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Ⅰ)

치악의 변방(비로봉-천지봉-매화산-한다리골)

킬문 2006. 7. 21. 12:35
2001년 6월 28일 (목요일) 

◆ 산행일정

부곡리(10:55)
1005봉(12:15)
비로봉(12:55)
비로봉출발(13:20)
세렴폭포갈림길(13:55)
강림리갈림길(14:35)
세렴폭포갈림길(15:22)
천지봉(15:28)
청소년수련장갈림길(15:54)
수레너미재(16:27)
매화산(17:09)
매화산출발(17:40)
980봉(18:10)
하산로(18:20)
한다리골(18:48)
산불초소(19:42)
치악휴게소(19:52) 

◆ 산행시간
약 8시간 57분 

◆ 동행인
정경찬, 박금서, 김홍미 

◆ 후기
전철역으로 가면서 보니 날은 잔뜩 흐려 있어도 다행히 큰 비가 올 날씨는 아닌 것 같다.
작년 9월에 상원사에서 비로봉까지 산행을 하고 시간이 없어 부곡리로 내려가면서 멀리 보이던 천지봉과 그너머의 매화산까지 이어서 치악산종주를 끝내지 못해 아쉬어 했었는데 마침 미투리산악회에서 치악산을 간다고 한다.
비로봉까지는 같이 올랐다가 혼자 매화산까지 가기로 했는데 백두대간을 같이 하는 세분이 동참을 하기로 하였다.
낯 익은 분들과 출발해 문막휴게소에서 아침을 먹고 안흥으로 향하니 날은 약간씩 맑아지는듯 하다.
버스는 꾸불꾸불하게 돌아 넘어가는 전재를 힘겹게 넘어 안흥에 도착하고 부곡리로 들어간다.
매표소를 지나 비포장 도로를 들어가면 개울에는 맑은 옥류가 넘쳐나고 주변의 경치와 산세가 심상치 않아 역시 국립공원임을 실감케하지만 도로를 확장할려고 여기저기 꽂아놓은 깃발을 보니 이곳도 조만간 개발되어 많은 인파로 몸살을 앓을 것이 뻔하다.
부곡리에서 버스를 내려 마을길을 따라 들어가면 길은 점차 좁아지다가 산길로 바뀐다.(10:55)

입산통제소를 지나고 우거진 숲길을 따라가면 수려한 암반들 사이로 계류가 퀄퀄 내려오고 운치있는 노송들이 곳곳에 서있어 지루하지 않다.
작년에 내려왔던 하산로만 생각하며 오른쪽으로 나타나는 등산로들을 무시하고 이삼십분 올라가니 곧은치 가는 길이다.
지도를 보고 한참을 내려와 올라간 일행들의 발자국들을 확인하고 지나쳤던 오른쪽 등산로로 올라선다.
나무가 울창한 좁은 길을 따라가면 어둠침침하고 날씨마저 흐려 음산한 분위기이며 후덥지분하여 금새 목줄기로 땀이 흐른다.
한동안 이어지는 가파른 길을 올라가다 땀을 뻘뻘 흘리며 급경사 오르막을 치고 오르니  1005봉인데 날은 다시 흐려지고 비안개가 자욱해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12:15)
우거진 산죽군락을 지나면 헬기장이 나타나고 비로봉이 점차 보이기 시작한다.
계속되는 산죽군락을 지나 급경사 길을 오르니 오른쪽으로 가래골 초입부가 나타나고 직진하여 암릉들을 타고 올라 비로봉(1288m)에 닿는다.(12:55)
정상에는 구름사이로 천지봉으로 연결되는 북릉이 약간씩 보이고 산록의 양안을 깊숙하게 파고 내려가는 가래골의 모습이 뚜렸하다.
비로봉까지의 시간이 예상보다 많이 걸려 초조한 마음이 들고 땀이 마르자 몸이 추어진다.

뒤에 쳐진 한분을 기다리며 쉬다가 네명이서 조촐하게 천지봉으로 향한다.(13:20)
오던 길을 약간 내려와 왼쪽으로 꺽어져 주능선으로 들어가면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은 듯 잡목숲이 무성하지만 길은 비교적 뚜렸하다.
간간이 걸려있는 표지기들을 보며 오르락 내리락 하는 길을 따라가면 숲속은 축축하고 바닥은 물에 젖어 미끄럽다.
조심해서 작은 바위를 내려가다 나무뿌리를 밟는 순간 미끌어지며 몸이 한바퀴 돌고 굴러 떨어진다.
나무등치를 잡고 간신히 일어나보니 무릎만 약간 까졌고 대체로 몸은 괜찮은 것 같아서 천만다행이고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완만한 길을 내려가면 세렴폭포 갈림길이 나오고 안부에서 빵과 떡으로 점심을 먹는다.(13:55)
봉우리 하나를 오르고 다시 내려가면 움푹 패인 배너미재가 나타나지만 나무만 울창해 양옆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안부에서 가파른 길을 지나 무명봉에 오르면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무심코 표지기만 보며 가다 오른쪽의 강림리 하산로로 빠지기가 쉽다.
북쪽 방향의 주능선을 확인하고 표지기를 한개 붙인 후 왼쪽길로 꺽어진다.(14:35)
멧돼지똥이 여기저기에 널려있는 울창한 숲을 헤치고 나아가면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앞으로 큰 봉우리가 우뚝 서있다.
계속 이어지는 봉우리들을 타고 넘으니 급경사 오르막이 시작되고 세렴폭포하산로를 지나서 조금 더 오르면 천지봉(1087m)이다.(15:28)
정상은 수풀이 꽉차서 조망이 좋지않고 날이 흐려 비로봉도 보이지 않으며 작은 금속정상판만이 자리를 지킨다.

