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지리산 (ⅰ)

설악은 그자리에 있었네! (한계령-대청봉-화채능선)

킬문 2006. 7. 19. 17:29
2005년 1월 6일 (목요일)

◈ 산행일정
동서울터미널(06:30)
한계령(09:14)
귀청삼거리(10:28)
1474.3봉(11:19)
끝청(12:10)
중청산장(12:35)
대청봉(12:58)
만경대갈림길(14:05)
화채봉(14:30)
피골갈림길(14:48)
칠성봉(15:21)
집선봉(16:07)
권금산장(16:25)
매표소(17:06)
속초시외버스터미널(18:00)
동서울터미널(21:23)

◈ 산행시간
약 7시간 52분

◈ 산행기

연례행사처럼 잊을만 하면 한번씩 찾아보는 설악이지만 차창밖으로 그 모습이 언뜻 보이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이는 것은 어쩔수 없다.
어느 코스를 갈까 잠깐 생각하다가 꼭 30년전 직장생활할때 고생고생하며 지났던 화채능선을 떠 올리고 전날밤 술이 채 깨지않은 몸을 버스에 실는다.
딱 세시간만에 한계령에서 내려 가스난로가 훨훨 타 오르는 따뜻한 화장실에서 산행준비를 하고 설악루 108계단을 숨가뿌게 오른다.


세찬 바람이 불어오는 황량한 돌밭길을 천천히 오르면 점차 눈발이 보이기 시작하고 사람들의 통행이 많았는지 빙판을 이루고있어 조심해서 바위를 건넌다.
구름 한점없는 파란 겨울 하늘아래 전신을 적나레하게 드러내는 가리봉과 주걱봉을 바라보며 능선을 오르면 점봉산 정상쪽으로는 눈보라가 휘날리며 하얀 실루엣을 만들어낸다.
얼어붙은 삭막한 샘터를 지나고, 쓰러진 나무등걸을 잡으며 힘겹게 오르던 급사면 바윗길을 철난간을 잡고 쉽게 통과해 귀때기청봉으로 갈라지는 주능선 삼거리에 닿는다.



▲ 점봉산


발목까지 빠지는 곱디고운 눈길을 밟고 1474.3봉 바위지대에 오르니 거센 바람에 몸이 휘날릴것 같고 지능선 하나가 독주폭포쪽으로 갈라지며 절벽을 만들어 눈길을 끈다.
낯익은 능선길을 지나 끝청에 오르고 따사한 햇살을 받으며 중청을 지나면 언제라도 그러하듯이 대청봉이 장엄한 모습으로 묵묵히 산객을 맞아준다.
신발을 털며 중청산장으로 들어가니 등산객 몇사람만 더운 김나는 컵라면을 먹고있고 관리인들은 점심시간이라 문을 닫고있어 찬 김밥에 소주 한잔만 마시고 그냥 문을 나선다.



▲ 1474.3봉에서 바라본 가리봉


오랫만에 사람 한명없는 대청봉을 지나고 화채능선으로 들어가니 무릎을 넘는 눈이 쌓여있고 발자국 하나도 없어 순간 당황하지만 몇번을 왔던 길이라 천천히 주위를 살피며 눈밭으로 들어간다.
눈길을 헤치며 북사면 능선을 내려가면 귀를 에이는듯 찬바람이 불어오고, 허옇게 눈을 쓰고있는 관모산 능선과 화채봉 가운데로 깊숙하게 패여 나가는 둔전골이 잘 보인다.
예전에 내려갔었던 둔전골 하산로는 보지도 못한채 나목들을 헤치며 암봉을 지나면 큰 나무 두그루가 수문장처럼 서있는 만경대갈림길이 나오는데 그 많던 표지기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비닐끈 하나만이 쓸쓸히 길을 가리켜 준다.


송암산갈림길을 지나고 험준한 화채봉(1320m)을 우회하면서 사면으로 바윗길이 이어지는데 등로도 희미하고 화채능선에서 가장 험한 길이라 조심스럽게 통과한다.
화채봉을 돌아 전망대바위에 서면 천불동계곡 맞은편으로 공룡능선과 칠형제봉을 이루는 수많은 첨봉들이 꽉 차있어 감탄사가 나오고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한다.
줄이 쳐져있는 피골능선 갈림길을 지나고 칠성봉과 집선봉을 바라보며 능선을 내려가면 자연휴식년제가 오래 지속되어서인지 잡목들이 거세고 덤불들이 무성하다.



▲ 전망대에서 바라본 공룡능선과 칠형제봉



▲ 전망대에서 바라본 칠성봉과 집선봉


돌풍이 불어오는 아찔한 바위지대를 지나고 뾰족 솟은 칠성봉(1076.9m)을 길게 우회하며 쇠사슬을 잡고 암벽을 내려가면 집선봉너머로 망군대와 만물상의 암봉들이 너무나도 멋지게 서있고 권금성의 시설물들이 가깝게 보이기 시작한다.
칠성봉에서 바로 이어지는 험준한 암릉들을 피해서 오른쪽으로 급한 너덜지대를 조심스레 내려가니 등로는 얼어붙은 암봉을 사면으로 길게 우회해서 옆능선으로 이어진다.
속초시와 검푸른 동해바다를 바라보며 소나무길을 내려가면 토왕성폭포로 내려가는 계곡을 건너서 낙엽덮인 길이 사면으로 길게 이어지는데 표지기도 전혀 없고 등로도 아주 희미하니 초행인 사람들은 상당히 조심해야 할 곳이다.
거칠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암릉을 오르고 쇠사슬을 잡고 집선봉 암릉을 통과하니 권금성이 바로 앞에 보이며 관광객들의 고함소리가 들린다.



▲ 칠성봉너머로 보이는 집선봉과 권금성



▲ 칠성봉



▲ 칠성봉에서 집선봉으로 이어지는 암릉


옛 산성터를 지나고 감시초소를 우회해서 권금산장으로 내려가면 꽁꽁 얼어붙은 바윗길로 중국인 관광객들이 줄지어 올라온다.
케이블카 승강장을 지나고 안락암으로 내려가니 역시 자연휴식년제로 묶여있는 옛길이 나오고 오래된 시멘트계단이 이어진다.
30년전 헉헉거리며 올라와 진이 다 빠진채 삶은 계란 하나로 허기를 메꾸던 때를 생각하며 급한 시멘트 계단길을 내려가면 철난간도 설치되어있고 곳곳에 시멘트로 보수되어있어 그리 힘들지는 않다.
곧 마른 계곡을 만나서 너덜 바위지대를 조심스레 내려가니 푸른 산죽길이 이어지며 머리위로 케이블카가 덜컹거리며 지나간다.
소공원으로 내려가 밀린 숙제라도 끝낸듯 홀가분한 마음으로 뒤돌아보면 설악의 멋진 첨봉들은 서서이 땅거미에 물들어 가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