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지맥 (Ⅰ)

도솔지맥 4구간 (배후령-청평산-부용산-죽엽산-추곡약수)

킬문 2006. 7. 13. 11:50
2003년 12월 3일 (수요일)

◈ 산행경로
상봉터미널(05:40)
춘천터미널(06:59)
배후령(07:31)
청평산(08:33)
백치고개(08:54)
부용산(09:34)
능선갈림길(10:13)
임도삼거리(11:21)
능선갈림길(11:59)
송전탑(12:32)
추곡령(12:44)
회곡령(13:22)
죽엽산(13:58)
능선갈림길(14:21)
운수현(14:49)
무명봉(15:05)
시멘트도로(15:20)
696.1봉(15:44)
사명산능선(16:26)
능선갈림봉(16:41)
추곡약수(17:28)
춘천터미널(19:00)
상봉터미널(20:37)

◈ 산행시간
약 9시간 57분

◈ 산행기

- 청평산
배후령을 넘어 오음리를 가는 7시 완행버스를 간발의 차이로 놓치고 7시 40분 버스를 기다리려다 조금이래도 시간을 아껴야할 것 같아 택시를 탄다.
배후령에서 내려 차가운 고갯바람에 옷깃을 여미고 가파른 돌길을 천천히 올라가니 예전의 산불초소는 간데 없고 관리인이 누워있던 쿠숀의자만 숲에서 뒹굴고 있다.
눈에 익은 능선을 따라 봉우리를 올라가면 용화산 암봉들이 햇빛을 받으며 반짝이고 소양호는 운무로 뒤덮혀 있으며 노송들을 안고있는 청평산의 암봉들이 멋지게 보인다.
쇠사슬을 잡고 바위를 올라가며 죽엽산으로 이어지다가 사명산으로 꺽어지는, 오늘 가야하는 능선을 확인하고 파라호를 덮고있는 구름한점 없는 파아란 겨을하늘을 올려다 본다.
청솔바위를 지나고 암릉길을 넘어 오봉산이라고도 하는 청평산(779m)에 오르니 햇빛을 받고있는 간척리의 마을들이 새삼 따뜻하게 느껴지며 떠나온지 얼마 안되는 집이 문득 그리워진다.



(청평산 오르다 바라본 용화산)



(봉화산너머로 보이는 일출)



(청평산)



(운무에 덮혀있는 소양호)



(죽엽산을 지나 사명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 부용산
청평사쪽은 온통 구름에 가려있고, 희뿌옇게 솟아있는 부용산을 바라보며 동쪽의 한적한 숲길로 내려가 군진지들을 지나고 간척리와 청평리를 잇는 백치고개를 넘는다.
3년전에는 비지땀을 흘리며 힘들게 올랐었던, 관목이 무성한 길을 천천히 올라가며 계속 이어지는 봉우리들을 넘고 또 넘는다.
잡목으로 가리어진 좁은 공터가 있는 부용산(882m)에 오르니 누군가 불을 피었던 흔적이 남아있고 옛 기억을 헤아리다 보면 따뜻한 햇살이 내려와 졸음이라도 올듯 몽롱해 진다.
봉화산으로 이어지는 뚜렸한 남릉길은 싸리가지들이 무성하고, 잡목들을 헤치며 북동쪽으로 꺽어지는 능선을 찾아 들어간다.


- 건천령
희미한 족적을 밟으며 뚝 떨어지는 능선을 따라가니 간벌한 나무들이 뒹굴고 있고 온통 쓸모없는 잡목들만 들어차 있어 아주 지저분하다.
자주 갈라지는 능선들을 조심하며 추곡령으로 향하는 산줄기를 바라보고 걸어가면 먹구름이 끼고 찬바람이 불더니만 기어이 싸레기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큰 소나무가 서있는 능선갈림길에서 이리저리 길을 찾으며 헤메이다 옆으로 낮게 이어지는 제 산줄기를 발견하지만 대간이나 정맥이 아니니 별 신경쓰지 않고 방향만 잡고 내려간다.
잡목들을 헤치며 임도로 내려와 건천령인 임도삼거리까지 올라가서 다시 능선으로 들어가니 잣나무조림지가 펼쳐지고 조금이나마 길 형태가 보이기 시작한다.



(건천령)

- 추곡령
푸릇푸릇한 잣나무들을 따라 능선길을 오르고 베어진 나무들로 길이 없어진 무덤들을 통과한다.
낙엽들이 많이 쌓여있여 쭉쭉 미끄러지는 산길을 올라가 능선에 붙으면 삼각점이 있는 811.1봉이 남쪽으로 이어지고 북쪽으로는 가야할 죽엽산의 암봉이 위압적으로 보인다.
빵으로 요기를 하고 잡목과 덤불숲을 헤치며 북릉을 따라가니 희미한 등로가 연결되고 작은 암봉을 우회하며 길은 점차 고도를 낮춘다.
두릅나무 군락지를 지나면 철선을 따라 길이 이어지고 추곡터널을 지나서 목표로 했던 송전탑에 이르니 벌목을 해놓아 주위가 시원하다.
군 위장진지를 지나 넓은 임도가 교차하는 추곡령으로 내려서면 황량한 고갯마루에는 세찬 바람이 불어오고 터널로 올라가는 차량들의 굉음이 시끄럽다.



