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Ⅰ)

용문산을 바라보며 (봉미산-문례봉-중원산)

킬문 2006. 7. 21. 13:23
2001년 8월 2일 (목요일) 

◆ 산행일정
동서울터미널(06:50)
용문터미널(07:55)
산음2리임도(08:27)
산행초입부(08:59)
주능선(09:32)
봉미산(09:58)
성현고개(10:49)
비치고개(11:42)
문례봉(12:58)
735봉(13:42)
조계고개(13:52)
도일봉갈림길(14:29)
십자로안부(14:45)
830봉(14:52)
십자로안부(15:12)
중원산(15:31)
중원2리(16:41) 

◆ 산행시간
약 8시간 14분 

◆ 후기
지루하게 오락가락하던 장마가 끝나고 모처럼 맑게 개인 날이다.
아파트를 나서며 보이는 하늘은 어둠속에서도 푸른 빛을 발하며 별들도 초롱초롱하다.
몸이 아파 누워있다가 2주만에 나서는 산행이서인지 마음은 설레이지만 몸이 잘 따라줄지 걱정이 앞선다.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아직은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것 같아 서울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 봉미산을 올라 용문산 옆의 문례봉을 거쳐 도일봉으로 내려가기로 계획을 잡았다.
동서울터미널에 도착하니 평소와 달리 행락객들로 바글바글하고 6시15분에 출발하는 용문행 첫버스는 벌써부터 매진이다.

기다렸다가 6시50분 버스에 오르니 벌써 35분을 까먹은 셈이라 예매를 하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된다.
용문에 도착하니 7시55분인데 봉미산 입구인 산음리행 버스는 8시50분까지 기다려야 해 택시를 탄다. 홍천으로 가다 산음리자연휴양림으로 꺽어지면 산음초등학교가 나오고 산음2리마을회관을 조금 지나 산행 초입부인 임도 입구에서 내린다.
도로옆으로는 개천 가득히 맑은 계류가 내려오고 아름다운 산음리 부락들과 구름 한점 없는 새파른 하늘이 어우러져 마치 한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 아름답고 뾰족하게 서있는 문례봉과 병풍처럼 펼쳐진 산록들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임도를 올라가면 홍수로 패여 나간 듯 여기저기 무너져있고 떠내려온 나뭇가지들이 길을 막고 있으며 아직도 넘쳐나는 물이 길 가운데로 흐르고 있다.
꼬불꼬불한 임도를 따라가니 비를 흠뻑 맞은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 있고 산에는 소나무와 참나무들이 빼곡하게 차있다.
조금 올라가니 쨍쨍 내리쬐는 햇빛과 발밑에서 올라오는 지열로 땀이 줄줄 흐르고 바람도 한점 없어 그야말로 고역길이다.
초입부를 찾으며 한동안 올라가면 우측으로 물이 흘러내리는 바윗돌 사이에 표지기가 몇개 보인다.

빽빽한 수림사이로 희미하게 나있는 길을 오르니 금새 땀이 비오는 듯 떨어지고 기운이 빠져 제대로 산행을 마칠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이 생긴다.
가다쉬다를 반복하며 짧은 암릉지대를 통과하면 곧 주능선에 닿고 비로서 봉미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왼쪽으로는 산허리를 뚫고 여기저기로 뻗어있는 임도들이 볼 성 사납고 오른쪽으로는 석산리의 마을들이 아름답게 보이며 설악면의 넓은 수림지대가 푸르게 펼쳐져 있다.
능선을 따라 수림이 울창한 호젓한 길을 지나서 봉미산(856m)에 오른다.
표시석이 서있는 정상에 서면 군기지가 있는 용문산 정상과 문례봉이 바로 앞에 서있고 용문봉이 고개를 살짝 드러내고 있으며 문례봉에서 도일봉까지 이어지는 능선이 뚜렸하게 보인다.
문례봉은 마치 주위에 있는 모든 산들의 제왕인 양 불끈 솟아있지만 산봉우리들을 가로 지르며 일렬로 도열한 송전탑들이 그 위엄을 깍아 내리는 듯하다.

문례봉을 바라보고 남쪽 능선으로 내려가면 금새 길은 짙은 숲속에 가리워진다.
산음초등학교로 빠지는 동쪽길을 조심하여 남서쪽으로 방향을 잡고 계속해서 사면을 내려간다.
사정 보지않고 끝도 없이 떨어지는 급경사 길을 한동안 내려가 무덤 1기를 지나고 절개지를 내려가면 단월면과 설악면을 잇는 성현고개이다.
안부에 서서 내려온 봉미산을 쳐다보니 거의 300-400미터는 내려온 듯 정상이 까마득하게 보인다.
절개지에서 떨어지는 빗물로 식수를 충분히 보충하고 맞은편 능선으로 올라선다.