간식을 먹고 앉아 있다가 어디선가 나타난 날파리들의 성화때문에 오래 쉬지 못하고 매화산을 향하여 발걸음을 옮긴다.
지루한 길이 반복되고 청소년수련장으로 내려가는 길을 지나면 작은 봉우리에서 갈림길이 다시 나타난다.
잘못 붙혀진 표지기를 따라 직진하다 돌아와 다시 방향을 확인하고 북동쪽으로 꺽어지니 진달래능선이 시작된다.
키 큰 진달래군락사이로 좁은 길을 내려가면 사방에서 나뭇가지들이 배낭을 붙잡고 허리를 바짝 구부리지 않으면 통과하기가 힘들다.
진달래길을 한동안 지나 낙엽송이 빽빽하게 들어차있는 수레너미재로 내려서는데 좌우로 하산길이 뚜렸하고 왼쪽의 한다리골쪽으로 표지기들이 많이 붙어있다.(16:27)

매화산으로 바로 올라가면 진달래와 철쭉사이로 참나무들이 빼곡하고 가파른 산길이 계속 이어져서 진땀이 난다.
보조자일과 바윗돌을 잡고 급경사 오르막을 몇차례 오르니 암릉지대가 나타난다.
험준한 암릉지대를 올라서 노송들이 멋있게 자리잡은 바위위에 서면 구름이 걷히며 천지봉과 비로봉쪽의 여러 봉우리들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능선을 빠르게 넘어서 발밑으로 지나가는 운해가 환상적이며, 치악리에서부터 밀려오는 푸른 수림의 물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암릉을 계속 넘고 완만한 숲길을 좀 오르면 매화산 정상(1084m)인데 잘 보존된 무덤 한기가 주인인,양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작은 이정표에 전재와 북바위골 방향이 표시되어 있다.(17:09)

전재로 내려가면 주능선을 밟는 것이고 하산시간이 절약되어 좋지만 원주까지의 교통편이 좋지않아 귀경하기가 힘들다.
교통이 좋은 학곡리로 내려가기로 결정하고 오던,길을 약간 되돌아 나와 북서쪽의 능선으로 들어선다.(17:40)
한다리골과 평행하게 한동안 내려가 헬기장이 있는 980봉에 이르고 갈림길에서 직진하는 마원교길을 버리고 왼쪽으로 꺽어져 울창한 숲을 헤치면 학곡리쪽의 길이 이어진다.
넝쿨과 잡초가 무성한 길을 따르니 두번째 헬기장이 나타나고 계속 내려가면 왼쪽에 한다리골로 내려가는 하산로가 보인다.
뚜렸하지만 가파른 길로 내려서면 바닥에 깔린 돌들은 이끼가 많고 습해서 미끄러우며 낙석의 위험이 크다.
길은 점차 희미해지며 넝쿨과 덤불이 앞을 막아서고 쓰러진 나무들로 간간이 길이 없어져서 신경을 바짝 세우고 건천지대를 내려가 한다리골과 만난다.(18:48)
계곡을 따라 내려가면 울창한 잣나무숲이 나오고 땅에 떨어진 잣방울을 집어들면 진하고 강한 잣나무향이 코를 찌른다.
물이 많이 흐르는 곳에서 땀으로 범벅이된 몸을 딱고 새옷으로 갈아 입으니 몸은 하늘을 날 듯 가볍고 기분은 상쾌해진다.
억새밭을 지나서 길가에 널려있는 산딸기를 따 먹으며 물길을 내려가면 입산통제소가 나오고 곧이어 학곡리 마을이다.
마을을 지나서 매화곡산장과 민박촌들을 지나 다리를 건너 버스정류장이 있는 치악산휴게소에 도착한다.(19:55)
휴게소 평상에 앉아 시원한 막걸리로 목을 축이며 구룡사에서 내려오는 원주행 버스를 기다리면 땅거미가 스멀스멀하게 밀려오기 시작한다.
이런 저런 산행이야기를 하며 막걸리 한사발을 들이키고 돌아보니 어느새 주위는 캄캄한 어둠속에 묻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