(추곡령)


- 죽엽산
송신탑을 지나 산길로 붙으니 자주 보았던 표지기 두엇이 반갑게 걸려있고 벌목되어 쓰러진 나무들은 길을 막고 있다.
가지들이 귀찮게 하는 빽빽한 잡목숲을 통과하면 산불이 났었는지 불에 탄 나무들이 종종 눈에 띄고, 마을의 개소리를 들으며 희미한 사거리안부인 회곡령을 넘는다.
멀리서 반짝이는 소양호를 내려다 보고 이장을 한듯 파 헤쳐진 무덤을 지나면 급경사를 이룬 죽엽산의 암릉들이 올려다 보인다.
발목까지 빠지는 낙엽에 미끄러지며 가파른 비탈을 오르고 험한 암봉을 우회하며 숨을 헐떡이니 차가운 바람에 눈발이 휘날린다.
암릉들 사이로 봉우리들을 넘고 암봉으로 이루어진 죽엽산(859.2m)에 오르면 삼각점과 쓰러진 깃대가 있으며 나무들이 많아 오음리쪽 마을만 내려다 보인다.



(죽엽산 오름길에 보이는 소양호)



(죽엽산 정상)



(죽엽산에서 바라본 사명산)



- 운수현
사명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찾아 바위밑에서 바람을 피하며 소주한컵 마시고 입맛은 없어도 늦은 점심을 억지로 먹는다.
희미한 길을 따라 내려가면 그나마 족적이 있는 길은 마을쪽으로 이어져소 잡목과 덤불더미들을 헤치고 내려가서 능선을 이어간다.
마을과 도로를 바라보며 한적한 길을 가다 갈림길에서 능선은 왼쪽으로 꺽어지고 운수골과 상추곡을 잇는 홈통길인 운수현을 넘는다.
다시 가파른 산길을 올라 무명봉에 오르니 내려왔던 죽엽산이 가깝게 솟아있지만 사명산은 아직도 멀어 보이며 산마루를 꾸불꾸불 휘도는 임도들이 볼성 사납다.
간간이 아름드리 노송들이 보이는 깨끗한 산길을 내려가면 운수골로 이어지는 시멘트도로가 나오고 장승들을 보고 있으려니 트럭 한대가 고개를 힘겹게 올라온다.



(운수골로 이어지는 시멘트도로)


- 사명산 주능선
낙엽에 미끄러지며 가파르게 솟아있는 봉우리를 향하여 올라가면 계속해서 나타나는 오르막에 이제 진이 빠진다.
나뭇가지들을 잡아가며 힘겹게 비탈을 오르니 헬기장이 있는 691.6봉인데 삼각점은 찾아볼 수 없고 사명산 정상이 가깝게 보이기 시작한다.
완만해진 능선길을 따라 가면서 지난 사명산 산행때 보지 못했던 칠층석탑과 출렁다리를 구경하리라던 애초의 생각은 사라지고 이제 일몰시간을 걱정하게 된다.
반대쪽에서 내려왔었는지 표지기 하나가 걸려있는 봉우리를 오르고 암릉을 우회하면서 드디어 3개군의 경계가 되는 사명산 주능선의 봉우리에 닿는다.
숨을 고르다가 앞에 보이는 동남릉을 주능선으로 착각해 깜짝 놀라고 점점 어둠을 띠기 시작하는 능선을 바삐 내려가면 찬바람이 사정없이 불면서 마음 급한 산꾼을 재촉한다.



(696.1봉과 사명산)


- 추곡약수
바람이 불 때마다 능선에 쌓인 낙엽들은 허공으로 솟구치고 인적 끊긴 산속은 을씨년스럽기 그지없다.
계곡으로 내려가는 하산로를 지나고 앞에 보이는 봉우리에서 등로는 오른쪽 지능선으로 이어진다.
잔잔한 능선길을 한동안 내려가면 다시 계곡으로 내려가는 등로가 보이지만 혹 날이 어두어지더래도 능선으로 가는것이 유리할 것이라 표지기를 따라 직진한다.
조금 더 내려가면 추곡약수 반대쪽인 수인리쪽으로 등로가 꺽여 불안한 마음이 들지만 곧 길은 산을 우회하고 잠시후 약수터의 지붕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철분과 탄산가스가 섞여있어 사이다 맛이 나는 약수를 한컵 들이키고 페트병 하나를 채워서 민박집들을 빠져 나온다.
춘천으로 나가는 17시40분 막차를 기다리며 옷 매무새를 추스리고 있으니 곧 약수골에는 시커먼 어둠이 다가오고 사명산 줄기는 정적에 묻혀 버린다.



(추곡약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