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남.금남호남.호남정맥

호남정맥 18구간 (오봉산-경각산-갈미봉-슬치)

킬문 2006. 7. 13. 00:41
2004년 5월 19일 (수요일)

◈ 산행일정
강남터미널(05:30)
전주터미널(08:04)
초당골(08:43)
삼각점봉(09:07)
293.4봉(09:16)
749번지방도로(09:46)
오봉산(10:32)
518봉(10:56)
500봉(11:12)
365봉(11:24)
520봉(11:57)
영암재(12:16)
450봉(12:43)
작은불재(13:12)
607봉(13:58)
활공장(15:08)
불재(15:16)
경각산(15:43)
효간치(16:47)
543봉(17:29)
옥녀봉(17:53)
사거리안부(18:11)
쑥재(18:28)
갈미봉(19:10)
산불감시초소(19:24)
장치(19:31)
469봉(19:41)
설치재(20:24)
슬치(20:41)
전주터미널(20:05)
강남터미널(01:15)

◈ 산행시간
약 11시간 58분

◈ 산행기

- 초당골
저녁운동이 너무 늦게 끝나 심야버스를 포기하고, 잠깐 눈만 붙히다 5시 30분 전주행 첫버스를 타니 얼마나 피곤한지 앉자마자 잠이 쏟아진다.
시간에 쫒겨 버스는 탈 엄두도 못내고, 택시로 초당골로 가니 전북의 산은 안가본 곳이 없다는 기사님은 선뜻 차비까지도 깍아준다.
푸른 옥정호를 끼고도는 749번 지방도로를 걸어가면 하늘은 잔뜩 구름이 끼어있고 바람은 다소 세차게 불지만 정맥길은 진한 녹향으로 가득차 있다.
도로를 따라가다 무덤가로 올라가니 비 적신 대지에는 어느틈엔가 뱀딸기가 빨갛게 머리를 내밀고있고 손톱만한 버섯들은 무리를 지어 생명의 환희를 만끽한다.
낮은 구릉에 올라서서 진득거리는 땀을 딱고, 운암대교가 걸쳐있는 드넓은 옥정호을 내려다 보며, 두발로 밟고온 무수한 산봉들을 대견스러운 마음으로 쳐다본다.


- 오봉산
잡목들을 헤치며 낡은 삼각점이 있는 봉을 오르고, 칡넝쿨에 발목을 채이며 까시나무들을 피해가면 나뭇가지 사이로 옥정호의 푸른 수면이 가깝게 따라온다.
삼각점이 있는 두리뭉실한 293.4봉을 지나고 능선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꺽어져 까시덤불들을 헤쳐가니 흰색 찔레꽃들이 앙증맞게 피어있고 은은한 향은 숲을 가득 메운다.
지방도로를 건너고 임실군의 붉은색 산불조심 깃발이 서있는 숲에 앉아 김밥을 먹으니 시작부터 힘이 빠지고 진땀이 흘러, 멀고 먼 30km 정맥길을 어떻게 갈지 걱정스러워진다.
다시 도로를 넘고 울퉁불퉁한 오봉산의 봉우리들을 바라보며 가파른 숲길을 올라, 용운리에서 올라오는 일반등로와 만나며 길이 좋아진다.
바위지대를 지나고 암봉을 휘돌아 오봉산(513.2m)에 오르면 전북산사랑회의 금속이정판이 서있으며, 삼각점에는 누군가 흘린 면장갑 한켤레가 단정히 놓여있고 시원한 바람은 끊임없이 불어와 구슬땀을 식혀준다.
바로 밑의 아찔한 절벽에 서니 시야가 확 트여 푸르른 옥정호가 발아래로 내려다 보이고, 지나온 정맥의 마루금이 한눈에 들어오며, 가야할 운장산쪽으로는 마이산의 쫑끗한 두 암봉이 보여서 벌써부터 가슴이 설레어 온다.



