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ⅳ)

비에 젖고 산죽에 갇히고 (갈매기산-두타산-청옥산-1201.3봉-건마람)

킬문 2011. 7. 26. 14:37
2011년 7월 24일 (일요일)

◈ 산행경로
강남터미널
삼척터미널(23:30-02:41)
천은사삼거리(04:48)
석축묘(05:29)
대방산(06:29)
벌뱅이산(06:52)
석축묘(07:35)
653.5봉(08:03)
갈매기산(08:08)
대방골등로(08:37)
천은사갈림길(08:52)
쉰음산능선(09:51)
두타산(10:10)
박달재(11:02)
청옥산(11:43)
1250봉(11:55-12:18)
남원양씨묘(12:30)
1215봉(12:40)
1224봉(12:46)
1215봉(13:18)
1201.3봉(13:40)
1152봉(13:54-14:36)
1064봉(15:07)
1077봉(15:50)
1044봉(16:29)
무명봉(16:49)
건마람임도(17:08-17:51)
중봉2교(18:25)
중봉교
태백터미널
동서울터미널(20:20-23:19)

◈ 도상거리
약 20km

◈ 산행시간
13시간 38분

◈ 산행기

- 대방산
오후에나 잠깐 온다는 예보와는 달리 간밤부터 가는 빗줄기가 내리는 삼척에서 이른 아침을 먹고 버스승강장의 장의자에 누워 시간을 보내다가 택시로 천은사와 고천으로 길이 갈라지는 도로 삼거리에서 내리면 스멀스멀한 안개비가 가루눈처럼 랜턴에 비친다.
통신탑으로 이어지는 시멘트소로를 따라가다 창고 앞에서 흐릿한 족적을 보며 산으로 들어가니 나무에서 물폭탄이 떨어져 금방 몸은 축축하게 젖고, 야산 숲속에 몸을 누이고 있던 짐승들은 여기저기에서 놀라 도망을 간다.
추적추적 내려오는 비를 맞으며 무덤들로 이어지는 덤불숲을 헤치고 올라가면 날이 밝아오지만 사방으로 비안개가 깔려있어 이어지는 산줄기 조차도 보이지 않아 난감해진다.
비에 젖은 잡목과 덤불들을 헤치며 국수재쪽의 능선과 만나 석축 두른 이씨묘를 지나고 빽빽한 칡넝쿨들을 뚫고 둔덕으로 올라서니 다행히 가시덤불들은 사라지고 짓푸른 숲이 이어진다.
어디선가 나타난 군전화선에 반가워하며 바위지대들을 지나서 대방산(423.5m)으로 올라가면 처음으로 표지기들이 보이고 두리뭉술한 잡목숲에 글씨 없는 큰 삼각점만이 반겨준다.



▲ 천은사 삼거리



▲ 대방산 정상



- 두타산
곳곳의 고사목들을 보면서 펑퍼짐한 벌뱅이산(480m)를 지나고 왼쪽으로 벼랑을 이룬 바위지대를 내려가니 노송들이 서있는 멋진 암벽들이 나타나지만 아무것도 볼 수 없어 아쉬워진다.
석축 참호를 보며 '山' 시멘트석을 지나고 안부에서 잡목과 덤불들을 이리저리 헤치며 가파르게 653.5봉으로 올라가면 오래된 삼각점(404)과 화강암이 있고 깃대는 쓰러져 있다.
소나무들만 서있는 갈매기산(663m)을 넘어 한동안 길없는 능선을 헤치고 올라가다 왼쪽 대방골에서 오는 뚜렸한 등로와 만나는데 최근에 세운 듯한 이정표에 두타산까지 2.6km라 적혀있고 예전의 작은 안내판도 여전히 나무에 붙어있다.
주춤해졌다가 이따금씩 후두둑거리고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아름드리 적송들이 서있는 산길 따라 오른쪽 천은사로 이어지는 뚜렸한 갈림길을 지난다.
한동안 땀을 떨어뜨리며 가파른 바위지대와 미끄러운 산길을 힘겹게 올라가니 고도가 높아지며 점차 잿빛 하늘이 열리고 오른쪽으로 쉰음산줄기가 모습을 보인다.
밧줄 달린 가파른 산길을 타고 쉰음산 주능선과 만나서 바위지대들을 휘어돌아 넓은 헬기장에 무덤 한기가 있는 두타산(1352.7m)에 올라가면 예쁜 정상석이 반겨주지만 젋은 단체등산객들로 북적거리고 난전처럼 시끄럽다.



