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ⅳ)

의지의 한계 (제산봉-덕운봉-영취산-장안산)

킬문 2012. 6. 2. 12:44
2012년 5월 28일 (월요일)

◈ 산행경로
서상IC(03:45)
들머리(04:03)
606봉(04:39)
692봉(05:16)
제산봉(06:00)
사거리안부(06:34)
894봉(06:51)
덕운봉(07:22)
백두대간(07:32)
영취산(08:31)
무령고개(08:43)
장안산(09:05-10:10)
중봉(10:20)
1220봉(10:29-10:38)
하봉(10:45)
능선갈림길(10:59)
점심(11:14-11:24)
능선갈림봉(11:42)
1001봉(11:53)
908봉(12:05)
임도(12:59)
능선(13:49)
장수당동마을(15:12)
장수터미널
남부터미널(16:30-20:45)

◈ 도상거리
약 18km

◈ 산행시간
11시간 09분

◈ 산행기

- 제산봉
피곤한 몸을 몇시간 여관방에 눞히고 컵라면으로 아침을 해결하고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서상IC를 지나 옥당교를 건너고 왼쪽으로 꺽어 봉정교를 지나서 고속도로를 건너자 마자 흐릿한 족적을 찾아 산으로 들어간다.
무덤가에서 길은 끊어지고, 나무들을 잡고 바위지대를 우회하며 급사면을 한동안 치고 능선으로 올라서니 시원한 바람이 진득거리는 땀을 말려주고 바로 밑에서는 차량의 굉음이 들려온다.
얼굴에 들러붙는 거미줄들을 떼어가며 가파른 산길을 진땀을 흘리며 올라가면 산중턱에 웬 냉동고 하나가 놓여있어 비행기에서 떨어진 것은 아닌지 의아해진다.
부지런한 온갖 종류의 새소리를 들어가며 힘겹게 나물꾼들의 쓰레기가 버려져 있는 606봉으로 올라 서쪽으로 내려가니 어둠속에 오른쪽으로 덕유산의 실루엣이 펼쳐진다.
이리저리 파헤쳐진 거친 산길을 지나 692봉을 넘고 여명이 밝아오는 능선을 따라가면 마사토가 드러난 암릉 전망대들이 나오는데 괘관산에서 서래봉을 지나 백운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가깝게 펼쳐지고 앞에는 제산봉이 우뚝 서있으며, 아마 부전계곡에서 올라왔을 것 같은 산악회들의 표지기들이 나타난다.
헬기장을 지나서 올챙이들이 우글거리는, 바위지대에 만들어진 희안한 물웅덩이를 보며 제산봉(852.6m)으로 올라가니 글씨 없는 낡은 삼각점이 놓여있고 역시 백운산쪽으로 조망이 트인다.



▲ 서상IC



▲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래봉과 백운산



▲ 제산봉



▲ 제산봉 정상



- 영취산
붉게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암릉지대로 내려서서 앞의 극락바위가 있는 894봉과 덕운봉을 바라보고 도도하게 이어지는 백두대간을 향하여 발길을 옮긴다.
뚜렸한 사거리안부를 지나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가파른 산길을 힘겹게 올라가면 한켠에 극락바위가 있는 894봉인데 소나무들만 울창하고 아무런 표식도 없다.
가파른 산죽길을 지나고 조망이 트이는 암릉지대들을 넘어 땀을 흘리며 덕운봉(983m)으로 올라가니 956m로 써있는 정상판만이 걸려있고 조망은 가려있는데 표지기들만이 울긋불긋 휘날린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산죽길 따라 지나온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는 멋진 암릉을 넘어 12년만에 이정표가 서있는 백두대간으로 올라가면 어둠속에 앞만 보고 달려가던 젊은 시절이 생각나서 감회가 새로워진다.
홀로 대간 종주한다는 분과 지나쳐 폭우 속에 육십령으로 향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완만하게 이어지는 산죽숲을 따라가다 논개 생가가 갈라지는 곳에 걸터앉아 창원 생탁 한컵으로 목을 달랜다.
점심에 먹을 생각으로 한동안 양지 바른 숲을 헤집으며 더덕을 찾아 다니다가 나무계단길을 타고 돌탑 한기가 서있는 영취산(1075.6m)으로 올라가니 삼각점(함양309/2002복구)과 못보던 커다란 정상석이 반겨준다.



