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Ⅰ)

비안개에 길을 못 찾고 (연엽산-구절산)

킬문 2006. 7. 21. 14:50
2001년 10월 4일 (목요일) 

◆ 산행일정
동서울터미널
춘천터미널(07:48)
원창교(09:29)
연엽골재(10:47)
연엽산(11:15)
새목현(11:55)
730.8봉
임도(13:10)
사곡현(13:55)
구절산(14:14)
봉명2리(16:34)
조양리(17:07) 

◆ 산행시간
약 7시간 38분 

◆ 후기
원창리에서 버스를 내려 원창교를 건너서 들어가니 아침부터 을씨년스럽게 뿌리던 가을비는 간신히 멈춘다.
삼거리에서 개울식당 안내판이 있는 왼쪽길로 철문을 열고 들어가 저수지를 따라서 한동안 시멘트길을 이어간다.
짙은 운무에 덮혀있는 푸른 저수지와 만추홍엽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산자락들은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게 어우러진다.
저수지 상류에는 다리가 있는데 강원대연습림 사무소에서 철망으로 단단히 막어놓아 할 수 없이 강가로 내려갔다가 다리를 건넌다.

무인감시초소를 지나면 강원대연습림으로 몇년째 묶여있어 깨끗한 계곡에는 단풍잎들 사이로 맑은 물이 철철 흘러 내린다.
조금 올라가다 만나는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꺽어 곧 임도가 지나가는 연엽골재로 올라서고 절개지를 넘어 능선으로 붙는다.
낙엽이 두텁게 깔린 깨끗한 오솔길을 올라가면 지나가는 바람에 단풍잎들이 떨어지며 인생의 황혼기를 맞은 사람처럼 깊은 사색에 잠긴다.
연엽산(850m)정상에 오르면 조망은 별로 좋지않고 조그만 정상판이 나무에 걸려있으며 비구름속에서도 구절산의 암봉들이 험준하게 보인다.

무인대피소를 지나서 동쪽능선을 어렵사리 찾아 내려가니 희미한 길이 이어지고 노란 물통이 3개나 놓여있는 임도가 나오는데 새목현이다.
구절산까지는 임도 따라가도 되지만 일부로 능선으로 붙으니 잡목숲이 심하고 족적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730.8봉을 오르며 길이 없어져서 방향을 못잡고 우왕좌왕하다가 아까운 시간만 보내고 그냥 임도로 내려선다.
구절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730.8봉 가기전에 남서쪽으로 꺽어져서 임도로 내려갔어야 하는데 없는 길을 찾느라 고생만 했다.

계속 낮은 봉우리를 2개 더 넘어서 임도가 지나가는 사곡현으로 내려서니 여기부터는 등로도 좋고 표지기들도 간간이 붙어 있다.
비안개가 깔려서 음산한 숲길을 올라가면 정상석도 있는 구절산(750.4m)이 나오는데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발길이 끊겨진 듯 적적한 분위기가 든다.
남쪽으로 내려가니 너덜처럼 작은 돌들이 널려있는데 비맞은 낙엽들이 덮고있어 굉장히 미끄럽다.
암봉들을 오르고 내리면 낙엽이 많고 길이 불분명하며 위험한 절벽들이 자주 나타나 아주 조심스럽다.
이리저리 길을 찾으면 멎었던 비가 다시 내리며 바람이 심하게 불고 운무가 꽉 차서 숲전체가 뿌옇게 흐려진다.

평소에는 조망이 좋을듯한 험한 암봉에 간신히 오르니 길은 아예 없어지고 몇미터 앞도 안보일 정도로 가스가 많이 찬다.
서쪽 능선으로 내려가 장자골을 거쳐 도화동으로 하산하려던 계획을 바꾸고 구절산으로 다시 돌아간다.
왔던 길도 못찾고 여기저기를 헤메다가 바위에서 수없이 미끄러지며 간신히 정상으로 돌아가지만 정상에서 도화동으로 바로 내려가는 등로는 찾을 수 없고 몇백미터 내려가다가 계곡으로 내려가는 등로도 역시 보이지 않는다.
할 수 없이 임도로 내려갈려고 사곡현까지 되돌아가니 장승옆에서 숲으로 내려가는 길이 보이고 붉은 표지기도 달려있다.

아름드리 소나무들사이로 이어지는 희미한 길을 한동안 따라 가지만 얼마 후 길은 없어진다.
방향만 잡고 잡목숲을 헤치고 내려가니 임도와 만나고 임도 따라 내려가면 수량 많은 계곡과 만난다.
전원주택터에서 고기를 구어먹는 부부들과 만나고 한참 내려가니 강원대연습림 사무소를 지나 봉명리 도화동마을이 나온다.
시멘트도로를 한동안 내려가면 조양리가 나오고 버스를 기다리니 있으니 승용차 한대가 태워준다.
아버지가 등산을 즐겨하신다는 젋은 사람의 배려로 춘천까지 편하게 왔지만 우중충한 날씨에 인적없는 산속에서 고생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