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Ⅰ)

가평의 멋진 산하 (사향봉-명지산-연인산-경반리)

킬문 2006. 7. 20. 14:56
2001년 5월 12일 (토요일) 

◆ 산행일정
동서울터미널(06:00)
가평터미널(07:10)
익근리(07:30)
능선(07:57)
684봉(08:16)
760봉(08:26)
사향봉(09:04)
익근리갈림길(09:43)
명지산(10:06)
명지2봉(10:44)
고개삼거리(11:06)
아재비고개(11:36)
연인산(12:36)
우정봉(13:10)
우정고개(13:49)
회목고개(14:46)
경반사(15:16)
경반리매표소(16:24)
경반리(16:34) 

◆ 산행시간
약 9시간 04분 

◆ 후기
춘천행 첫 버스로 가평역에 도착하니 10여명의 등산객과 나물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도대리와 익근리를 거쳐 적목리로 가는 첫버스는 8시50분에야 탈 수 있어 슈퍼에서 빵과 우유를 추가로 사고 택시를 타기로 한다.
3년전에도 익근리까지 택시를 타고 간 적이 있고 미터요금으로 간다는 기사의 말에 큰 부담은 갖지않았는데 웬걸 익근리에 도착하니 17,800원이나 나왔다.

식당들을 지나 계곡사이의 큰 길로 올라가면 오랫동안 가물었는데도 불구하고 맑고 깨끗한 물이 퀄퀄 내려온다.
길을 막아서고 있는 나무바리케이트 옆을 지나 잠시 오르니 오른쪽으로 올라가는 소로가 나타나고 흰 표지기 하나가 나뭇잎사이로 언뜻 보인다.
나무들이 어지럽게 벌목되어 있는곳을 지나 좁은 길을 오르면 숲은 울창하고 풀내음이 진하게 풍겨온다.
주능선에 닿으니 길은 넓고 뚜렸하지만 급경사 오르막이 시작된다.
헬기장이 있는 684봉에 오르면 비로소 시야가 트여서 계곡과 울창한 수림이 보이고 바로 앞으로는 백둔봉이 마주 서 있으며 그너머로 연인산과 주위의 연봉들이 흐릿하게 보인다.

간간이 피여있는 철쭉꽃사이를 지나서 760봉에 오르고 바위에 앉아 빵과 우유로 아침을 먹는다.
오래 오르지 않았는데 벌써 땀이 흥건한 것이 오늘 산행이 그리 만만치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잠시 쉬고 계속되는 가파른 길을 오르면 날은 덥고 땀이 비오는 듯 하다.
빽빽한 나무숲을 지나고 바위들 사이로 이어지는 급경사 잡목숲을 힘겹게 올라 사향봉(1013m)에 닿는다.
정상은 넓은 봉우리이며 나무가 울창해서 조망은 좋지 않지만 철쭉꽃이 여기저기 군락을 이루고있어 아름답고 햇살이 조용하게 내려오는 호젓한 곳이다.

봉우리를 내려가며 앞으로 바짝 다가선 명지산을 바라보고 다소 완만해진 능선을 걸어간다.
등산로 주변에는 수많은 봄풀들이 자라나와 서로 머리를 디밀며 그 왕성한 생명력을 자랑하고 사이사이로는 작은 야생화들이 서로 다투는 듯 무더기로 피어있다.
평탄한 길을 가다 크고 멋있는 암봉인 화채바위를 우회하니 익근리계곡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이고 익근리까지 5.5km라고 적혀있다.
삼거리를 지나고 넓어진 길을 따라가다 다시 급경사 오르막을 오르면 명지산(1267m)이다.
정상의 암봉에 서니 사향봉으로 올라왔던 주능선이 바로 옆에 보이고, 명지2봉에서 백둔봉으로 내려가는 능선이 손에 닿을 듯 가까우며, 아재비고개에서 연인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귀목봉을 거쳐 한북정맥으로 연결되는 능선봉들이 뚜렸하게 보인다.
능선과 봉우리들이 펼치는 초록색 해일의 파노라마에 빠져 있으면 한줄기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온몸으로 흘린 땀을 말려준다.
그늘진 바위밑에 앉아 간식을 먹고 앉아있으니 땀이 마르며 한기가 들어서 바로 일어나 마주 보이는 명지2봉으로 향한다.

평탄한 등로를 30여분 걸으면 명지2봉(1250.2m)에 도착하는데 정상처럼 표시석이 있고 삼각점도 있으며 백둔봉으로 이어지는 웅장한 능선봉들이 시원하게 뻗어 나간다.
봉우리에서 내려가 너덜지대 밑으로 조망이 아주 시원하게 펼쳐지는 전망대바위(1199m)에 가니 전에는 보이지 않던 산불감시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아재비고개와 귀목고개가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꺽어지는 아재비고개 길은 아주 한적한 오솔길이며 바람도 시원하게 불어 상쾌한 기분으로 달려서 내려간다.
30분 정도 내려가면 넓은 초지에 수많은 봄풀과 산나물들이 꽉 차있는 아재비고개에 도착한다
여기에서는 왼쪽으로는 백둔리로 오른쪽으로는 상판리로 하산할 수 있고 10여명의 중년 남녀들이 풀숲에 파묻혀 봄나물을 뜯다가 인사소리에 비로소 허리를 편다.
상판리에서는 이곳 안부까지 쉽게 오르 내릴 수 있어 봄철에는 많은 나물꾼들이 모이는 곳이다.


