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Ⅰ)

전부터 별러왔던 능선길 (무갑산-관산-앵자봉-양자산)

킬문 2006. 7. 21. 14:00
2001년 9월 13일 (목요일) 

◆ 산행일정
강변역(06:00)
광주터미널(06:35)
영화사(06:56)
무갑산(07:42)
웃고개(08:05)
608.5봉(08:55)
관산(09:22)
앵자봉갈림길(09:53)
608봉(10:18)
앵자봉(11:30)
우산봉(11:52)
주어재(12:24)
양자산(13:21)
각시봉(13:49)
영명사(14:26)
하품리(14:54) 

◆ 산행시간
약 7시간 58분 

◆ 후기
동서울터미널에 도착하니 맑고 깨끗한 날씨로 몸과 마음은 가볍고 아침저녁으로 서늘해진 기후는 이제 등산하기에 적당한 때가 왔음을 알려준다.
테크노마트앞에서 1113-1번 곤지암행 버스를 타니 복잡해지기 시작하는 시내를 벗어난 버스는 중부고속도로를 쏜살같이 달린다.
전에 동서울터미널에서 시외버스를 탔을 때는 국도를 거쳐 가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는데 예상보다 훨씬 빠른 시간에 광주에 도착한다.
택시를 타고 초월면 두월리로 들어가 좁은 마을도로를 올라가면 공장 옆으로 좁은 산길이 보인다.
"영화사 200미터"라고 쓰인 곳으로 올라가니 잡초가 무성하고 쓰레기가 많은 도시 뒷산 특유의 지저분한 길이 나온다.
영화사를 지나고 가정집처럼 보이는효정원에서 앞에 우뚝 솟은 봉우리를 확인하고 능선으로 올라간다.

작년 여름에 여주군과 양평군 사이에 있는 양자산에서 앵자봉을 거쳐 이곳 무갑산으로 내려오는 산행을 계획한 적이 있었다.
첫 산행에서는 양자산 정상에서 표지기만 보며 별 생각없이 뚜렸한 길을 따라 가다가 그만 반대쪽의 항금리로 내려가 버렸다.
내려온 길을 다시 올라가며 앵자봉쪽 길을 찾아 보았으나 발견하지 못하고 양자산 정상에서 또 다른 하산로로 원점회귀를 하고 말았다.
집에서 분한 마음을 삭이지 못하고 2주뒤에 다시 양자산을 올랐다가 전에는 찾지 못했던 앵자봉쪽 진입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양자산을 내려가 앵자봉으로 생각되는 제일 높은 봉우리에 올라섰지만 정상표시석도 없고 사방이 수림으로 막혀 어디가 어디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고 나침반으로 방향을 잡고 무갑산쪽이라 생각되는 능선을 몇시간 헤멘 끝에 내려온 곳은 다시 항금리였다.
씁쓸한 마음으로 차를 타고 가며 이제 다시는 이쪽으로 오지 않는다고 작정을 했지만 최근들어 인터넷에 관산과 앵자봉쪽에서 길을 잃고 고생했다는 글들이 자주 올라와 다시 한번 시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반대쪽인 무갑산에서 시작해 관산과 앵자봉을 거쳐 양자산으로 오르는 산행을 하기로 했는데 대체로 이쪽 산들은 갈림길들이 많고 나무가 무성해 방향을 잃기 쉽기 때문에 충분히 준비를 한다.

동네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길은 넓직하고 상수리 나무들이 빼곡한 능선에는 도토리열매가 많이 떨어져있다.
평탄하던 길은 점차로 경사가 심해지고 급경사 산길을 한동안 오르면 왼쪽으로 무갑리하산로가 나오며 통신시설을 지나서 조금 더 오르니 암봉으로 이루어진 무갑산(578.1m) 정상이다.
정상의 바위에 서면 전망이 대단히 좋아 포천의 왕방산에서 보던 것 같은 시원하고 거침없는 경치가 펼쳐진다.
600미터도 않되는 무갑산 밑으로 수많은 작은 봉우리들이 아침 햇살을 받으며 머리를 디밀고 있고, 608.5봉과 북쪽으로 솟은 관산은 무갑리를 둥굴게 에워싸고 있으며, 608.5봉에서 동쪽으로 뻗은 능선끝에 앵자봉과 양자산이 솟아있고 용문산도 아스라하게 보인다.
암봉을 내려가 감로사길과 만나는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꺽어져 밧줄이 길게 매어져있는 가파른 길을 내려간다.
조용한 숲길을 따라가면 무갑리 쪽으로는 꾸불꾸불한 임도가 산허리를 관통하며 가깝게 지나가고 있어 모양새가 별로 좋지 않다.

