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ⅳ)

인간의 탐욕에 망가진 발왕산 (뒷덕산-매산-발왕산-노인봉)

킬문 2012. 5. 22. 16:50
2012년 5월 20일 (일요일)

◈ 산행경로
동서울터미널
진부터미널(20:05-22:07)
신기초교(04:36)
뒷덕산(05:36)
882봉(06:13)
1004봉(06:44)
1155봉(07:24)
병두산갈림길(08:09)
매산(08:14)
1168봉(08:48)
1169.1봉(09:49)
1163봉(10:14)
1089봉(10:45)
1076봉(11:01)
발왕재(11:12)
1253봉(11:40)
1405봉(12:03)
발왕산(12:21)
점심(-12:35)
1232봉
1131봉(13:22)
다락산갈림길(13:30)
1036봉우회(13:49)
1054봉(14:26)
1048봉(14:45)
1013봉(15:00)
973봉(15:21)
노인봉(15:46)
410지방도로(16:48)
사지목재(15:03)
배나드리교(17:18)
시멘트다리(17:30)
강릉터미널
동서울터미널(18:40-21:27)

◈ 도상거리
23km

◈ 산행시간
12시간 12분

◈ 동행인
술꾼

◈ 산행기

- 뒷덕산
술에 취해 진부의 여관방에서 잠시 눈을 붙히고 편의점에서 대강 떡국으로 아침을 떼운 후 신기초교에서 택시를 내려 밭을 지나 능선으로 들어가면 뚜렷한 족적이 나타난다.
조망도 트이지 않고 가파르게만 이어지는 산길을 한시간 동안 치고 정상이 널찍한 뒷덕산(934.3m)으로 올라가니 울창한 나무 사이에 삼각점(도암441/2005재설)이 놓여있고 선답자들의 표지기 몇장만이 반겨준다.
북동 쪽으로 방향을 잡아 펑퍼짐한 사면을 치고 내려가다 두타산이 서 있는 동쪽으로 진행한 술꾼님을 부르고 점차 윤곽을 잡아가는 능선을 따라가면 아침녁의 선선한 바람이 기분좋게 불어온다.
882봉을 지나고 한참 만에 되돌아온 술꾼님과 함께 커다란 송전탑으로 올라가니 막혔던 시야가 트여서 앞에 두타산이 우람하게 서있고 멀리 백적산 능선이 모습을 보인다.
슬슬 따가워지는 햇볕을 맞으며 다시 송전탑을 지나서 1004봉으로 올라가면 매산이 빼꼼하게 보이고 오른쪽으로 병풍산이라고도 하는 1155봉이 넙데데한 모습으로 서 있어 기를 죽인다.



▲ 뒷덕산 정상



▲ 송전탑에서 바라본 두타산



▲ 송전탑에서 바라본 백적산



- 매산
간간이 보이는 참나물을 뜯으며 진땀을 흘리고 벽처럼 서 있는 된비알을 쳐서 1136봉에 올라 오른쪽으로 조금 떨어져 있는 1155봉으로 가보지만 두루뭉술한 정상에는 소나무들 뿐 아무런 표식도 없다.
꽃농장과 병풍산 이정판이 서있는 안부를 지나고 신록이 찬란한, 뚜렷해진 산길을 휘적휘적 올라가니 오늘도 검은등뻐꾸기는 구슬프게 울며 날라다니고 예쁜 야생화들은 얼굴을 들어 산객들을 맞아준다.
예전에 진행했었던 병두산 갈림길을 지나고 매산(1238.1m) 정상 석을 지나 덤불 무성한 정상으로 올라가면 전에도 확인했던 삼각점이 보이지 않아 사방을 돌아다니게 된다.
망가진 산불 초소에서 다시 정상 석까지 갔다오며 삼각점을 찾다 포기하고 안부에서 1186봉을 넘어 가깝게 모습을 나타내는 발왕산 정상부를 바라보며 1168봉으로 올라 황병지맥과 만난다.
간간이 붙어있는 표지기들을 확인하며 길도 없는 남동쪽 급사면을 떨어져 내려가다 오른쪽으로 마루금을 발견하고 곰취들이 모여있는 계곡을 건너 힘겹게 트레버스 한다.



▲ 병두산 갈림길



▲ 매산 정상석



- 발왕산
무성한 잡목들을 헤치며 한동안 가파른 능선을 치고 1175봉에 올라 왼쪽으로 조금 떨어진 1169.1봉으로 가서 덤불을 뒤져 글씨 없는 기둥 삼각점을 확인하고 돌아온다.
남쪽으로 꺾어 흐릿한 능선을 지나 1163봉으로 올라 모리재를 지나 두타산으로 이어지는 황병지맥과 헤어져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오렌지를 까 먹고는 10여분 휴식을 갖는다.
점점 뚜렷해지는 산길 따라 1089봉을 넘고 개구리들만 뛰어노는, 예전보다 물이 마른 습지를 지나 1076봉에서 좌우로 길이 없는 발왕재로 내려가 발목을 접질러 하산한다는 술꾼님과 헤어진다.
나물 뜯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가며 된비알을 지그재그로 넘어 낡은 헬기장 흔적이 잇는 1253봉으로 올라가 반질반질한 발왕산의 일반등로와 만난다.
올해는 유난히 보이지 않는 곰취들을 찾으며 박새들이 널려있는 짓푸른 초원 길을 올라 1405봉을 넘고 헬기장 삼거리로 올라가니 등산객들이 삼삼오오 앉아있다.
고도가 높아져 선선해진 바람을 맞으며 일등 삼각점(도암11/2005복구)이 있는 발왕산(1459.1m)을 올라 그늘에서 술꾼님한테 받은 찬 막걸리를 마시며 점심을 먹고 헬기장으로 돌아와 남동쪽으로 꺾어진다.