(도로에서 바라본 오봉산)



(오봉산 정상)



(오봉산에서 내려다본 옥정호)



(오봉산에서 바라본, 지나온 정맥길)



(오봉산에서 바라본, 가야할 정맥길)



- 영암재
넓직한 등로를 따라 안부로 내려서고 4봉에 올라서니 옥정호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얼마나 시원한지 잠깐이나마 눈을 붙혔으면 좋겠지만 잠시 서있는 것으로 만족한다.
헬기장을 지나며 한떼의 등산객들을 만나고, 3봉(518m)을 넘어 넓은 공터로 이루어져있는 2봉(500m)에서 마루금은 오른쪽으로 급하게 방향을 바꾼다.
가파르게 떨어졌다가 삼각점과 쓰러진 깃대가 있는 365봉을 오르고 돌무더기가 쌓여있는 사거리안부로 내려서니 벌목지대가 나타나고 묘지들이 산재해있다.
뙈약볕을 맞으며 봉우리를 넘어서면 급사면 비탈이 나타나는데 나무들을 잡으며 무너지는 흙길을 오르고, 험한 바위지대를 기어 오른다.
힙겹게 520봉에 오르니 널려진 쓰레기들이 보기 싫지만, 드디어 시설물을 지고있는 모악산이 전면에 모습을 드러내고 경각산을 지나서 타원형으로 굽어지는 정맥줄기가 잘 보인다.
뚝 떨어지는 미끄러운 길을 한동안 내려가면 절개지가 나타나 잡목들을 헤치며 오른쪽으로 휘어져 49번 지방도로가 지나가는 영암재로 내려선다.



(영암재)



(영암재에서 바라본, 607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 불재
도로를 건너 산으로 올라가면 나른하고 어질어질하며 갈증만 나고 맥이 빠지는 것이 초기 탈진증세 같아, 오랫만에 그늘에 앉아 참외를 까 먹으며 휴식을 취한다.
기운을 내 암릉지대를 터벅터벅 올라가니 전망대바위가 나오는데 앞에는 내려왔던 520봉이 위압적으로 서있고, 굽이굽이 돌아오르는 영암도로가 내려다 보이며, 거센 바람은 기운빠진 몸뚱이를 달래준다.
바위지대를 따라 멋진 암봉으로 치솟은 450봉을 오르고 희미한 사거리안부인 작은불재를 지나면 잡목과 무성한 가시나무들이 앞을 막아선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천천히 607봉에 오르고, 억새들이 그득한 헬기장에서 치마산 갈림길을 지나 왼쪽으로 휘어지는 정맥길을 따라간다.
기운은 없고 나른한 가운데서도 쉬지않고 봉우리들을 넘으니 모악산이 가깝게 따라오고 산등성이 너머로 전주시가지의 아파트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416봉을 우회하지 않고 넘어가다가 되돌아와, 덤불들을 헤치며 활공장으로 내려가면 구이저수지 너머로 전주의 명산인 모악산이 우뚝하고 넘어야 할 경각산은 견고한 성곽처럼 앞에 서있다.
송전탑을 지나고 479번 지방도로상의 불재로 내려가, 황토로 지은 도예체험원으로 들어가니 단아하게 한복을 차려입은 여주인이 친절하게 물을 받아준다.



(활공장에서 바라본 구이저수지와 모악산)



(도예원이 있는 불재 고갯마루)



- 경각산
잘 딱인 등산로를 따라 무덤들을 넘고 소나무숲을 지나 전망대바위에 서면 바람도 시원하고 전주시내가 더욱 뚜렸하게 보인다.
몇갈래로 갈라진 특이한 노송을 만나고 산불초소를 지나 경각산(659.8m)에 오르니 넓은 헬기장에는 전북산사랑회에서 세운 정상판이 서있고 삼각점은 한쪽 구석에 숨어있으며 역시 사방으로 조망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그늘에 앉아 이것저것 간식을 먹으며 쑥재에서 끊어야 할지 다음 구간을 생각해 무리해서라도 슬치까지 갈 인지 신중히 생각을 해보지만 야간산행이 포함되니 쉽게 결정을 못내린다.
경각산을 내려가면 암봉을 우회하면서 가파르고 미끄러운 하산로가 이어지는데 음침하고 위험하기도 해서 잔뜩 긴장이 된다.
효간치로 생각되는 사거리안부를 넘고 바위지대를 따라 멋진 암봉에 오르니 550봉과 조금 떨어진 옥녀봉이 쌍둥이처럼 잘 보이고 아까시 흰꽃들이 수를 놓는 산자락너머로 월성저수지의 푸른 수면이 반짝거린다.



