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사리 구한 표로 만원 열차를 타고 단체로 온 중년 여성들이 지르는 온갖 소음을 참아가며 상원사에서 내려 올 5월에만 세 번째로 능선으로 붙어 표산님이 가져오신 맛 갈진 순대를 안주로 찬 막걸리를 돌려 마시고 있으니 신록은 절정이고 봄바람은 시원하게 불어와 절로 콧노래가 나온다. 언제나 사람들이 모습을 보이는 안부를 조심스레 통과해 주 능선으로 붙어 박새들이 눈부시게 펼쳐지는 초원을 따라가다 호령봉 전의 안부로 들어가 쇠고기 주물 럭을 데치고 동태 전을 곁들여 점심을 배불리 먹고 최근 두 번이나 뒤진 왼쪽 대신 감자밭등으로 이어지는 오른쪽 사면으로 들어가 빽빽한 미역줄나무들을 뚫고 고도가 높아서인지 예상과 달리 일주일 전의 설악 응봉보다 한결 부드럽고 실한 나물들을 뜯는다. 물욕에 한동안 계곡 쪽으로 내려가다가 거듭되는 채취에 지겨움을 느끼고 돌아와 잡목가지에 뺨을 맞으며 덤불들을 헤치고 능선으로 붙어 호령봉으로 올라가 사면에서 부족한 나물을 좀 더 모으고 오늘 야영을 한다는, 아침 들머리에 덩그러니 홀로 놓여있던 배낭의 주인공과 만나서 이런저런 산 이야기를 나누다가 속속 도착한 일행들과 함께 하산을 서두른다. 안부에서 왼쪽 지 계곡의 등 로로 꺾어지는 일행들과 헤어져 홀로 능선을 타고 상원사로 내려가 찬 계곡 물 대신 화장실의 미적지근한 수돗물로 대강 얼굴을 닦고 진부로 나가서 정기 휴일이라 문을 닫고 또 코로나 끝의 단체 손님들로 북적이는 중국집 대신 시장 횟집에서 얼큰한 동태 탕을 끓이고 회 덮밥을 비벼 나물에 싸서 소맥 몇 잔으로 뒤풀이를 하고는 오랜만에 취기를 느끼며 만원 열차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