▲ 1169.1봉 정상



▲ 습지



▲ 발왕산 정상



▲ 헬기장에서 바라본 도암호



▲ 헬기장에서 바라본 오른쪽의 노인봉, 그리고 뒤의 조고봉과 노추산



- 1054봉
몇년 전에 허리 아플 정도로 곰취를 땄던 기억과는 달리 식생이 빈약해진 산길을 뚝 떨어져 내려가 두루뭉술한 1232봉을 넘고 안부에서 1137봉으로 올라 왼쪽으로 갈라지는 평창군과 강릉시의 경계능선을 확인한다.
신경을 써서 양쪽으로 표지기들이 걸려있는, 특징 없는 다락산 갈림길을 찾아 남동쪽으로 꺾어지면 헬기장부터 보였던 붉은 색의 헝겊들이 계속 이어져 길을 확인해준다.
시원한 소슬바람을 맞으며 케른 한기가 있는 안부를 지나고 1036봉을 오른쪽으로 길게 우회해서 능선으로 붙어 조망이 가려 답답한 산길을 따라간다.
숲에 버려진 녹슨 윤활유 통을 보고 혹시 헬기장이 아닐까 생각하며 몇번을 속은 끝에 1054봉으로 힘겹게 올라가니 그저 단순한 봉우리일 뿐이고 시계 능선만 조금 모습을 보인다.
무성한 철쭉들을 헤치며 1048봉을 넘고 어디선가 나타난 산악회의 표지기들을 보며 1013봉을 넘어 내려가면 벌목 지대가 나오는데 모처럼 조망이 트여, 지나온 발왕산이 잘 보이고 노인봉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이 한눈에 들어오며 왼쪽으로 펼쳐지는 시계 능선과 남동쪽 지능선은 더 높아 보인다.



▲ 안부의 케른



▲ 벌목지대에서 바라본, 이어지는 능선



▲ 벌목지대에서 바라본, 왼쪽의 지능선



▲ 벌목지대에서 뒤돌아본, 지나온 능선



▲ 당겨본 발왕산



▲ 벌목지대에서 바라본, 지능선 너머의 백두대간



- 노인봉
능선에 쌓인 벌목들을 피해 973봉을 넘고 나뭇가지 사이로 나타난 노인봉을 향해 안부로 내려가니 노인봉 오른쪽 정상부의 깍아지른 절벽이 올려다 보인다.
땀을 흘리며 가파른 능선 따라 노인봉(1059.4m)으로 올라가면 사방이 꽉 막혀 답답한 정상에 삼각점(도암467/2005재설)만이 옹색한데 재설을 '제설'이라 잘못 새겨놓아 웃음이 난다.
남동 쪽으로 방향을 잡아 길없는 사면을 치고 내려가니 능선의 윤곽이 살아나며 흐릿한 족적이 나타나고 강릉시의 '숲길조사' 표지기들이 보여 안심이 된다.
바위 지대들을 돌아가며 흐릿한 족적 따라 오른쪽으로 절벽을 이룬 좁은 능선을 뚝 떨어져 내려가면 조고봉과 노추산이 전면으로 모습을 보이고 백두대간이 펼쳐지며, 원래 계획했던 딴봉은 낮아 보이지만 정상부의 절벽이 험하고 시간도 부족해 포기하기로 하는데 옳은 결정이었다.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흐릿한 족적을 보며 능선을 한동안 떨어지다가 차 소리가 들릴 때 쯤 오른쪽으로 틀어 410번 지방 도로로 내려가니 송천이 소리내며 흘러가고 있고 밝은 햇살에 눈이 부신다.



▲ 노인봉 정상



▲ 노인봉 내려가며 바라본 딴봉과 그너머의 조고봉과 노추산자락



▲ 백두대간



▲ 410번 지방도로



- 송천
딴봉을 넘어 사지목재를 건너고 가마봉과 괴병산을 오르는 계획은 접었지만 송천을 따라 임도를 타고 바람부리까지 가서 횡계로 나가려는 생각으로 도로를 올라간다.
맞은 편으로 가마봉과 괴병산을 바라보며 노송들이 울창한 송천변의 사지목재로 올라가 딴봉 전면을 완전히 감싸고있는 깍아지른 절벽을 둘러보고는 현명했던 선택에 안도를 한다.
포말을 내며 굽이쳐 흐르는 송천을 보며 배나드리교를 건너고 바로 왼쪽의 대기3리 마을로 들어가 노인회관을 지나서 비포장 임도를 따라가면 시멘트 다리가 나온다.
무슨 공사를 준비 중인 다리에서 주민들께 바람부리 가는 길을 물으니 도로 포장 공사로 택시가 못 들어 올거라고 하며 19시가 넘어야 버스가 온다고 해 난감해지지만 마침 공사하는 분이 강릉으로 나간다며 선뜻 차를 태워주신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닭목재를 넘고 짓푸른 강릉저수지를 바라보며 멀고도 먼 강릉터미널까지 가 동서울터미널 자유표를 끊어 찬 맥주 한캔 사서 일착으로 버스에 오른다.



▲ 송천



▲ 송천



▲ 가마봉과 괴병산



▲ 딴봉



▲ 사지목재



▲ 송천



▲ 배나드리교



▲ 대기3리



▲ 시멘트다리에서 본 송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