등로는 더욱 희미해지고 표지기들도 거의 보이지 않으며 우려했던대로 잡목사이의 길은 가파른 오르막이다.
한동안 땀을 흘리며 660봉에 오르니 예상치 않았던 아름드리 노송들이 군락을 이루고있어 고산에 들어온듯 산뜻한 기분이 든다.
앞을 가로막는 잡목들을 헤치고 키 높은 잡초사이로 내려가면 거대한 송전탑이 서있는 비치고개가 나온다.
오랫만에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길가에 앉아 빵으로 점심을 때우니 쓸쓸함은 말할 것도 없고 비실비실한 몸으로 목적지까지 갈 수 있을까 자신이 없어진다.

10여분 앉아서 쉬고 기운을 내서 임도옆의 능선을 오르면 나무들이 많이 쓰러져 길을 막고 있지만 등로는 비교적 뚜렸하다.
잡목사이로 급경사 길을 올라가니 사방은 수림으로 막혀 답답하고 후덥지분한 날씨에 땀방울은은 비오듯 떨어진다 .
하늘은 점차로 흐려져 금새라도 소낙비를 뿌릴듯 하지만 비가 오면 오히려 시원해서 은근히 기다려진다.
오르락 내리락하는 능선을 지나고 다시 숨이 턱턱 막히는 급경사 산길을 오른다.
자주 쉬며 호흡을 가다듬고 진땀을 빼며 한동안 오르면 문례봉(992m)에 도착한다.
좁은 정상은 나무들이 울창해서 조망이 좋지않고 나무들 사이로 용문산과 용문봉이 일부 보일 뿐이며 정상석도 없고 쓸쓸한 분위기가 든다.

사과 한개를 까먹고 앉아서 쉬니 몸이 조금 회복되는 듯 하고 기운이 난다.
동쪽의 주능선으로 내려가 헬기장을 지나고 옆으로 가깝게 보이는 용문봉을 나란히 하고 나아간다.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이어지는 숲길을 따라가다 간간이 나타나는 암릉에 서면 산음리의 마을들이 작게 보이고 봉미산에서 이어지는 산록들이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오르락 내리락하는 길을 가다 용조봉에서 올라와 용문봉으로 간다는 두분의 등산객을 만나 문례재로 가는 길을 알려드린다.
철쭉나무가 빽빽한 길을 계속 오르니 삼각점이 있는 735봉이고 10여분 내려가면 조계고개가 나오는데 좌우로 하산로가 보인다.

안부에서 지겨운 길을 한동안 오르면 중원산 갈림길이 있는 790봉인데 오른쪽에 하산로가 있고 직진쪽으로는 중원폭포라고 쓰인 나무판이 서있다.
도일봉으로 가려면 중원폭포로 가면 않되는데 그만 이곳에서 이정표 방향이 잘못되어 있는 것으로 지레 짐작을 하고 주능선으로 간다는 생각에 의심하지 않고 뚜렸한 길로 직진한다.
순탄한 길을 한참 내려가니 좌우로 하산로가 있는 안부가 나타나고 그곳부터는 길이 점차 험해진다.
안부를지나 오르막을 계속 오르면 오른쪽으로 하산로가 있고 높은 암봉이 나타나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면 그곳이 830봉이고 하산로는 용계골로 내려가는 길이다.

암봉에 오르면 노송들이 멋있게 서있고 도일봉으로 생각되는 봉우리가 앞에 보이며 옆으로는 뾰족하게 솟아있는 백운봉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계속되는 암릉을 기어 오르기도하고 우회하기도 하며 몇차례의 봉우리들을 넘어 정상에 서니 중원산(800m)표시석이 서있다.
그제서야 잘못 온 것을 깨닫고 주위를 둘러보니 뒤쪽으로 도일봉이 보이고 그밑으로 중원리 마을이 보인다.
다시 돌아가서 도일봉으로 갈까하는 갈등이 생기는데 도일봉까지는 2시간이면 충분할 것 같다.
고민을 하다 몸 상태도 너무나 않 좋고 날도 무더워 아쉽지만 하산하기로 결정한다.

정상에서 왼쪽으로 보이는 하산로로 들어선다.
뚜렸한 길을 따라 한동안 내려가니 급경사 내리막이 나타나고 호우로 길이 깊게 패여있어 미끄러지기 쉽고 위험하다.
나뭇가지를 잡아가며 조심스레 내려가면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평탄한 길을 한동안 내려가 넓은 초지를 지나고 염소와 사슴목장을 통과한다.
농가를 지나다 보니 개울에 물이 철철 흐르고 나무밑에 널직한 평상도 놓여있는데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주위를 둘러보다 참지 못하고 물속으로 들어가 땀을 딱으니 온몸이 시원해지고 산행의 피로감이 일시에 씻겨진다.
새옷으로 갈아입고 마을을 따라 천천히 내려가면 등산로 입구인 중원2리 마을회관이 나온다.
버스시간이 맞지않아 용문택시를 부르고 가게 옆의 평상에 앉아 찬 맥주로 지친 몸을 달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