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남.금남호남.호남정맥

호남정맥 19구간 (박이뫼산-만덕산-곰치재-주줄산)

킬문 2006. 7. 13. 00:43
2004년 5월 22일 (토요일)

◈ 산행일정
강남터미널(05:30)
전주터미널(08:02)
슬치(08:50)
박이뫼산
황산재
신전리재(10:20)
470봉(10:35)
416.2봉(10:55)
북치(11:12)
죽림온천갈림길(11:44)
마치(12:23)
무덤두기봉(12:41)
660봉(13:04)
정수사안부(13:11)
제5쉼터(13:21)
750봉
761봉(13:54)
만덕산(13:59)
744봉
오두재(14:42)
인삼밭(15:26)
560봉(15:41)
곰치재(15:50)
600봉(16:07)
임도사거리(16:27)
옛곰치재(16:34)
563봉(16:50)
514봉(16:57)
충전치(17:27)
모래재(17:54)
주줄산(18:07)
3정맥분기점(18:09)
전주터미널(20:00)
상봉터미널(23:05)

◈ 산행시간
약 9시간 19분

◈ 산행기

- 박이뫼산
마지막 구간이고 거리도 그리 길지않아 여유있게 시내버스를 타고 슬치에서 내려 온천장여관 안으로 들어가 능선으로 붙는다.
키작은 소나무들사이를 헤메다 신발만 이슬에 흠뻑 적시고, 묘지를 지나서 쨍쨍 내리쬐는 햇볕사이로 낮게 이어지는 야산길을 따라간다.
아주머니들이 일하는 밭사이로 시골길을 걸어가면 푸른 밀밭너머로 마이산이 반갑게 맞아주고, 인삼밭을 지나며 시멘트소로가 마루금을 대신한다.
아무 특징도 없는 박이뫼산(315.8m)을 지나고 산길로 들어가 잡목들을 헤치고 낮은 봉들을 오르니 찔레꽃은 여전히 향기롭고 맹감넝쿨은 제철을 만난듯 기승을 부린다.



(슬치)



(밀밭 너머로 보이는 마이산)



- 416.2봉
마이산을 바라보며 임도를 걸어가는데 놀러나온 새끼새 몇마리가 깜짝 놀라 덤불속으로 숨고, 어미새는 앞에서 날개짓을 하고 소리를 지르며 침입자의 신경을 그쪽으로 끄느라 난리를 친다.
망가진 비닐하우스를 지나고 다시 숲길로 들어가 두리뭉실한 봉우리들을 연신 넘어 용암리와 신전리를 잇는 신전리재로 내려가니 커다란 고목 한그루가 안부를 지키듯 서있다.
참나무 몇그루가 서있는 470봉에서 정맥은 북서쪽으로 방향을 바꾸며, 고즈넉한 숲길을 내려가면 상월리 마을의 지붕들이 가깝게 보이고 검은등뻐꾸기의 휘파람 소리는 연신 숲을 울린다.
시종일관 조망이 막혀있는 답답한 숲을 지나 삼각점이 있는 416.2봉을 오르고 한여름처럼 무더운 날씨에 괜시리 태양만 올려다 보고 땀을 흠친다.
갈아엎은 개간지를 지나 종현마을과 상월마을을 잇는 북치로 내려서니 오른쪽으로 임도가 연결되고 넓은 고추밭이 있으며 어디선가 아낙네들의 소근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백두대간으로 이어지는 정맥봉들)



(416.2봉 정상)



(북치)



- 660봉
야산같은 봉우리에서 김밥을 먹고 죽림온천 내려가는 갈림길을 지나니 숲은 밀림처럼 우거지고 잡목들이 많이 쓰러져 있으며 까시나무들도 기를 쓰고 덤벼든다.
낮은 봉을 두어개 넘어서면 드디어 만덕산이 모습을 드러내고, 마치리와 회봉리를 연결하는 마치로 내려가니 역시 고목 한그루가 듬직하게 그늘을 만들고 있다.
무덤 두기가 있는 봉을 지나고 작은 공터에 죽은 나무 한그루가 서있는 660봉을 가파르게 오르면 동쪽으로 향하던 정맥은 북쪽으로 휘듯이 꺽어진다.
잠시후 이정표가 서있는 정수사안부를 지나고 의자 몇개가 놓여있는 제5쉼터를 올라가니 마치마을쪽 길과 만나면서 등로는 뚜렸해지고 넓어진다.


- 만덕산
밧줄이 설치된 암릉을 올라 멀리서부터 보이던 시루같은 750봉에 올라서니 만덕산이 지척이고, 지나온 마루금은 물론 마이산너머로 운장산과 장안산으로 이어지다 백두대간상의 영취산으로 합류하는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염소를 방목하는지 염소똥이 널려있는 암봉을 내려가면 양쪽이 절벽을 이룬 칼날같은 암릉지대가 이어지고, 관목지대를 지나 앞에 보이는 암봉으로 올라가니 완주군에서 세운 정상판이 서있어 잠시 어리둥절해진다.
다시 통신시설물이 서있는 761봉에 오르면 전북산사랑회에서 세운 금속 정상판이 서있고 곰치재까지는 2.5km라 적혀있으며, 정맥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삼각점이 있는 실제 만덕산(761.8m) 정상에 가보니 숲에 가려 조망은 별로이고 꿀벌들만 날아다닌다.
여하튼 호남정맥의 마지막 알려진 봉우리인지라 얼려간 캔맥주를 따고 채 녹지않은 얼음맥주를 어거적 어거적 씹어먹으며 멀지않은 종착점을 그려본다.



