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Ⅰ)

화악산 남릉 (중봉-애기봉-수덕산)

킬문 2006. 7. 21. 13:39
2001년 8월 30일 (목요일) 

◆ 산행일정

상봉터미널(05:20)
가평터미널(06:15)
관청리(06:45)
애기봉갈림길(07:50)
산판길(07:50)
주능선(08:15)
너럭바위(08:53)
중봉(09:06)
화악산표시석(09:18)
너럭바위(09:34)
1142봉(10:20)
애기봉(11:12)
애기고개(11:51)
도대리갈림길(12:53)
수덕산(13:09)
고인돌바위(13:32)
약수유원지(13:53) 

◆ 산행시간
약 7시간 08분 

◆ 후기
가평터미널에 도착하니 6시15분인데 상봉동에서 5시20분 춘천행 첫 버스를 탔으니 수도권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는 가장 빨리 도착한 셈이다.
택시를 타고 낯에 익은 도로를 따라 재령리와 도대리 익근리를 차례로 지나고 관청리로 들어선다.
여름내내 북적거렸을 개울가에는 빈 방갈로들만 휑하니 서있고 야영을 하는 사람들만 간간이 보인다. 도대리 보건진료소 앞의 큰골입구에서 신발끈을 조이고 민박집들과 농가사이의 길을 따라가면 큰 바윗들 사이로 맑은 물이 철철 넘쳐 흐르는 아름다운 계곡이 시작된다.

원각사라는 작은 절을 지나 아침안개가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개울을 끼고 잡초가 무성한 길을 올라가면 바지는 이슬로 금방 젖어버리고 등산화도 축축해진다.
넓직한 황톳길을 가다보니 만원짜리 한장이 길위에 떨어져 있는데 큰골까지 택시비로 이만원을 냈으니 아마 반이라도 보태라는 산신령의 뜻으로 헤아리고 주머니에 넣는다.
계류를 몇번 건너면 갈림길이 나타나며 오른쪽의 희미한 길은 애기봉쪽으로 가는 길인듯 하다.
왼쪽으로 꺽어져 울창한 숲으로 들어가면 오르막 길이 시작되고 잣나무들이 많이 보이며 잣향이 그윽하다.
우렁차게 들리던 물소리는 점점 잦아들고 경사는 더욱 급해지며 간벌을 해서인지 아름드리 나무들이 여기저기 쓰러져 길을 막고 있으며 땅바닥은 미끄러워 오르기가 쉽지않다.
한바탕 땀을 흘리고 올라서니 잡초가 무성하게 덮고있는 옛 산판길이 나오고 전망이 트이며 명지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절개지를 올라서면 더욱 가파른 고행의 길이 이어진다.
바람 한점 불지않는 급경사 길을 올라가면 능선은 바로 위에 가깝게 보여도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상반신을 온통 땀으로 푹 적시고 주능선위에 올라서니 시원한 바람이 불며 땀을 말려주고 왼쪽으로 언니통봉이 가깝게 보이며 오른쪽으로 중봉이 높게 서있다.
수림이 울창한 길을 따라 중봉으로 향하면 평탄했던 길은 점차 급해지고 암봉들이 간간이 나타난다.
정상이 가까워지면서 여기저기 만개한 야생화들 틈에 이슬을 머금고 함초로히 피여있는 보라색의 금강초롱이 간간이 보인다.
설악산에서나 드물게 봤었는데 우연히 만난 금강초롱의 만개한 꽃망울이 신비스럽기도 하고 아름답게 보인다.

복호동폭포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지나고 급경사 길을 계속 오르면 전망이 확 트이는 암봉이 나온다.
이 전망대 바위에서는 화악산 북쪽의 전망이 아주 좋아 도마치고개에서 석룡산과 쉬밀고개를 지나 화악산으로 용트림을 하는 산줄기들이 손에 닿을듯 가깝게 보이고 백운산에서 국망봉으로 이어지는 한북정맥의 연봉들도 뚜렸하다.
가파른 길을 올라 중봉삼거리의 너럭바위에 서면 명지산과 사향봉을 내려다 볼 수 있으며 애기봉을 거쳐 수덕산으로 연결되는 긴 능선이 뚜렸하게 보이고 화악산 정상의 군사기지와 맞은편으로 응봉과 촉대봉이 잘 조망된다.
다음 산행은 촉대봉에서 응봉으로 올라 실운현으로 내려오는 코스로 잡고 응봉에서 실운현으로 내려가는 등로가 있을까 걱정했는데 이곳에서 보니 실운현으로 내려오는 군사도로가 뚜렸하게 보여서 마음을 놓는다.
수풀이 우거진 길을 조금 오르니 철조망 사이로 표시석이 서있는 중봉(1420m)인데 동쪽으로 내려가는 희미한 길이 보이고 표지기도 여러개 달려있다.

