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Ⅰ)

잡초들로 뒤덮힌 가평의 산줄기 (칼봉산-매봉-대금산)

킬문 2006. 7. 20. 15:31
2001년 5월 31일 (목요일) 

◆ 산행일정
동서울터미널(06:00)
가평터미널(07:10)
우무동(07:18)
큰주목(08:02)
계류 건너는곳(08:54)
경반사갈림길(09:19)
주능선(09:54)
칼봉산(10:30)
회목고개(10:48)
매봉(11:28)
깃대봉(12:07)
약수봉(12:54)
대금산(13:23)
두밀리고개(13:34)
두밀리고개(15:30)
두밀리(16:05) 

◆ 산행시간
약 8시간 47분 

◆ 후기
동서울 터미널에 도착하니 5시58분, 서두르면 6시발 춘천행 첫 버스를 탈 수도 있다.
등뒤에서 들썩거리는 배낭을 한손으로 잡아 누르고 헐레벌떡 뛰어가 떠나려 하는 버스에 간신히 오른다.
가평에 도착해서 택시를 타고 읍내에서 약간 벗어난 우무동으로 향한다.
우무동입구에서 내려 우무교를 건너면 안개가 피어나고 있는 전형적인 시골마을이 나오고 개들만 사납게 짖어댄다.
깨끗한 물이 졸졸 내려오는 시냇가를 따라 올라가다 밭일을 하는 노인께 양아터를 여쭤보니 자세하게 일러주시며 잘 찾아가야 한다고 당부하신다.

넓은 마을길을 따라가면 작은 두꺼비 새끼들이 여기저기에서 튀어 나오고 길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어 발걸음을 딛기가 아주 조심스럽다.
논밭들과 몇채의 농가를 더 지나니 주위는 한적해지며 길은 점차 산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한다.
옆으로 나타나는 많은 갈림길들을 무시하고 계속 큰길로 나아가다 보면 넓은 계류를 건너는 길과 직진하는 두갈래의 길로 갈라진다.
나뭇가지에 걸려있는 두개의 표지기를 보며 무심코 직진하니 황톳길은 잡초가 우거져있고 이슬이 흠뻑 맺혀있어 바지를 적신다.

큰 주목이 서있는 넓은 개활지 사이의 밭을 지나면 길은 다시 산속으로 이어지고 뾰족하게 솟은 봉우리들과 능선이 가깝게 보이기 시작한다.
뚜렷한 길을 따라 숲속으로 계속 들어가 꽉찬 수림을 헤쳐 나가니 길은 점차 희미해지다가 그만 흔적이 없어져 버린다.
바로 위에 보이는 능선까지만 올라붙으면 된다는 생각에 무리를 해서 진행해 보지만 까시덤불과 넝쿨과 나무들때문에 도저히 갈 수가 없다.
올라갔던 길을 내려와 다른쪽 능선으로 올라가 보아도 나무들만 쓰러져 있고 길은 보이지 않는다.
정상적인 등산로가 아니라고 판단해 뛰어 내려가 마지막 표지기를 보았던 갈림길로 다시 돌아간다.
갈림길에서 계류를 건너 옆의 자갈길로 올라가 보니 저쪽으로 빨간 표지기 하나가 언뜻 보인다.

개울의 크고 작은 바위들을 따라 물을 건너며 올라가니 다시 길이 나타난다.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으며 우거진 잡초와 억새사이의 좁은 길을 한동안 올라 넓은 공터가 있는 고개에 도착한다.
왼쪽은 경반사나 경방분교터로 갈 수 있고 똑바로 이어지는 좁은 숲길이 보이며 그너머에 솟아있는 칼봉산의 봉우리들이 뾰족하게 보인다.
우거진 숲사이로 이리저리 틀어지는 길은 중간중간에 희미해지고 자주 끊겨 신경을 곤두 세우게 하지만 "제석산악회"의 붉은 표지기가 간간이 걸려있어 방향을 잡을 수 있다.

