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Ⅰ)

소양호를 감싸는 산줄기 (마적산-청평산-부용산-봉화산)

킬문 2006. 7. 20. 14:03
2001년 4월 28일 (토요일) 

◆ 산행일정
동서울터미널(06:00)
춘천터미널(07:30)
소양댐주차장(08:10)
식당주차장(08:37)
605봉(09:31)
헬기장(09:46)
왼쪽하산로(10:16)
임도(10:26)
마적산(11:01)
배후령갈림길(11:24)
청평산(12:04)
배치고개(12:37)
부용산(13:20)
870봉(13:41)
청평사하산로(13:56)
하우고개(14:37)
봉화산(15:13)
하우고개(15:45)
청평사선착장(16:58) 

◆ 산행시간
약 8시간 21분 

◆ 후기
새벽 4시에 눈을 뜨니 머리가 띵하고 어질어질한 것이 몸 상태가 영 좋지 않다.
어제 저녁 백두대간 산우들과 만나 늦게까지 너무 술을 많이 마신 것 같다.
간신히 몸을 추스리고 일어나 배낭을 꾸리고 식은 국에 밥을 말아 대충 아침식사를 하지만 입이 써서 제대로 넘어가지 않는다.
동서울터미널로 부리나케 달려가 간신히 6시발 춘천행 첫 버스에 오른다.

비몽사몽간에 잠에 빠졌다가 춘천터미널옆의 정류장에서 소양댐행 시내버스를 타니 학생들로 만원이다.
소양댐 주차장에서 내려 맞은편의 식당과 여관들 사이의 길을 지나 느치골로 올라간다.
산행초입부를 찾다가 동네의 주민들에게 물어보니 마적산 오르는 길은 이곳이 아니고 춘천공원묘지 앞이라고 자세하게 일러 주신다.
오던 길을 내려가 10여분 도로를 따라가니 공원묘지가는 길이 나오고 묘지가기 전의 식당주차장 옆으로 꺽어지니 산으로 올라가는 오솔길이 보이며 잠시 올라가 묘지에서 시작되는 넓은 임도와 만난다.

임도를 따라가면 군인들의 폐막사와 군시설물들이 나타나고 벙커들 사이로 등산로가 시작된다.
키 작은 소나무들 사이의 잘 정돈된 길을 따라가니 경사가 점차 급해진다.
조용한 길을 오르면 소나무들은 점차 굵어지고 오래된 노송들이 많이 보이며 솔향이 그윽하다.
급경사 오르막을 치고 올라 밑에서 볼때 뾰족하게 솟아 보이던 605봉에 이른다.
정상에는 군사용 안테나가 설치되어 있고 협곡을 가로막고있는 소양댐과 춘천 시가지가 잘 보이며 댐에서 물을 방류한다는 경고방송도 똑똑히 들린다.
어떤 등산지도에는 이 605봉을 마적산으로 표기하고 있기도하며 마을사람들도 이곳을 마적산으로 알고 있다고 한다.

잠시 쉬며 물 한모금을 마시고 이어지는 정북쪽의 능선을 향한다.
빽빽한 잡목지대를 지나고 야생화가 많이 피여있는 넓은 초지위의 헬기장에 오르니 날은 맑고 따듯해도 바람이 제법 불며 황사때문인지 주위의 산들은 뿌였게 보이고 흐릿하다.
헬기장을 지나고 급경사 내리막을 내려 갔다가 길은 다시 급한 오르막으로 연결된다.
땀깨나 빼고 작은 봉우리에 오르니 이제야 술이 깨고 컨디션이 제대로 회복되는 것인지 몸이 가벼워진다.
왼쪽으로는 양구까지 이어지는 46번 국도가 꼬불꼬불하게 지나가고 오른쪽으로는 짙푸른색의 소양호가 보이며 앞쪽으로는 마적산과 오봉산으로 연결되는 능선의 연봉들이 아스라하게 보인다.
바람만 불어대는 호젓한 숲길을 홀로 걸어가면 진달래들은 이미 지기 시작하고 발밑으로는 떨어진 꽃잎들이 마구 밟힌다.
나는 왜 지금 이곳에 있는가? 나는 왜 이길을 가는가?
절실한 고독감과 외로움이 자기연민인양 온몸을 휩쓸며 지나간다.

