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Ⅹⅲ)

발길 돌린 화악산

킬문 2025. 3. 4. 21:03

2025년 3월 3일 (월요일)

◈ 산행경로
가평역
솔둔지(07:01-08:16)
등로(09:43)
749.7봉(09:56)
언니통봉(10:39)
관청리삼거리(12:08)
산행중지(12:20)
용수동(15:26)
가평역

◈ 산행거리
8.95km

◈ 산행시간
7시간 10분

◈ 산행기

  간밤의 폭설로 수묵화처럼 아름답게 펼쳐지는 설경에 가슴 설레어하며 논남과 강씨봉 자연휴양림을 돌아 용수동 종점 전의 솔둔지 정류장에서 버스를 내리니 기온이 올라서인지 불과 한 시간 만에 나무에 쌓인 눈들이 다 녹아서 기대는 사그라지고 김이 새버린다.
중봉 등산로 안내판을 보며 말끔하게 벌목이 된 임도로 들어가 여기저기 길을 찾다가 계곡을 마냥 따라가며 빽빽한 덤불 때문에 왼쪽 산줄기로 붙지 못하고 오른쪽의 급한 비탈을 나무들을 잡고 네발로 기어 힘겹게 지 능선으로 올라 고운 눈 이불을 쓰고 있는 묘지 두 기를 지나서 절벽처럼 된비알로 이어지는 바위 지대를 통과해 이정표가 서 있는 삼거리와 만난다.
간밤의 폭설로 발자국 하나 없는 가파른 능선을 뚫고 낡은 삼각점과 통신 시설물이 놓여있는 749.7봉을 넘어 깊은 눈에 푹푹 빠지며 바위 지대들이 혼재한 가파른 능선을 한동안 타고 역시 이정표만 서 있는 언니통봉(x931.0m)으로 올라가 비로소 막걸리 한 컵으로 시름을 달랜다.
무릎까지 깊이 빠지는 설원을 힘겹게 뚫고 1미터가 넘는 눈 처마를 바라보며 관청리 갈림길로 올라가면 역시 지나간 흔적은 없고, 3.8km를 4시간 넘게 걸려 왔는데 1.6km 남은 중봉은 수덕산 삼거리 뒤에 있어 앞으로 2시간은 걸릴 테고 등산객들의 왕래가 많았겠지만 적설은 더 심할 거라고 판단하며 이모저모로 갈등을 하게 된다.
아쉬움에 잠시 진행을 더 하다가 눈밭에 서서 막걸리를 마시며 얼마 전 체력 좋다는 무한도전 장거리 팀도 화악산에서 석룡산으로 향하다 실운현으로 후퇴했다는 이야기를 떠올리며 과감히 전진을 포기하고 기온이 오르며 아이젠에 마치 베개처럼 쩍쩍 들러붙는 눈덩이들을 떨어뜨리며 내 발자국 따라 마지막 이정표 삼거리로 내려가 왼쪽의 적목리 산길을 버리고 리본들이 붙어있는 용수동 방향의 오른쪽 사면으로 꺾어진다.
아무 곳에나 리본을 붙이는 사람들을 욕하며 길도 없는 지계곡을 한동안 떨어져 조무락골과 만나 눈을 치우다 산에 다녀오냐며 놀라는 주민을 지나쳐 용수동 종점으로 내려가서 주인 없는 버스 종점의 가게 탁자에 앉아 찬 맥주 한 병을 마시며 혹시 지레 걱정으로 멀쩡한 산행을 포기한 것은 아닌가 하는 찝찝함을 달래고는 시간 맞추어 달려온 버스에 오른다.



▲ 화악산 들머리



▲ 등로



▲ 749.7봉



▲ 언니통봉 정상



▲ 등로



▲ 관청리 삼거리



▲ 중봉



▲ 조무락골



▲ 용수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