숲을 빠져나와 능선으로 향하면 경사가 심해지고 바닥에 깔려있는 돌들은 물기가 많아 미끄럽다 .
조심하며 크고 검은 바위들을 건너가다가 기어코 앞발이 미끄러지며 뒤로 넘어지는데 균형을 잡을 새도 없이 그만 돌사이에 허리가 끼이며 세게 부딪친다.
간신히 바위를 잡고 일어나보니 허리부위가 욱씬욱씬하고 부어오르는 것 같아도 골절같은 큰 부상은 아닌 것 같고 걷는데도 별지장은 없어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나뭇가지를 잡으며 급경사길을 계속 오르면 주능선에 닿고 이제야 표지기들이 많이 보인다.
주능선에서 나무가 울창한 길을 따라 20여분 오르니 정상처럼 보이는 작은 암봉이 나타나고 여기서도 10여분 더 가면 칼봉산(900m)이다.
밑에서 보던 것과 달리 정상은 넓고 평평하며 나무가 빽빽해서 주위는 거의 보이지 않고 정상석이 두개나 서있다.
직진하면 회목고개를 거쳐 매봉으로 갈 수 있고 오른쪽은 용추구곡으로 내려가며 이정표에는 매봉까지 2.4km, 용추까지 6.6km라고 적혀있다.

정상과 엇비슷하게 솟아있는 앞봉우리를 올랐다가 내려가면 날은 맑아 구름 한점 없고 하늘은 짙푸른색이며 시원한 바람도 계속 불어와 마치 가을날씨를 연상케 한다.
쉬엄쉬엄 힘들이지 않고 완만한 길을 따라가 넓은 임도와 만나는 회목고개에 내려선다.
쓰레기가 여기저기 널려있는 넓은 공터에는 왼쪽으로 경반사로 내려가는 숲길이 있고 이정표에는 마일리국사당까지 6.5km, 매봉까지 1.4km라 적혀 있다.
찬 물만 한모금 마시고 이어지는 능선으로 바로 올라가 매봉으로 향한다.
한적한 길을 따라가다 작은 봉우리에 오르니 웬일인지 주위의 굵은 나무들을 모조리 베어버렸다.
군인들이 사계청소를 한지는 몰라도 사방에 널브러져 있는 나무들을 보면 황량하기 짝이 없고 참담한 기분이 든다.

벌목지역을 넘어 경사가 심해지는 숲길을 한동안 오르면 매봉(929.2m)에 도착한다.
정상에는 표시석이나 삼각점은 없으며 무인산불감시시설이 설치되어 있고 마일리국사당까지 3.8km 대금산까지 5.5km라 표시 되어있다.
일전의 명지산종주 때는 이곳을 우회하고 임도를 통하여 회목고개로 가면서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었고 조만간 다시 오면 된다고 자위를 했었는데 막상 올라와 보니 폭염속에 임도를 걷던 생각이나 감회가 새로워진다.
정상에서는 북쪽으로 우정능선이 희미하고 동으로는 휘어지며 굽이쳐 내려오는 칼봉산의 세봉우리들이 아주 가깝게 나타나며 남으로는 깃대봉과 이어지는 송이봉이 뚜렸하게 보이지만 대금산은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잠시 쉬고 남으로 뻗은 주능선을 향하여 내려간다.
바람을 맞으며 좁은 길을 따라 내려가면 온갖 초본류들이 빽빽하게 자라나와 그 왕성한 생명력이 온몸으로 느껴지고 햇빛은 따가워도 기분은 상쾌하며 발걸음도 가볍다.
시원한 숲속의 절벽가에 앉아 빵과 우유로 이른 점심을 먹다가 세찬 바람을 이기지 못해 길을 재촉하니 누군가 나무에 걸어놓은 빨간모자 하나가 바람에 가볍게 흔들리고 있다.
울창한 수풀사이의 길을 가니 마일리에서 올라왔다는 할머니 두분이 호미로 무슨 뿌리를 캐면서 당귀가 맞냐고 물어 보시는 것이 아마 내가 약초꾼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이어지는 길은 계속 오르막이고 땀이 많이 나기 시작한다.
마치 산봉우리를 둘로 가르듯이 빽빽한 수림사이를 넓직하게 관통하는 길을 따라 올라가면 깃대봉(909.6m)이다.
정상에는 삼각점만 있으며 앞쪽으로는 약수봉과 물결치듯 이어지는 능선봉들이 가깝게 보이고 왼쪽의 송이봉쪽은 길이 뚜렸하며 표지기가 많이 붙어있다.

