 지나 소양호 너머로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는 산자락을 바라보다 언제나 지겨운 도로를 따라가 46번 국도의 웅진2터널에서 산행을 마치고 바로 앞의 버스 승강장에서 추위에 벌벌 떨며 40 여분을 기다려 양구에서 17시 45분에 출발했다는 강원고속에 맹렬하게 손을 흔들어 감사하며 춘천으로 나간다.


▲ 도일낚시







▲ 월명봉 정상



▲ 사명산자락



▲ 임도



▲ 안내판







▲ 두 번째 임도



▲ 임도에서 바라본 월명봉





















▲ 사명산 정상



▲ 웅진리 방향



▲ 죽엽산 방향





▲ 용수암



▲ 웅진2터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