완만한 길을 내려가 헬기장을 지나니 잡초가 무성한 웃고개가 나오고 무갑리와 학동리로 내려갈 수 있는 길이 뚜렸하다.
안부에서 가파른 산길을 오르면 간벌을 하고 가지치기를 해서 등산로는 넓직하고 편하며 관리가 잘 되어있는 편이다.
작은 봉우리들을 넘고 급경사 오르막을 오르니 관산과 앵자봉이 갈라지는 갈림길이 나타나며 55라고 쓰여있는 양철판이 나무에 매달려있다.
앵자봉쪽 길을 확인한 후 관산쪽으로 조금 더 오르면 51번호판이 있는 608.5봉이다.
관산을 향하여 북쪽 길로 계속 나아가니 길은 뚜렸하지만 숲이 우거져 주위를 전혀 조망할 수 없어 답답하다.
570봉을 올랐다 안부로 내려가면 무갑리와 청소년수련원으로 하산하는 길이 있는데 수련원쪽으로는 나무계단이 있고 밧줄이 매어져 있으며 길은 넓직하다.
뾰족하게 솟아있는 봉우리를 향하여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가면 38번호판이 있는 관산(555m)인데 정상은 나무가 많아 주위를 전혀 볼 수 없고 많은 사람들이 다닌듯 맨땅은 반질반질하다.

앵자봉으로 가려면 다시 608.5봉까지 되돌아 가야한다.
길에 깔려있는 도토리 열매에 미끌어지며 힘겹게 봉우리를 올라가 앵자봉쪽 능선으로 들어서니 수림은 더욱 우거지고 하늘을 가려 컴컴하다.
굴곡이 없는 길을 계속 오르면 "관산0.7km 박석고개0.8km"라고 쓰인 이정표가 나오고 밧줄이 있는 오르막을 올라 북동으로 꺽어지니 삼각점이 있는 608봉인데  번호판은 계속 붙어있다.
번호판들을 확인하며 내려 가다보니 옆으로 주능선이 보이고 이길은 천진암성지로 내려가는 듯하다.
되돌아 올라오면 삼거리에서 동쪽으로 급하게 꺽어지는 길이 있고 표지기들도 많이 붙어있지만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라 주의해야 할 곳이다.
한동안 진행하니 무덤들이 몇기 보이고 "관산(앵자봉)등산로"라고 쓰인 붉은 표지기들이 몇미터 간격으로 자주 붙어있다.
"앵자봉0.8km 소리봉0.9km" 이정표가 서있는 안부에는 왼쪽으로 박석고개 하산로가 있으며 소리봉은 어느 곳인지 알 수가 없다.

점차 오르막 길이 시작되고 오른쪽으로는 골프장이 가깝게 보인다.
수련원으로 내려가는 길을 지나서 급경사 산길 따라 앵자봉(666.8m)에 오르니 서너평 넓이의 좁은 정상에서는 뾰족하게 솟은 관산에서 이곳까지 이어지는 C자형 능선이 뚜렸하고 산마루에 다소곳이 자리잡고 있는 천주교성지와 청소년수련원도 가깝게 보인다.
남쪽의 하산로는 남이고개로 내려가는 길이고 북동쪽으로 바라 보이는 양자산을 향하여 내려간다.
급한 안부로 내려섰다가 다시 오르막 길을 오르면 한키 이상의 잡초들이 무성하고 헬기장이 있는 우산봉인데(672m) 언뜻 보면 등로가 없는 듯하다.
지난 여름에는 앙자산에서 여기까지 왔다가 더이상 길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다른 길로 잘못 갔다가 결국은 산행을 망치고 말았다.
헬기장에서 더 내려가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쪽은 천진암쪽으로 갈 수 있고 오른쪽 능선이 양자산과 이어진다

