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지리산 (ⅱ)

한여름 그 공룡능선

킬문 2022. 8. 23. 03:55

2022년 8월 13일 (토요일)

◈ 산행경로
신사역
오색(23:30-02:55)
대청봉(05:40)
희운각(07:04)
1275봉(08:57)
마등령(10:22)
오세암(11:13)
만경대(11:36)
백담사(14:52)
용대리
잠실역(17:00-19:57)

◈ 도상거리
20km

◈ 산행시간
11시간 56분

◈ 함께 하신 분들
신사산악회

◈ 후기

요즘의 급격한 체력 저하로 전보다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확인도 할 겸 오색에서 최근의 장마로 계류가 철철 흘러내리는 등로로 들어가 시작부터 가파른 돌길을 치고 올라가니 역시 처음부터 힘이 든다.
전에도 쉬었던 그 바위에 앉아 가뿐 숨을 돌리고 가볍게 차리고 추월하는 젊은 팀들을 보며 계곡을 건너서 줄곧 이어지는 된비알 나무계단들을 타고 뒤에서 마라톤 이야기들을 나누는, 날씬하고 발랄한 두 여성 분들과 함께 대청봉으로 올라가 막 시작되는 일출을 구경하고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중청대피소로 내려간다.
집에서 유일하게 가져간 마늘빵과 콜라로 아침을 때우고 언제나 성가신 돌길 따라 희운각 대피소로 내려가 맑은 계류로 식수를 챙기고 여러 산객들과 함께 신선봉으로 올라가 늘 멋지게 펼쳐지는 설악의 가경을 바라보며 4.9km의 공룡능선을 들어간다.
예전의 기억들을 떠올리며 오락가락 힘든 바윗길을 타고 물이 줄줄 흐르는 절벽을 지나 1275봉으로 올라가 한쪽의 바위에 앉아 세찬 바람에 땀을 흘리며 예전보다 산행 속도는 별 차이가 없으나 단지 힘이 더 많이 든다는 것을 깨닫고는 역시 나이를 생각하며 발길을 옮긴다.
나한봉을 힘들게 돌아 넘고 공룡능선의 언덕은 모두 7개라는 어느 산님을 말을 들으며 마지막 깔끄막을 통과해 반가운 관문인 짧은 너덜지대를 지나서 마등령으로 내려가 뭉게구름에 뒤덮이는 산자락을 바라보며 남은 간식을 먹다가 기본적인 먹거리조차 잘 챙기지 않는 자신을 탓한다.
2주 전에 지나간 오른쪽의 비선대 길을 버리고 오랜만에 왼쪽으로 꺾어 최근의 비로 많이 망가진 산길 따라 오세암으로 내려가서 시간이 많이 남아 만경대로 올라가 야영을 하러 왔다는 윤더덕님 일행들과 우연히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는 홀로 남아 호젓하게 막걸리를 마시지만 갑자기 쏱아지는 소낙비에 우장을 챙겨 부랴부랴 안부로 내려간다.
반대에서 줄줄이 올라오는 치성객들을 만나며 영실천으로 내려가 곰골 계곡에서 물소리 때문인지 아까부터 들려오던, 환청 비숫한 어린 아이들의 노래 소리에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30여 분 몸을 닦고는 앉아서 멍을 때리다가 으슬으슬한 추위까지 느끼며 일어난다.

백담사로 내려가 기다리던 버스를 타고 용대리로 나가 2시간도 더 남은 산악회 버스를 기다리며 수국과 연꽃들이 만발한 수생 습지공원 정자에 누워 한동안 쉬고 유명하다는 중국짐에서 오늘 처음 머리를 올렸다는 두 여성분과 왁자지껄하게 고량주를 마시는 암벽꾼들을 보며 매운 짬뽕 한 그릇으로 종일 주렸던 배를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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