(경각산 정상)


- 쑥재
측백나무들이 쭉쭉 뻗어있는 운치있는 숲을 지나고 쓰러진 나무들이 길을 막는 잡목숲을 오르면 543봉을 지나며 정맥은 남쪽으로 방향을 돌린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능선이 갈라지는 550봉에 오르고 정맥에서 약간 벗어나 있는 옥녀봉(578.7m)으로 가보니 깨진 삼각점이 있으며, 구덩이만 파여있는 정상에는 얼마전에 다녀가신 높은산님의 표지기 하나가 반갑게 맞아준다.
갈림길로 돌아와 급한 바위지대를 내려가 공기마을로 이어지는 사거리안부를 넘고, 잡목과 덤불들을 헤치며 봉우리를 넘어가면 쑥재가 나오는데 지도상에 표기된 도로가 아니라 단지 억새가 무성한 임도에 불과하다.
피곤한 몸에 죽림온천이 있는 남관마을로 내려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어차피 11km 남은 슬치까지 끊어 주어야 다음 한구간으로 호남정맥을 마칠 수 있기 때문에 남은 간식을 털어넣고 야간산행을 각오하며 고개를 넘는다.



(깨진 삼각점이 있는 옥녀봉 정상)



(억새가 우거진 쑥재)



- 슬치
선답자들은 11km 가 넘는슬치까지 3시간이 걸렸다고 하니 비교적 평탄한 길일 것이고, 470봉을 넘어서니 예측대로 참나무들 사이로 완만하고 걷기 편한 길이 이어진다.
어둑어둑해지는 숲길을 바삐 올라가면 철조망이 나타나고 폭발물처리반 경고판을 보며 가파르게 갈미봉(539.9m)에 오르니 헬기장 한쪽으로 삼각점이 보이고 날이 저물면서 바람이 거세게 불어댄다.
동쪽으로 방향을 돌려 억새들을 뚫고 능선길을 뛰어가면 산불감시초소가 나타나고 곧 희미한 사거리안부인 장치를 넘는다.
공터에 큰 무덤 한기가 있는 469봉에 오르니 날은 완전히 어두어지고 17번 국도를 지나가는 차량들의 불빛이 반쩍거리며 슬치인듯 환하게 불을 밝힌 마을이 보여 반가워진다.
랜턴을 켜고 이리저리 꺽어지는 마루금을 따라가면 잡목들이 우거지고 길이 희미해 긴장하지만 곧 묵은 임도처럼 넓은 길을 만나고 방향도 남쪽으로 일정해서 마음을 놓는다.
한동안 잡목숲을 헤치면 앞이 확 트이고 밑으로 신설 포장도로가 지나가는 동물이동통로가 나오는데, 지도상의 설치재이며 기다렸던 임도가 이어진다.
원래의 마루금은 임도를 건너서 약간 돌아나와야 하지만 날도 컴컴하고 표지기들도 임도쪽으로 붙어있으니 핑계김에 그냥 넓은 길을 따른다.
잠시후 시멘트소로를 만나고 슬치마을을 지나 17번 국도상의 슬치로 내려서니 오늘의 목표로 했던 산행은 끝이 난다.
휴게소에서 찬 캔맥주 하나로 힘들었던 하루산행을 자축하고, 온천장여관 너머로 다음의 들머리를 찾아보며 전주행 시내버스를 기다린다.



(갈미봉 정상)



(어둠속의 슬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