고도를 낮추며 적적한 길을 내려가면 국도로 내려가는 하산로가 왼쪽으로 보이고 10여분 더 내려가니 넓은 비포장임도와 만난다.
수직으로 깍인 절개지 옆면을 조심스럽게 내려와 맞은편의 절개지로 오른다.
이어지는 능선을 찾아 계속되는 오르막 길을 힘겹게 오르면 땀은 비오듯 하고 뱉어내는 호흡에 아직까지 남아있는 술냄새가 역겹게 느껴진다.
진달래사이의 바윗길을 지나고 다시 한번 오르막을 치고 올라 마적산(784.7m)에 닿는데 정상은 나무가 울창하고 삼각점은 있지만 표시석은 없다.
이곳에서는 용화산의 암봉이 흰빛으로 반짝이고 청평산과 부용산이 가깝게 보이며 이어지는 봉화산은 다소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얼음물을 마시고 앉아서 쉬다 보면 청평산 정상부의 깍아지른 절벽들과 청평사쪽으로 이어지는 멋있는 암봉들이 인상적으로 보인다.

정상에서 내려가는 길은 쉬엄쉬엄 힘들이지 않고 갈 수 있다.
점점 가깝게 다가오는 청평산을 바라보며 앞이 트여서 훤하게 잘 보이는 길을 가다보면 지금까지 보이지 않던 큰 암릉들이 나타난다.
암릉을 통과하고 큰 암봉을 우회해서 오르면 푸른색 지붕의 산불 감시초소가 나온다.
긴장해서 가보니 지키는 사람은 없고 초소앞에는 안락의자가 두개나 놓여있어 휴일에는 몰래 통과하기가 힘들 것 같다.
이곳에서는 46번 국도에서 청평산을 넘는 배후령으로 내려갈 수 있고 도로가 바로 밑에 보이며 지나온 쪽은 폐쇄등산로라고 막아놓았다.

사방으로 진달래가 피어있고 노송들이 즐비한 아름다운 등산로를 따라가면 길은 넓직하고 반반하며 편하다.
봉우리들을 넘고 암릉을 지나니 멀리에서부터 보이던 정상의 바위들과 수직절벽이 나타난다.
절벽 곳곳에 뿌리를 박고 살아온 소나무들은 분재를 보는 것처럼 기묘한 모습으로 바위와 조화를 이룬다.
절벽을 따라 암봉위로 등산로가 나있으나 쇠기둥을 박고 쇠줄을 매달아 놓아서 보이는 것처럼 위험하지는 않다.
몇차례 암봉을 오르고 청솔바위를 지나 급경사 오르막을 오르면 청평산(779m)이다.
정상에서는 청평사쪽으로 뻗은 능선의 기암괴석들이 멋있게 보이며 소양호는 더욱 쪽빛을 띠고있고 부용산은 동쪽으로 높게 솟아 있다.
봉우리가 다섯이라 오봉산으로 부른다 해도 산경표등 옛기록에는 청평산으로 적혀있다 하니 이제부터는 원래의 자기이름을 찿아주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바위위에 앉아 빵으로 점심을 먹지만 식욕이 없어 우유와 음료수로 배를 채우고 일어난다.

청평사방향으로 내려가다 폐쇄등산로라고 막아 놓은 동쪽 능선으로 꺽어져서 뿌연 대기속으로 흐릿하게 보이는 부용산을 목표로 내려가면 발밑으로는 꾸불꾸불한 도로가 보인다.
나무들 사이로 터널처럼 잘 딱여진 오솔길을 오랫동안 내려가면 배치고개가 나온다.
청평리와 간척리를 잇는 이 2차선포장도로는 왕래하는 차량은 보이지 않고 한적하기만 하다.
도로를 넘어 능선을 타면 진달래가 빽빽한 오르막길이 계속 이어지며 날은 덥고 갈증이 나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
진땀을 흘리고 급경사 길을 오르니 앞에 높은 봉우리가 나타나고 그 봉우리를 오르면 더 높은 봉우리가 나온다.
세차례 연속해서 나타나는 봉우리들을 넘고 싸리나무사이의 능선길을 따라가면 부용산(882m)인데 정상은 풀이 우거진 넓은 공터이며 표시석이나 삼각점은 없다.
여기에서는 마적산부터 빙 돌아 이곳까지 이어지는 능선봉들이 까마득하게 보이고 소양호와 봉화산은 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으며 동쪽으로는 부귀리 마을이 평화스럽게 누워 있다.

