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지리산 (ⅰ)

설악산 용아장성 (오색-대청봉-용아장성-백담사)

킬문 2006. 7. 14. 22:55

1999년 10월 7일 (목요일)

 

◆ 산행일정
오색(02:40)
대청봉(05:20)
봉정암(06:30)
용아장성
수렴동(13:20)
백담사
주차장(16:40)

 

◆ 산행시간
약 14시간

 

◆ 후기
자주 나가는 M산악회에서 설악산 용아장성을 간다고 해서 따라 나선다.
오색에서 출발해 컴컴한 설악을 올라 대청봉에 도착하니 일몰은 아직도 멀었는데 차가운 바람이 불어온다.
랜턴도 망가져 앞사람이 밝혀주는 불빛을 따라 중청으로 향한다.
봉정암에서 올라오는 수많은 불자들과 만나며 봉정암에 내려가니 아직도 공양중이라 뻔뻔하게 줄을 서서 따뜻한 미역국과 흰 쌀밥을 맛있게 얻어 먹는다.
한시간이나 후미를 기다리며 추위에 떨다가 몇몇사람들과 봉정암을 떠난다.
20여미터가 넘는 수직절벽을 조심해서 올라가면 멋진 바윗길이 시작된다.
대개 위험한 구간은 우회하며 큰 암릉에 오르면 울긋불긋하게 단풍에 물들은 설악이 멋있게 내려다 보이고 폭포들은 물줄기를 떨어뜨리며 흰 포말을 일으킨다.
이리 저리 날등을 밟으며 암릉들을 통과하면 최대의 난코스인 개구멍바위가 나온다.
슬링이 매어져 있는 2미터정도의 직벽을 내려가는데 온몸을 바위에 밀착하면서 훌쩍 밑으로 뛰어내리지 않게 조심해야한다.
실제로 슬링이 없을 때는 이 구간에서 많은 사람들이 무심코 뛰어 내리다가 반동때문에 절벽으로 떨어져서 사망했다고 한다.
조심해서 통과하니 암벽에는 추모동판도 걸려있고 운무가 짙게 드리워서 음산한 분위기가 든다.
개구멍바위를 밧줄을 잡고 조심 조심 누워서 통과하면 위험구간은 대개 끝이 난다.
몇군데 까다로운데가 남았지만 일행들과 협조하여 통과하고 옥녀봉을 넘어 수렴동대피소로 내려간다.
대피소에서 일행중 한분이 가져오신 제육볶음에 동동주를 곁들이며 끝없는 술판이 벌어진다.
만만치 않게 먼 거리인 백담사를 지나고 셔틀버스로 주차장까지 갔지만 거의 14시간이나 걸린 산행이었다.
다소 위험한 곳이 있기는 하지만 용의 등뼈에서 바라본 설악의 가을은 정말 멋진 풍경으로 각인된다.