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4일 (토요일)
◈ 산행경로
동서울터미널
홍천터미널(06:40-07:40)
부목재(08:30-09:04)
956.2봉(10:30)
대학산(11:38)
임도(12:42)
장승재(13:51)
덕구산(15:11)
630.5봉
개고개(16:29)
응곡산(17:04)
응골산(17:20)
임도(18:10)
묵방교
444도로(18:57)
홍천터미널(19:02-19:28)
동서울터미널(19:30-20:30)
◈ 산행거리
20.5km
◈ 산행시간
9시간 52분
◈ 산행기
부목재 정상에서 아주머니 한 분만 남겨놓고 텅 빈 버스를 내려 통신시설을 넘어 왼쪽의 임도로 들어가 눈 덮인 덤불을 뚫고 새끼 고라니 두 마리가 뛰어다니는 능선으로 붙어 응봉산을 바라보다 1주일 전에 다녀가신 광인님의 것으로 추측되는 발자국을 보며 적막에 젖은 눈길을 올라간다.
수북한 눈에 아이젠까지 하고 어디선가 나타난 산악회의 표지기를 만나 오른쪽으로 멀리 대학산을 바라보며 잡목만 들어찬 한강기맥의 956.2봉으로 올라 서쪽으로 꺾어 흐린 날씨에 그저 실루엣으로만 나타나는 발교산과 병무산을 아쉬움에 기웃거리며 낙엽으로 미끄러운 사면을 긴장해서 내려간다.
안부에서 된비알로 이어지는 험준한 암 능들을 넘고 길게 우회해서 얼어붙은 바위들을 조심해 구름다리를 건너 공터에 삼각점(청일410/2005재설)이 놓여있는 대학산(876.4m)으로 올라가 따사한 햇살을 맞으며 막걸리 한 모금으로 추운 몸을 달래고 2021년에 부목재 밑 도로에서 무모하게 지능선으로 올라 양평에서 마지막 ktx를 타고 간신히 집에 돌아왔었던 일을 떠올린다.
거친 바위들을 돌아 굵은 밧줄들이 걸려있는 급사면을 게걸음으로 미끄러져 물골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어 그저 흐릿하기만 한 능선을 치고 내려가면 2002년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에 산우들과 함께 조잡한 복사지도 한 장에 나침반만 의지해 자기 위치 파악도 못 하고 하루 종일 헤맸던, 암울했던 기억들이 생각나 가슴이 저며온다.
새목이라고 하는 임도 사거리로 떨어져 내려가 그냥 도로 따라 장승재로 갈 까 하는 약한 마음을 떨치고 다시 볼 것 하나 없는 가파른 능선을 지나 622봉으로 올라가 표지기가 없으면 찾기도 힘들 마루금 따라 약수터와 화방고개 표시석이 서 있는 406번 도로의 장승재로 내려가 굴곡도 심하고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 랜턴이라도 켜서 만대산과 묵방산을 넘으려던 무모한 생각을 지레 포기하고 광인님 계획대로 응골산에서 지능선을 타고 임도 따라 속초리로 가기로 계획을 바꾼다.
왼쪽으로 떨어져 있는 518.2봉과 종일 곰탕 속에서도 잠깐씩 우람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공작산을 내내 바라보며 된비알을 치고 낮지만 힘들기만 한 덕우산(x656.1m)에 올라 속초리로 내려가는 것도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을 하며 남은 막걸리를 마시고는 지루하기만 한 잡목 숲 따라 헬기장이 있는 630.5봉으로 올라간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삼각점도 못 찾고 가깝게 펼쳐지는 노천리를 내려다보며 서둘러 완만해진 산길을 따라가 20년 전에 보았던 폐 산불초소를 만나니 감회가 새로워지고, 맹물만 들어있던 소주 댓병을 주워 횡재했다며 종일 들고 다녔던 단풍님 생각이 나서 슬그머니 웃음이 나온다.
군부대 철망 따라 서두르며 불 밝힌 민가가 지척인 개고개를 건너고 만나기도 싫은 돼지열병 철망을 한동안 지나서 삼각점(청일315/1989복구)이 놓여있는 응곡산(603.0m)에 올라 부실한 몸에서 기운을 짜내 정상 코팅 판이 땅에 떨어져 뒹구는, 마지막 봉우리인 응골산(x577.8m)으로 올라가면 이제 하산만 남은 일이라 기운이 난다.
바로 남쪽으로 급하게 꺾어지는 한강기맥과 헤어져 서서히 땅거미에 물들어가는 산자락을 바라보며 자연스레 이어지는 완만한 지능선을 한동안 타고 가다 삼거리에서 흐릿하나마 발자국이 이어지는 북쪽 능선을 버리고 계곡가의 급경사에 대비해 아이젠까지 착용하고는 랜턴 빛을 비추며 서쪽으로 꺾어지니 다행히 인적이 나타나 마음이 놓인다.
양쪽의 절벽 사이로 끊어질 듯 이어지는 발자국을 놓치지 않고 긴장해서 계곡으로 떨어져 쌓여있는 비닐하우스 철골재를 지나 얇은 눈에 바퀴 자국들이 선명한 임도와 만나서 2km를 걸어 묵방교를 건너 아침에 지났던 444번 도로로 내려가 버스가 더 있을 것 같은 영귀미면 소재지로 걸어가다가 뒤에서 갑자기 나타난 군내버스를 엉겁결에 잡아타고 안도하며 홍천으로 나간다.
▲ 부목재
▲ 임도에서 내려다본 부목재와 응봉산자락
▲ 대학산 정상
▲ 임도 사거리
▲ 장승재 약수터
▲ 장승재
▲ 공작산
▲ 덕구산 정상
▲ 개고개
▲ 응곡산 정상
▲ 응골산 정상
▲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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