봉우리에서 정남방향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타고 숲이 우거진 길을 약 20여분 걸어가면 870봉이고 나뭇가지에 부용산정상이라고 쓴 골판지가 걸려 있지만 아무래도 착각을 한듯하다.
870봉에서는 직진쪽으로 뚜렸한 길이 이어지지만 부귀리로 떨어지니 주의하여야 하고 서쪽으로 급하게 꺽어지는 주능선 방향에 표지기들이 붙어있다.
여기서 부터는 급경사 내리막 길이 시작되고 얼마간 내려가면 청평사로 하산할수 있는 길이 나온다.
갈림길을 지나서 부터는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수림이 우거지고 희미한 길에는 낙엽이 아주 많이 쌓여있다.
어둡고 적적하고 음습한 숲길을 오랫동안 걸어서 나지막한 봉우리들을 여럿 넘으면 발밑으로는 쓰러진 억새가 지천에 깔려있고 오래된 표지기도 드물게 붙어있다.
주능선을 놓치지 않게 주의하며 계속 내려가면 꾸불꾸불한 포장도로가 보이고 이제서야 마지막 목적지인 봉화산이 앞에 모습을 나타낸다.
20여미터에 이르는 수직 절개지를 조심해서 경사가 완만한 곳으로 내려서면 하우고개이다.
이길은 청평사선착장과 부귀리를 잇는 2차선 포장도로이며 배치고개처럼 차량통행은 보이지 않고 인적도 없다.

산허리를 이리저리 관통하며 꼬부라지는 도로에서 50미터정도 올라가니 맞은편으로 표지기가 몇개 보인다.
능선을 타고 아주 희미한 족적을 찾아 숲길을 오르면 낙엽은 정강이까지 빠지고 굉장히 미끄럽다.
급경사 길을 오르면 숨은 턱에 닿고 진땀이 가슴으로 흐른다.
간간이 매어져있는 붉은 끈을 보아가며 험한 암릉들을 오르고 통과한다.
뱀이 많은 지역이라 혹시라도 뱀이 나올까 조심하면서 나뭇가지와 바위들을 잡고 잡목숲을 헤치고 오르면 봉화산(736m)이다.
잡초만 우거진 좁은 정상에서는 사방으로 소양호의 물빛이 반짝거리고 세찬 바람을 따라 드넓은 수림의 물결이 파도치듯 출렁거린다.

계속해서 직진하는 길은 산막골로 내려가는 길이고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청평사로 갈수 있을것 같다. 산막골에서는 4시30분에 막배가 있고 청평사선착장에서는 6시까지 배를 탈 수 있는데 산막골로 내려가도 충분할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혹시 막배를 놓치면 오늘중으로는 집에 가지 못하는 불상사도 생길 수 있어 갈등끝에 청평사쪽의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신경을 바짝 세우고 아주 희미한 족적을 따라가니 붉은색과 흰색의 얇은 헝겊들이 간간이 매어져 있어 하산로를 알려주고 있다.
내려가다 지쳐서 나무뿌리에 걸터 앉아 사과를 깍아 먹으면 사방은 고요하고 새소리만 간간이 들린다.
잠시 쉬고 급경사 길을 내려가다 처음에 올라오던 길과 합쳐지고 다시 하우고개로 내려선다.

깨끗히 단장된 널찍한 포장도로를 내려가다 보면 인부들이 포장공사를 벌이고 있고 그 밑으로는 3-4미터 넓이의 좁은 비포장 옛길이 이어진다.
길옆으로는 숲풀이 무성하고 두릅밭이 많으며 산딸기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산허리를 돌면서 굽이굽이 내려가는 길은 가도가도 끝이 없고 힘을 빠지게 한다.
산막골로 내려 갔을 걸 하고 후회를 하며 자갈길을 오랫동안 내려가니 소양호가 앞에 나타나고 정박하고있는 여객선도 보인다.
청평리 식당에서 냉막걸리나 마시고 가려다 배가 곧 출발한다는 말을 듣고 캔맥주만 한개 사서 선착장으로 부리나케 달려간다.
청평사로 올라오는 사람들을 헤치고 헉헉대며 뛰어 가보지만 배는 이미 출발하고있다.
가뿐 숨을 몰아 쉬고 찬 맥주를 마시며 다음 배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