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ⅹⅰ)

언제나 힘든 암 능 길 (운악산-원통산-길매봉-청계산)

킬문 2022. 1. 24. 20:54

2022년 1월 23일 (일요일)

◈ 산행경로
청량리
현등사입구(07:35-09:35)
운악산동봉(11:30)
운악산서봉(11:35)
노채고개(14:54)
원통산(15:41)
387도로(16:24)
길매봉(17:37)
길마고개(17:57)
청계산(18:41)
멍석갈비(20:21)
의정부역

◈ 도상거리
17km

◈ 산행시간
10시간 46분

◈ 산행기



청량리에서 현리 가는 첫 버스를 타고 택시로 현등사까지 갔으면 적어도 한 시간 이상은 남았을 텐데 귀찮아 그 다음의 현등사 직행을 탔더니 기사는 청평터미널에서 생수 통을 싣고 주유소에서 느긋하게 급유까지 하고는 중간에 뭔 택배 물품까지 받아오느라 꼬박 두 시간 만에 현등사 입구에 도착한다.
다행히 춥지 않은 날씨에 두꺼운 옷들을 벗고 일주문을 지나서 오른쪽 통나무 계단 길로 올라가 떠들썩한 서너 명의 등신 객들을 지나쳐 가파른 능선으로 올라가면 어제 짧은 산행의 여파가 있는지 다리가 무거워 이제 나이 먹었음을 느끼게 해준다.
눈썹바위를 지나고 시끌벅적한 젊은 남녀 단체 등산객들을 추월해 암 능 전망대로 올라가 정면으로 펼쳐지는 운악산 병풍바위의 위용과 아기봉 능선을 휘휘 둘러보고 밧줄 난간들과 발 디딤판들이 놓여있는 험준한 바위지대로 본격적으로 들어간다.
시종 끊이지 않고 나타나는 암 능들을 지나 예전에는 빈약한 철제 사다리가 놓여있던 수직 암벽을 철 계단으로 손쉽게 통과해 햇살이 따사하게 비추는 만경대 안내 석을 지나서 마지막 절벽을 긴장해서 치고 운악산 동봉(x934.6)으로 올라간다.
바람을 피하며 간식을 먹는 몇 명의 등산객들을 보며 청계산까지 10.3km 이정표를 확인하고는 삼각점이 놓여있는, 운악산 정상인 서봉(934.7m)으로 올라가 조금 떨어진 만경대 벤치에 앉아 삶은 옥수수 하나에 소주와 막걸리를 마시며 앉아있으니 지친 몸이 노곤해진다.
정상으로 돌아와 긴 계단을 타고 운악산 휴게소 갈림길을 지나 예전에 바들바들 떨며 소화전 하나만 걸려있던 절벽 크랙 구간을 간신히 통과했던 마의 암 능 구간을 왼쪽으로 길게 우회한다.
최근의 발자국이 전혀 없는 숫눈길에 쭉쭉 미끄러지며 난간들이 쳐져있는 사면을 힘겹게 지나 예전의 그 구간을 가늠해보며 끊이지 않고 나타나는 바위지대들을 넘고 우회한다.
완만해진 산길을 타고가다 다시 나무 등걸에 걸터앉아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적적한 능선을 따라가며 예전에 금방 나왔었던 기억을 떠올리지만 원통산은 아직 멀리 떨어져 있어 힘이 빠진다.
양쪽으로 길이 뚜렷한 노채고개를 건너고 몇 번이나 속아가며 힘겹게 낡은 삼각점과 낯익은 정상 석이 놓여있는 원통산(566.2m)에 올라 벤치에 앉아 남은 술을 마시며 387번 도로의 노채고개에서 일동으로 나갈까 고민을 하다 군 참호들이 파여 있는 능선 따라 도로 고개로 내려가지만 아직 일몰까지는 시간이 남아있어 자연스럽게 철망들이 쳐져있는 맞은편 산으로 들어간다.
서서히 해가 지기 시작하는 산자락들을 바라보며 가파른 산길을 한동안 지나서 밧줄 난간들이 쳐져있는 암 능을 통과해 힘겹게 정상 석이 놓여있는 길매봉(x733.2m)을 넘어 발 디딤판들이 줄줄이 놓여있는 얼어붙은 암 능을 서둘러 통과해 길마고개로 내려가면 아직 일몰 전이라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찬바람을 맞으며 밧줄 난간들을 잡고 귀목봉에서 청계산을 넘어 청계저수지에서 일동까지 걸어 나갔다는 술꾼님과 통화를 하며 된비알을 치고 케언이 있는 785.5봉을 넘어 랜턴 불을 밝히며 청계저수지 갈림길을 눈여겨보고 종착점인 청계산(849.0m)으로 올라가니 속세의 불빛 몇 개만이 멀리서 반짝인다.
무리한 산행이었지만 무사히 도착했음을 소주 한 모금으로 자축하고 갈림길로 돌아가 이상하게 공적인 이정표에 표기된 청계저수지의 멍석갈비 방향으로 꺾어 뚜렷한 눈길을 한동안 타고 생태보존 안내목이 놓여있는 칡나무골로 들어간다.
너덜 계곡으로 이어지는 짜증나는 길을 한동안 치고 가다 남은 술로 지친 몸을 달래고 식당의 불빛들이 환하게 쳐진 청계저수지로 내려가 멍석갈비 간판 앞에서 몸단장을 하고 택시를 불러일동으로 나간다.



▲ 현등사 일주문









▲ 운악산 암 능



▲ 명지산과 연인산



▲ 만경대



▲ 동봉



▲ 운악산 정상인 서봉



▲ 아기봉



▲ 노채고개



▲ 원통산 정상



▲ 또 다른 노채고개인 387번 도로



▲ 길매봉 정상



▲ 청계산



▲ 뒤돌아본 길매봉



▲ 청계산 정상



▲ 멍석갈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