나뭇가지들을 헤치고 내려가면 점차 큰 돌들이 보이고 너덜지대가 나타난다.
물이 묻어 있어 미끄러운 곳들을 조심해서 통과하면 산굽이를 에돌며 내려가던 길은 군사도로로 내려선다.
폐타이어와 건축 폐자재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는 도로 한구석에는 화악산정상(1468.3m) 표시석이 외롭게 서있고 바로 위로는 정상의 군부대와 레이다들이 아주 가깝게 보인다.
제 자리를 못잡고 도로가에 방치되어있는 이 표시석은 분단의 현실이 계속되고 있는 우리의 불행한 역사를 온몸으로 말해주는듯해 씁쓸해진다.
도로를 따라 약간 내려가면 천도교수도원을 거쳐 화악리로 내려가는 길이 있지만 애기봉으로 가려면 다시 중봉삼거리까지 되돌아가야 한다.

너덜지대를 다시 올라 중봉삼거리에서 남쪽능선으로 내려서면 수덕산까지 10여km의 긴 능선이 이어진다.
급경사 길을 내려가면 잔돌이 많이 깔려있어 상당히 미끄럽고 조심스럽다.
곧 뚜렸하고 평탄한 길이 이어지지만 나무들이 우거지고 잡초들이 많아 주위를 조망할 수 없고 변화가 없는 지루한 길이라 산을 타는 재미는 별로 없다.
1142봉에서 토스트와 우유로 늦은 아침을 먹고 바위에 앉아 있으니 촉대봉과 응봉이 더욱 가깝게 보이고 화악리가 발아래에 펼쳐진다.
간밤에 잠을 설쳐서인지 따사로운 햇빛에 잠이 슬슬 오지만 갈길이 멀어 머리를 저으며 일어선다.

보조자일이 걸려있는 험한 암릉을 내려가고 평지길을 한동안 가다보면 가평천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간혹 나타나지만 표지기를 확인하고 주능선으로 붙는다.
암봉을 우회하고 몇차례 작은 봉우리들을 넘어 정상 바로전의 큰 암봉위에 서니 화악산 정상에서 이어지는 능선이 뚜렸하게 보인다.
진땀을 흘리고 긴 오르막을 오르면 애기봉(1055m) 인데 정상은 수풀이 우거져 주위가 전혀 조망되지 않고 작은 표시판만 나무에 걸려있다.
정상을 내려가니 길이 다소 희미해지며 사방으로 잡초가 무성하다.
간간이 불어오는 후덥지근한 바람을 맞으며 키가 넘는 풀숲을 헤치고 내려가면 애기고개에 닿는데 좌우로 이어지는 임도는 잡초만 무성하고 인적이 없어 쓸쓸하다.

가파른 절개지를 올라가면 등로는 희미하고 수풀이 길게 덮고 있어 간간이 길을 놓치며, 한낮의 뜨거운 태양은 이글거리고 땀방울이 빗물처럼 떨어진다.
평탄해진 길을 따라가니 오른쪽으로 도대리로 내려가는 길이 나오는데 많은 사람들이 다닌듯 뚜렸하고 표지기들도 많이 붙어있다.
갈림길을 지나면 10여미터 정도의 오르막 절벽이 나타나는데 그리 위험한 곳은 아니고 홀드가 있어서 쉽게 오를 수 있다.
절벽을 지나고 마지막 급경사를 힘겹게 오르면 수덕산(794.2m)인데 잡목이 무성한 정상에서는 화악산과 중봉이 원거리로 보이고 바로 앞으로는 구나무산이 우뚝 서있다.

제령리를 향해서 내려가니 바로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쪽은 막골로 내려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가둘기로 갈 수 있다.
수덕산 등산로로 널리 알려진 가둘기쪽으로 꺽어져 내려가면 길은 넓고 뚜렸하다.
완만한 등로를 속보로 내려가니 여기 저기에 암봉들이 많이 보이고 마치 고인돌처럼 생긴 바위를 지나친다.
묘 2기를 지나고 계속 내려가면 철조망이 가로막고 있으며 문을 열고 들어가니 전원주택의 뒷마당으로 연결된다.
잘 다듬어진 잔디밭을 지나고 정원을 가로질러 대문으로 가니 철문은 굳게 닫혀있다.
대문옆의 나무사이로 내려와 시멘트 길을 따라가면 아침에 차로 올라갔던 큰 도로와 만나고 약수유원지라고 쓰인 가게가 나온다.

가게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니 원래 등산로가 맞는데 전원주택이 들어오며 길이 막혔다고 하다.
앞으로는 가둘기로 내려오지 말고 막골로 다녀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웬지 씁쓸해지는 것이 개운치 않다.
가평 나가는 버스는 1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가평천을 끼고 꾸불꾸불하게 돌아가는 길을 따라 내려가면 수덕산약수터가 나오고 찬물이 꿜꿜 쏱아진다.
시원한 약수 한모금을 마시고 따갑게 내리쬐는 햇빛을 맞으며 걸어가니 가평천의 맑고 푸른 물이 반짝 거리며 땀으로 범벅진 달궈진 몸을 유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