▲ 암릉에서 바라본 덕운봉과 뒤의 백두대간



▲ 덕운봉 정상



▲ 뒤돌아본 덕운봉



▲ 암릉에서 바라본 백운산



▲ 백두대간



▲ 영취산 정상



- 장안산
형형색색의 표지기들을 보며 백두대간과 헤어져 나무데크들이 연달아 놓여있는 가파른 산길을 타고 무령고개로 떨어져 내려가면 전에 없던 터널이 뚫려있고 쉼터들이 보인다.
음식점 밑의 샘터로 내려가 찬물을 마시고 식수를 보충한 다음 물집 잡힌 발가락에 반창고를 붙히고 장경인대 스트레칭도 하고는 맨소래담을 듬뿍 발라둔다.
20여분이나 쉬고, 버스로 온 단체등산객들을 보면서 나무계단으로 붙어 정자가 서있는 백화산 갈림길을 지나서 넓직한 산판길을 올라가니 어제 산행의 여파때문인지 몸이 무겁다.
샘터에서 다시 찬물을 벌컥거리고 전망대들을 지나서 가파른 나무계단에 땀을 뚝뚝 떨어뜨리며 일등삼각점(함양11/1987재설)이 놓여있는 장안산(1236.9m)으로 올라가면 단체등산객들로 어수선하고 근처 동네에서 산다는 커다란 백구 한마리도 보인다.
남서쪽으로 꺽어 밧줄이 둘러쳐진 암봉을 돌아 '연주5km' '범연동 5km' 이정표가 서있는 중봉(1234m)을 오르고, 한켠에 앉아 단 과자를 겯들여 생탁을 마시고 있으니 아직 시간도 일러 마치 산행이 다 끝난 것처럼 한가한 생각이 든다.
잘나있는 산길 따라 1220봉과 하봉을 지나고 밧줄이 쳐져있는 바위지대를 뚝 떨어져 범연동 방향으로 내려가다 방향이 틀려 바로 위의 갈림길로 되돌아온다.



▲ 무령고개



▲ 장안산



▲ 장안산 정상



- 1001봉
앞이 트이는 바위지대에서 갈 능선을 헤아려보고 잡목들을 뚫으며 흐릿한 능선을 떨어져 내려가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숲에 앉아 잠깐 점심을 먹는다.
어치재는 어디인지도 모르게 지나쳐 무성한 미역줄나무들을 헤치며 앞의 봉우리에서 왼쪽 사면길 따라 자연스레 방향을 남쪽으로 돌리면 또 어제에 이어 맨발님의 표지기 한장이 보인다.
흐릿한 족적을 보며 빽빽한 덤불들을 뚫고 1001봉으로 올라가니 갑자기 산악회의 표지기 몇장이 나타나지만 이후로는 내가 길을 잘못 잡았는지는 몰라도 다시는 보이지 않는다.
빌밑으로 희미한 족적을 확인하며 키를 넘는 울창한 산죽숲을 뚫고 908봉을 넘어 널려있는 더덕들을 20여수 캐고 지능선들을 조심하며 방향을 잡아 내려간다.
사라진 족적을 찾으며 계속 서쪽으로 방향을 잡아 의기양양하게 파발재로 생각한 임도로 떨어져 내려가지만 민가들이 있고 생각지도 않은 계곡이 나타나 그만 맥이 풀린다.



▲ 갈림길에서 바라본, 이어지는 산줄기


- 당동마을
왼쪽 계곡의 산길로 들어 임도 하나를 왼쪽으로 흘려보내고 검은 케이블선 따라 계곡을 한동안 올라가면 산자락은 아직 까마득한데 온통 가시덤불들이 막고있어 되돌아 내려온다.
아까 보았던 임도로 들어가 지계곡을 건너 좁아진 산길을 타고가다 가시덤불과 벌목들이 널려있는 급사면을 힘겹게 치고 기진맥진해서 능선으로 붙어 생탁을 따라마시며 숨을 고른다.
다시 방향을 잡아 능선을 내려가니 눈에 익은 산죽지대가 나타나고 내가 캤던 더덕 이파리도 땅바닥에 보이니 또 잘못 갔던 길을 똑같이 따라가는 셈이다.
아까 보았던 민가가 있는 임도로 떨어져서 이런저런 핑계를 만들어가며 산행을 포기하고 터벅터벅 걸어 내려가면 곧 포장도로가 시작되며 장수당동마을이 나온다.
텅 빈 마을을 지나 작은 저수지가 내려다 보이는 곳의 벤치에 앉아 마가목주를 벌컥이며 욱씬거리는 몸을 달래고 있다가 마침 놀러 나온, 익산 사신다는 부부의 차를 얻어타고 밀목재를 넘어 장수로 나간다.



▲ 잘못 내려간 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