정상에서는 관목가지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오른쪽 길로 꺽어져 주능선으로 계속 향한다.
숲풀을 헤치고 아주 희미한 길을 찾아 한동안 내려가니 다시 등산로는 뚜렸해진다.
뜨거운 햇빛을 맞으며 능선을 따라 걷다 숲속으로 방향을 틀어 서늘하고 침침한 길로 들어선다.
오랫동안 내려가 잘룩한 안부에 닿은 길은 다시 고도를 높혀가고 구슬 땀을 흘리며 가파른 길을 계속 올라 봉우리들을 넘으면 약수봉(800m)이다.
정상의 바위위에 서니 조망이 확 터져 현리마을이 가깝게 보이고 앞으로는 대금산이 다소 낮으막 하게 보이며 청평의 깃대봉에서 은두봉을 거쳐 축령산과 서리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이 역동적으로 나타난다.
정상을 왼쪽으로 빙돌아 우회하는 길로 내려가다  대금산으로 올라와서 약수봉으로 향하는 등산객들을 간간이 만난다.
완만한 길을 계속 내려가 숲풀사이의 오솔길을 한참 올라가 대금산(704m)에 도착한다.
표시석이 서있는 정상은 과일껍질이 널려있어 지저분하지만 뒤를 돌아보면 세개의 봉우리로 불쑥 솟은 약수봉이 위압적으로 보이고 앞쪽으로는 불기산과 청우산이 짙푸른 색으로 뚜렸하게 솟아 있으며 산기슭으로 여러 마을들이 평화스럽게 누워있다.

사과를 까먹으며 휴식을 취한후 우거진 수풀을 헤치고 가파른 경사로를 따라 남쪽으로 향한다.
몇차례 이어지는 급경사 내리막 길을 계속 내려가 두밀리고개에 닿는다
이곳에서 왼쪽은 두밀리로 오른쪽으로는 대보리로 내려갈 수 있으며 사방으로 넓은 초지가 형성되어 있다.
작년 여름에는 이곳에서 청우산으로 가려다 온통 산을 뒤덮고 있는 까시덤불때문에 길을 못찾고 팔만 여기저기 긇힌채 대보리로 내려간 적이 있었다.
아직까지는 풀이 길지 않아서 숲 가운데로 좀 희미하지만 확실한 길이 보인다.
시간도 많이 남고 작년 생각이 나서 직진하여 희미한 길을 따라 올라간다.
헬기장을 지나 가파른 길을 한동안 오르면 두갈래 길이 나타나고 낡은 표지기들이 몇개 붙어있는 오른쪽 길로 들어가 본다.
터널처럼 나무가 빽빽한 길을 한동안 오르니 작은 봉우리가 나오고 오래된 표지기도 보인다.
계속되는 길은 북서방향이라 남쪽의 청우산쪽이 아닌 것 같아도 희미한 길이 계속 이어져 있어 따라간다.
급경사길을 한참 내려가다 보니 약수봉이 오른쪽으로 불쑥 솟아있고 왼쪽으로 뚜렸한 능선이 보이는 것이 아마도 대보리 내려가는 길로 들어선 것 같고 아까 넘어왔던 봉우리가 지도상의 582봉인것 같다.
내려왔던 길을 다시 올라가지만 요사이는 계속 길을 잘못 찾는 것이 독도력에 뭔가 문제점이 있는듯하다. 땀깨나 흘리고 올라와 아까의 갈림길에 서니 청우산은 보이지 않아도 직진하는 방향이 맞는 듯하다.
희미한 길을 따라 언덕에 올라서니 그제서야 좌측으로 불기산이 보이고 우측으로 꺽어지는 청우산쪽 능선이 나타나며 발밑으로는 산허리를 에워싸고 꾸불꾸불하게 내려오던 임도가 바로 앞으로 지나가고 있다.
임도로 내려섰다 다시 산으로 올라가 길을 찾아 보지만 잡초만 무성하고 까시덤불들만 발목을 잡아챈다.
약간 올라가다 포기하고 내려와 다시 산속의 길로 되돌아간다.
점점 뜨거워지는 오후의 햇빛을 받으며 아까의 갈림길을 지나고 다시 두밀리고개로 내려간다.

잡목이 우거져 시원한 길을 내려가면 계곡은 물이 말라 황폐하고 먼지만 풀풀 날린다.
10여분 내려가니 서늘했던 숲길은 끝나고 위에서 내려오던 임도로 다시 내려선다.
임도를 따라 한동안 내려가면 임시매표소가 나오고 두밀리 마을이 나타난다
전원주택들이 꽤 많이 보이고 개발열풍이 불어서인지 여기저기에 공사현장들이 있고 건축자재들이 많이 쌓여있다.
마을사이의 시멘트길을 내려와 등산로 안내판옆의 가게에 들어가니 가평가는 버스는 바로 전에 떠났고 지나가는 차라도 잡아타라고 하신다.
아이스케키를 입에 물고 달구어진 아스팔트길을 터벅터벅 내려가면 이글거리는 햇빛이 온몸으로 사정없이 내리 꽂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