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백두대간 17구간 (포함산-대미산-작은차갓재)

킬문 2006. 7. 10. 12:35
2001년 6월 7일 (목요일) 

◆ 산행일정
하늘재(03:40)
포함산(04:38)
만수봉갈림길(05:37)
부리기재(07:41)
대미산(08:09)
차갓재(10:16)
작은차갓재(10:34)
안생달(11:50) 

◆ 산행시간
약 8시간 10분 

◆ 후기
오늘도 감기로 콧물이 줄줄 흐르고 컨디션은 말이 아니다.
그래도 워낙 짧은 구간이라 가능하면 저수재까지 가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실패했다.
포함산(961.8m)을 지나 새벽 산길을 가다가 홀로 대간을 하는 익산의 산꾼과 만났는데 어제 미륵리에서 잤고 오늘은 저수재까지 간다는 말을 들으니 목적지가 같아서 너무나 반갑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보니 작년에 대간 첫구간인 지리산에서 만났던 익산 사는 등산객과 친구사이라니 정말 우연의 일치가 아닐 수 없다.
젋은 산꾼은 워낙 발이 빠르고 내몸도 별로 안 좋아서 먼저 보내고 천천이 걷는다.
부리기재를 넘어 대미산으로 올라가는데 가도 가도 정상은 안 나오고 지겨운 길이 이어진다.
찬물은 쉴새없이 먹히고 졸음이 오며 어지러운 것이 탈진의 초기증세인 것 같아 걱정을 한다.
대미산(1115m)을 간신히 오르고 힘을 내어 내리막 길을 가다가 엉겹결에 눈물샘을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오늘같이 더운 날씨에는 물이 충분히 있어야 하는데 다시 올라가는 것도 자신없고 그냥 내려오고 만다.
문수봉갈림길을 지나고 한동안 숲길을 따라가면 송전탑이 있는 차갓재가 나오고 조금 더 지나면 낙엽송 숲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는 작은차갓재이다.
더 갈까 말까 고민하는데 숲속에서 아까 만났던 익산산꾼이 튀어 나온다.
식수가 있을까 왼쪽으로 내려가 봤다가 물이 없어 그냥 올라온다고 한다.
나에게는 남은 물도 없지만 500ml나 남은 익산산꾼의 물을 바라보고 힘을 내어 황장산으로 올라간다.
암릉을 올라 조금 가니 힘이 빠지며 잠이 오고 아무데서나 눕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탈진으로 생각해서 앞서가던 사람을 불러 내려간다고 얘기하고 저수재를 포기하니 마음이 편해진다.
안생달 마을로 내려가면 새로 생긴 양조장에서 약주를 파는데 그 이름이 "한백주"이다.
조그만 딸네미가 차려주는 술상을 받아 약주 한잔 마시고 안주 한점 먹어보니 고추장에 버무린 산더덕인데 향긋한 냄새가 입안을 맴돈다.
술을 마시다 너무나 피곤해서 쪽마루에서 두어시간 자고나니 몸이 가벼워진다.
산딸기를 따느라 늦은 일행들과 합류해서 서울로 향하면 황장산으로 이어지는 대간줄기가 승합차 창밖으로 빼꼼이 고개를 내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