(750봉에서 바라본, 백두대간으로 달려가는 호남정맥의 산줄기)



(750봉에서 바라본 만덕산)



(750봉과 암릉지대)



(완주군에서 세운 정상판이 있는 암봉)



(전북산사랑회에서 세운 정상판이 있는 761봉)



(삼각점이 있는 만덕산 정상)



- 곰치재
만덕산을 내려가며 첫번째 암봉을 날등으로 통과하고 두번째 암봉인 744봉은 오른쪽으로 크게 우회해서 의자가 놓여있는 직진길로 한참 내려가다 되돌아온다.
744봉을 왼쪽으로 길게 트래버스하며 주능선으로 돌아와, 원불교수련원으로 이어지는 오두재를 넘고, 마루금이 왼쪽으로 꺽어지는 갈림길에서 또 무심코 직진을 한다.
제3쉼터를 지나고 한적한 등로를 따라 헬기장이 있는 577.1봉까지 가서야 잘못 온것을 깨닫고, 30여분이나 까먹은채 갈림길로 되돌아 온다.
뚜렸한 길따라 커다란 인삼밭을 지나고, 560봉을 올라 가파른 잡목숲을 내려가다가 물소리가 크게 들리는것 같아 놀라지만 가만히 들어보니 숲을 울리는 바람소리라 쓴웃음이 난다.
전주와 진안을 잇는 비포장도로가 지나가는 곰치재로 내려서니 웅치전적비 안내판이 서있고, 전적비 앞에 서니 임진왜란때 적군에 맞서 목숨을 내놓고 조국을 지켰던 선열들의 함성이 들리는듯 해 숙연해진다.



(곰치재)


- 모래재
무덤들을 지나 가파르게 오른 600봉에서 참외하나 까먹고, 북서쪽으로 방행을 바꿔 완만하고 깨끗한 숲길을 걸어가면 바람도 시원하게 불어와 기분이 좋아진다.
임도가 지나가는 안부를 건너고 목장철망따라 봉우리를 넘으면 돌무더기가 쌓여있는 옛 웅치가 나타나고 안내판도 서있는데, 그당시 시신들을 수습한 돌무덤들이 지금도 남아있다는 글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 하나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바위지대를 지나 암봉으로 이루어진 563봉을 오르고 잠시후 평평한 삼각점이 있는 514봉에 오르니 벌목이 돼있어 햇볕이 따갑고 조망이 트인다.
한구비 숲길을 꺽어 내려가면 드디어 3정맥분기점 앞에 서있는 620봉의 산불초소가 보이고 그밑으로 입봉과 낮으막한 주줄산이 모습을 드러내 가슴이 설레어 온다.
무성한 산죽과 싸리나무들을 뚫으며 적천리마을과 이어지는 충전치를 넘고, 540봉을 가파르게 오르니 정맥은 왼쪽으로 꺽어져 내려간다.
잡목과 까시덤불들을 헤치며 안부로 내려가면 모래재휴게소가 바로 밑에 보이고 휴게소로 내려가는 길이 뚫려있으며 신나는 유행가가 귓전을 울린다.



(만덕산에서 600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옛 곰치재)



(납작한 삼각점이 있는 514봉)



- 주줄산
시멘트참호들을 지나고 걸기적거리는 잡목들을 헤치며 쓰러진 나무들을 넘어 한걸음 한걸음 뭉툭한 봉우리를 올라간다.
마침내 넓은 헬기장으로 이루어진 주줄산(565m)에 오르고 조금 밑의 3정맥분기점으로 내려가면 전북산사랑회와 건건산악회에서 세운 이정판들이 예전 그 모습으로 반갑게 맞아준다.
작년 6월 26일에 이곳을 지나갔으니 어언 11개월만에 다시 찾은 셈이고 곧 돌아오겠다던 약속을 지켰으니 감개가 무량해진다.
석양이 물드는 숲에 앉아 소주 한모금으로 호남정맥 완주를 자축하고, 내이름 석자 가느다란 나뭇가지에 걸고는 산을 내려가다가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
1000리가 넘는 호남정맥 까시밭길을 걸어오면서 나는 과연 무엇을 밟았고, 무엇을 보았고, 또 무엇을 느꼈는가...?
웬지 모를 아쉬움만 남긴채 모래재휴게소를 바라보며 세봉임도를 총총히 내려간다.



(왼쪽은 산불초소가 있는 620봉이고 오른쪽은 주줄산과 입봉)



(주줄산 정상)



(3정맥 분기점)



(모래재휴게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