배가 고프서 자기 애를 잡아 먹었다던 아재비고개를 지나 이어지는 능선으로 진행하면 길은 다소 희미해지나 표지기들이 간간이 붙어있다.
초지를 지나고 계속되는 가파른 길을 오르니 날이 더워서 땀이 많이 흘고 힘이 빠진다.
자주 쉬며 찬물을 마시고 뒤를 돌아다 보면 웅장한 명지산의 암봉이 우뚝 서서 내려다 보고 있다.
작은 봉우리를 두어개 넘고 묘하게 생긴 갈라진 바위사이를 지나 급경사 오르막을 올라 연인산(1068m)에 닿는다.
정상에는 약 30여명의 등산객들이 산악회를 따라 올라와있어 시끌벅적하고 조망도 별로 좋지 않으며 유명하다는 철쭉꽃도 아직은 드문 드문 피어있다.
물 한모금만 마시고 방향지시판이 가리키는데로 남서쪽의 우정능선으로 내려간다.
넓게 잘 딱여진 완만한 길을 빠른 걸음으로 걸으며 연인산으로 오르는 많은 사람들과 지나치고 나물 캐는 부부들을 자주 만난다.
평탄한 길을 좀 오르면 우정봉(906m)이 나오고 여기서 부터는 경사가 심한 내리막길이 계속 이어진다.
왼쪽으로는 오래된 잣나무들이 하늘을 가릴 정도로 울창하고 오른쪽으로는 칼날같은 운악산의 암봉들이 멋있게 솟아 있으나 산자락까지 파고 들어온 골프장의 흉칙한 모습이 좋은 경관을 망치고 있다.
급경사 길을 오랫동안 내려가 갈림길에서 마일리로 빠지지 않게 조심하여 왼쪽으로 꺽어져 쓰러진 나무를 지나서 우정고개로 내려선다.

산판도로가 여기저기 어지럽게 교차하는 우정고개에서 바로 정면에 보이는 산판도로로 들어선다.
매봉 옆으로 돌아 나가는 산판도로는 넓직하나 돌멩이가 많으며 응달이 없어서 고행을 각오한다.
꼬불 꼬불한 도로는 가도 가도 끝이 없고 발바닥이 아파 도로 가운데의 풀들을 골라 밟으며 간다.
양옆으로는 수많은 두릅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몇개 따보나 이마저도 귀찮아서 이내 포기하고 갈길을 재촉한다.
세찬 바람을 맞으며 계속 걸으면 넓은 공터로 이루어진 회목고개가 나오고 좌우로 칼봉산과 매봉으로 갈라지지만 경반리로 가기위해 직진하여 숲길로 내려선다.

쓰러진 나무들을 지나서 내려가면 나무는 울창해서 하늘은 보이지않고 좁은 등산로는 한적하며 또 서늘하다.
희미한 길을 따라 내려가니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암자 지붕을 보며 급경사 암릉을 타고 내려가면 경반사이다.
절밑으로는 큰 바윗돌 사이로 맑은 옥류가 시원하게 흐르고 수량이 풍부해서 물소리도 우렁차게 들린다.
몇채의 민가를 지나고 폐쇄된 경방분교터 옆에서 찬물에 얼굴을 딱으니 살 것 같고 시원한 바람까지 불어주니 상쾌한 기분이 든다.
거의 다 왔다는 안도감에 가벼운 발걸음을 내딛으니 길에서 놀던 닭들이 자기 주인인줄 알고 뒤를 졸졸 따라온다.
계류를 몇번인가 건너고 계속해서 물가를 따라 내려가면 군데군데 행락객이 버린 쓰레기들이 풀섭에 버려져 있다.
따가운 햇빛을 맞으며 오랫동안 내려가도 물길은 계속되고 그 끝을 가늠할 수 없다.
다시 흐르는 땀을 딱으며 시멘트길로 바뀐 넓은 도로를 내려가 산장들을 지나면 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어깨를 파고드는 배낭끈을 조이며 한동안 내려가니 빈 매표소가 나오고 10여분 더 내려가면 경반리 마을이다.
가게에 들어가 가평가는 버스시간을 물어보니 버스는 조금전에 떠났고 걸어서는 30분정도 걸린다고 한다.
아이스케키를 깨물며 더위를 식히고 뻐근해진 다리에 힘을 주며 가평시내를 향하여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