▲ 고사목봉



▲ 능선



▲ 능선



▲ 절벽



▲ 반석지대



▲ 절벽



▲ 석축



▲ 653.5봉 정상



▲ 갈매기산 정상



▲ 대방골등로의 이정표



▲ 옛 안내판



▲ 쉰음산능선에서 바라본 두타산



▲ 두타산 정상



- 청옥산
삼각점을 잠시 찾아보다 적적한 백두대간길로 들어 세차게 퍼붓는 장맛비를 맞으며 박달재를 지나고 문바위재를 넘어 둥둥산 갈림길로 올라가니 묘 한기가 들머리에 보인다.
조금 떨어져 있는, 헬기장에 삼각점(임계422/2005재설)이 있는 청옥산(1403.7m)에 올라 얼음이 서걱거리는 막걸리로 갈증을 달래고 한가롭게 날고있는 잠자리들을 바라보며 모처럼 앉아 휴식을 취한다.
갈림길로 돌아와 둥둥산으로 이어지는 번천리쪽 능선으로 들어가면 표지기들도 몇개 붙어있고 개당귀들이 지천에 널려있는 오지의 숲에 의외로 뚜렸한 산길이 나타나 걱정을 덜게 해준다.
시종 완만하고 유순한 산길 따라 1250봉에 올라 잠깐 간식을 먹고 빽빽한 잡목과 덤불들을 뚫고 안부로 내려가니 깊은 산중에 '궁내부주사 남원양씨'의 묘가 외롭게 누워있어 놀라게 된다.
넓은 헬기장을 지나 1215봉을 넘고 키낮은 산죽 사이로 난 부드러운 산길 따라 1224봉을 우회해 비에 쓸린 몸을 닥달하며 서둘러 또 다른 1215봉을 넘는다.
땅을 파다가 식식거리며 쳐다보기만 하는 어린 멧돼지를 쫓아버리고 다시 심해진 덤불과 무성한 미역줄나무들을 뚫고 쓰러진 나무들을 넘어 1201.3봉으로 올라가 빽빽한 숲을 뒤져 어렵게 삼각점(307재설/77.6건설부)을 확인한다.



▲ 청옥산 정상



▲ 1201.3봉 정상



- 1077봉
남서쪽으로 방향을 잡아 흐릿해진 산길 따라 1152봉을 넘어가면 울창한 산죽지대가 나타나는데 족적도 없고 저항이 거세 뚫는데 애를 먹는다.
거친 산죽숲을 헤치고 1077봉으로 향해가다 둔덕을 정상으로 착각해 능선을 찾으며 30분도 넘게 헤메이고 971.9봉으로 능선이 갈라지는 1077봉으로 올라가니 산죽들만 차있고 어디에도 길은 보이지 않는다.
남릉을 따라가다 신경 써서 바로 남서쪽으로 꺽어 허리까지 넘는 산죽숲을 힘겹게 뚫고 내려가면 한여름의 미역줄나무와 칡넝쿨 그리고 가시나무들도 가세해 지친 산객의 발을 붙잡는다.
턱골재는 어다인지도 모르게 지나쳐 연신 풀어지는 등산화끈을 단단히 묶어가며 키큰 산죽들을 이리저리 우회하고 뚫어 힘겹게 능선을 이어가니 엎친데 덮친격으로 다시 장대비가 주룩주룩 내리기 시작한다.
1044봉을 간신히 넘고 능선을 덮고있는 산죽과 잡목들을 피해 사면으로 오르내리다 보면 밀림의 바다는 끝이 없이 이어지고 아직 둥둥산은 먼데 17시가 후딱 넘어가 마음이 급해진다.


- 건마람
무명봉 하나를 또 우회해서 넘고 지겨운 산죽숲을 뚫고가다 얼핏 오른쪽 건마람골 방향으로 흐릿한 족적 하나를 발견하고 탈출하기로 작정 한다.
나무들을 잡고 급하게 떨어지는 지능선을 미끄러져 내려가니 곧 계곡 상류가 나타나고, 물소리와 함께 점차 계곡이 커지지만 좌우 울창한 덤불숲에도 흐릿한 족적이 이따금씩 나타난다.
한동안 폭포들이 이어지는 지계곡들을 몇번 건너고 계곡을 이리저리 횡단하며 뚜렸한 산길을 만나 앞이 트이는 밭으로 올라가면 건마람 상류인데 앞에는 서치라이트가 서있는 농가 한채와 밭이 보인다.
독한 매실주 한모금으로 한기에 떨려오는 몸을 진정시키며 시멘트도로를 한동안 따라가다 중봉2교를 건너고 중봉교 앞에서 캠핑 왔다는 가족의 차를 얻어타 하장면으로 나간다.
오지않는 택시를 기다리며 19시 40분 버스를 놓칠까 발을 구르다 시속 100km도 넘게 안개 자욱한 도로를 달려 용케 시간을 맞추어 태백터미널까지 가지만 이제는 20시 20분 버스로 바뀌었다고 해 그만 헛웃음이 나온다.



▲ 건마람 농가



▲ 중봉2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