북동쪽으로 꺽어져 내려가니 사람의 발길이 별로 없어 한적하고 깨끗한 길이 이어진다.
주능선을 놓치지 않게 주의해서 산길을 한동안 내려가면 주어재에 도착하는데 왼쪽은 항금리로 오른쪽은 천주교기도원을 거쳐 상품리로 내려갈 수 있는 하산로가 뚜렸하다.
주어재를 지나서 양자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희미하고 최근에 사람이 온 흔적이 전혀 없다.
잡초에 파묻혀 보이지 않는 등산로를 찾으며 급경사길을 천천히 올라가면 키작은 상수리나무와 아까시아 그리고 잡목들이 일제히 일어나 앞길을 막고 온몸을 찌르며 덤벼든다.
바람 한점 없는 뜨거운 날씨에 잡초와 나뭇가지들을 헤치며 한걸음 한걸음 올라가면 땀은 비오는듯 떨어지고 노출된 피부는 까시에 찔려 아우성을 친다.

간신히 급경사로를 올라서니 비로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 땀을 식혀주고 양자산도 가깝게 나타난다.
계속해서 키를 넘는 잡초들을 헤치고 오랫동안 오르면 주능선에 닿는데 작년에 이곳에서 고생했던 생각을 하며 갈림길에 달아 놓았던 표지기를 찾아 보아도 바람에 날려간 듯 보이지 않는다.
능선을 올라가 전망대바위에 오르니 앵자봉과 무갑산의 연봉들이 뚜렸하고, 앞으로는 남한강과 샛섬들이 아름답게 보이며, 여주군의 여러 마을들과 강가의 음식점들이 형형색색의 모습으로 펼쳐지고 용문산과 백운봉이 가깝게 보인다 .
전망대에서 조금 더 오르면 양자산(709.5m)인데 전에는 나무가 우거져 주위가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정상부의 모든 나무들을 과감하게 베어버려 사방으로 막힘없이 잘 보이고 바람도 솔솔 불어 시원하다.

정상에서 내려가면 잡초가 무성한 헬기장이 나오는데 이곳에도 여주군에서 세운 정상표시판과 이정표가 서 있으며 이곳에서 남으로 뻗는 긴능선을 타고 가도 하품리로 내려갈 수 있다.
숲길을 내려가니 안부에서 영명사로 바로 내려가는 하산로가 있고 가파른 능선을 계속 오르면 암봉으로 이뤄진 각시봉(690m)인데 이곳 역시 나무들을 베어내 전망이 좋으며 영명사부터 하품리로 내려가는 긴 계곡이 한눈에 들어온다.
따가운 햇볕아래에서 사과 하나를 깍아 먹고 앉아 있으면 몸이 나른해져 하산을 서두른다.
바위가 많은 길을 따라 안부로 내려서고 급경사 내리막 길을 이어간다.
나뭇가지를 잡아가며 울창한 낙엽송 숲을 빠져나오면 잡초가 무성한 오래된 임도가 나오고 조금 더 내려가 샘터를 지나 영명사에 도착한다.

절밑에서는 포크레인이 땅을 파내며 한창 공사중이고 옆으로는 땅속에서 나온 크고 작은 돌들이 쌓여있다.
어느산 어디를 가던지 개발의 광풍이 불지않는 곳이 없고 산림은 계속해서 파괴되고 있으며 친환경적인 정책은 요원하기만 하다.
공사현장을 지나니 작년에는 보이지 않던 전원주택이 두채나 서 있는데 한곳은 집앞의 개울을 막아 송어인지 잉어인지 큰 물고기들을 키우고 있으서 막힌 수로 밑으로는 물은 거의 없고 폐건축재만 잔뜩 쌓여있어 눈살이 찌프려진다.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가면 작년에 보았던 공사 현장들은 모두 전원주택으로 바뀌어 있다.
최근에 비가 오지 않아서인지 맑은 물이 넘치던 계곡에는 얕은 물만 조금씩 흐르고 쓰레기들이 즐비하다.
밤나무숲을 따라 길을 내려가면 떨어진 밤송이들이 여기저기 널려있어 무더웠던 여름날이 지나가고 완연한 가을에 접어들었음을 느끼게 한다.
청명한 가을하늘에서 내리쬐는 따가운 햇살을 맞으며 터벅터벅 내려가 영명사 이정표를 지나고 하품리 버스정류장에 도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